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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Jul 25. 2016

부산행 : 동대구역에서 멈춰버린 부산행 열차

<부산행>의 부족한 50%

스포가 있으니 조심하세요~


영화 <부산행>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좀비 영화라고 해서 많은 기대를 하고 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한국에서 좀비들이 뛰어다닌다는 발상도 재미 있었고 좀비로 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면서 긴장감을 늦출 수는 없었다. 그러나 기대를 너무 많이 하고 봤는지 결말로 가는 부분이 너무나 단조롭고 억지 눈물짜기로 결말을 맺는 것이 아쉬웠다.


최초의 한국형 좀비영화이자 뛰어난 좀비들의 모습


<부산행>이 흥행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아마도 한국이 배경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역과 KTX를 배경으로 삼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친근감을 사기 위해서가 아닐까라고 생각을 해본다. 서울에 살면 지방으로 놀러가기 위해서 누구나 KTX를 탔을 것이고 또한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 올 때 많은 사람들이 KTX를 이용한다. 기존의 미국의 좀비 영화들이 재미는 있지만 우리에게 그렇게 확 느낌이 오지 않는 것은 미국이라는 배경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KTX 승무원들과 디지털 군복을 입고 달리는 군인 좀비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좀비 바이러스가 일어나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라는 상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부산행>이 허술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아마도 한국형 좀비 영화를 최초로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한 좀비들의 모습은 정말 리얼하고 멋있다. KTX 직원이 좀비가 되고 야구부 소년들도 좀비가 되고 등산복을 입었던 아줌마도 좀비가 되는 이런 모습은 한국 사회에서 좀비 영화를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면 외에 서사구조에서 <부산행>은 큰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마동석은 마벤저스, 소희는 소희, 공유는 너무 약해 : 캐릭터 구성에 실패한 <부산행>


<새벽의 저주>나 <데드셋> 혹은 <워킹 데드>를 보면 좀비와 싸우는 인류의 모습을 공통적으로 그리고 있다. 인류가 좀비들에게 물어 뜯기고 희생을 당해서 인류의 수는 소수이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 안 또한 사회이고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의 화합과 갈등이 계속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좀비 영화는 극을 끌어가는데 두 가지 중심축이 있다. 한 편으로는 좀비와 싸우는 인류 나머지 축은 생존자들이 디스토피아 속에서 어떻게 사회를 꾸려나가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부산행>을 이 공식에 대입을 해본다면 인류와 좀비의 싸움은 잘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그렸지만 생존자들의 삶을 잘 그리지 못했다. 이런 문제는 바로 캐릭터들 하나 하나가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는지 혹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선택을 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공유는 펀드매니저로 이기적인 삶을 살다가 나중에는 딸과 정유미를 지키기 위해서 희생을 하는데 딸을 사랑하는 모습에서 희생을 하지만 이기적이던 사람이 갑자기 순교자처럼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억지스럽다. 나는 마동석을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데 이번에도 마동석은 마동석이었다. 좀비를 두들겨 패는 아저씨의 모습일 뿐이었다. 소희는 고등학생으로 나오는데 소희는 왜 나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부산행>에서 제일 큰 문제점은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뚜렸한 고민도 없다. 이와 더불어 캐릭터들이 따로 따로 논다. 하지만 처음에 좀비 소녀로 나왔던 심은경이나 정말로 순교자 같은 느낌의 노숙자 아저씨는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심은경이 좀비화되는 모습을 보고 <레지던트 이블 4>의 나카시마 미카가 비오는 날 좀비가 되어 사람들을 물어 뜯는 모습이 생각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인가?



좀비 스릴러에서 감동 영화로...


<부산행>은 캐릭터들의 느낌을 살리는데 실패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서사까지 흔들리게 되어 버렸다. <부산행>의 주제를 콕 찝어서 이야기하라고 하면 '희생이야말로 최고의 가치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부산행>은 내용에 너무나 많은 것을 끼어 넣으려고 했다. 정부가 무능력하다고 비꼴 의도가 있다면 정부에 대한 장면이 나와야 하는데 민방위 복을 입고 정부 관계자가 안전하다고 말하는 부분이 끝이다. 공유가 자신의 실적을 위해서 망해가는 기업을 살렸는데 그 기업이 좀비 바이러스를 만들었다고 하면서 공유가 혼자 눈물 흘리는 모습 또한 전개가 엉성하다. KTX 속에서 나름 <설국열차>를 따라해서 사회적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것도 개연성이 떨어진다. 쉽게 말하면 <부산행>은 여기 저기서 좋아 보이는 것들을 한 서사 속에 넣다고 맛 없는 짬뽕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도 못 잡고 저것도 못 잡으면 감동스럽게 영화를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 소녀의 노래 소리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만들려고 하지만 그것도 엉성하다. <부산행>이 보여주는 교훈은 인물들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캐릭터성을 못 살린 것이 문제가 되어 종국에는 영화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겠고 마지막 소녀의 노랫소리가 감동이 아니라 귀신 곡소리로 들리는 참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에도 한국 영화의 문제점을 보여준 <부산행>


나는 개인적으로 최근에 개봉한 영화들이 액션이나 CG에 목숨을 건다고 생각한다. 마블의 <어벤저스>와 디씨의 <배트맨 VS 수퍼맨>이 한 쪽은 웃고 다른 쪽은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바로 캐릭터성에 있었다. 마블은 자신들의 캐릭터들을 단독 영화로 만들어서 심도있게 만들었다면 <배트맨 VS 수퍼맨>은 캐릭터성을 구축하기 보다는 액션에 목숨을 걸었다. 그래서 영화는 망해버렸다. 이것은 한국에서도 있었던 이야기인데 <베테랑>, <내부자들>, <곡성>, <아가씨>를 보면 인물들에 대한 묘사를 잘해 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 또한 탄탄하고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검사외전>이나 <부산행> 같은 경우는 배우들의 이름값과 액션에 중점을 두어서 영화가 뭔가 허전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의 관객들의 눈은 높아졌다. 이제는 CG 떡칠이나 액션에만 치중하는 영화는 별로인 영화로 인식이 되고 있다. 이제부터 한국 영화가 나아가야 할 길은 바로 캐릭터에 대한 심도있는 사색과 그 캐릭터들의 철학을 통해서 탄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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