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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Oct 17. 2016

셰익스피어가 사랑한 비극4 : 햄릿

세상을 용서하고 조용히 살 것인가, 아니면 복수하고 저항할 것인가?


세익스피어의 햄릿은 너무 너무 유명하다. 4대 비극 중 뭔가 재밌는 인물이 바로 햄릿이다. 햄릿이 비극을 맞이하게 된 것은 바로 그 안의 우유부단함 때문이었다. 그 우유부단함은 그가 계속 고민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는 회의주의에 빠져있고 계속 고민을 할 뿐이다. 그러면서 그는 계속 그의 복수를 지체하면서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하나 희생당하게 된다.


고민하는 남자 햄릿


햄릿 : 오, 너무나 더럽고 더러운 이 육신이 허물어져 녹아내려 이슬로 화하거나, 영원하신 주님께 자살금지 법칙을 굳혀놓지 않으면, 오 하나님! 오, 하나님! 이 세상 만사가 내게는 얼마나 지겹고, 맥빠지고, 단조롭고, 쓸데없어 보이는가! 역겹다. 아 역겨워. 세상은 잡초투성이 퇴락하는 정원, 본성이 조잡한 것들이 꽉 채우고 있구나. 이 지경에 이르다니! 가신 지 겨우 두 달 - 아니 아냐, 두 달도 안 돼- 참 뛰어난 왕이셨어. 이자에 비하면 태양신에 짐승격이지.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하여 바람이 얼굴을 드세게 스치지도 못하게 하셨지. 천지신명이시여, 기억해야만 하겠습니까? 아니, 그녀는 먹을수록 신욕이 더 늘어나는 것처럼 아버님께 매달렸지. 헌데 한 달도 못 되어- 생각 말자 - 약한 자여, 네 이름은 여자로다 - (중략) 아버지완 생판 다른 내 삼촌 - 아버지의 동생과 결혼했어. 한 달 안에, 쓰나려 불그레한 그녀의 눈에서 가장 부정한 눈물의 소금기가 가시기도 전에 결혼했어 - 오 최악의 속도로다! 그렇게 민첩하게 상피붙을 이불 속에 뛰어들어! 이건 좋지 않고, 좋게 될 수도 없는 일. 허나 가슴아 터져라, 입은 닫아야 하니까 (햄릿 민음사 p24-25)


이 대사를 보면 햄릿이 왜 세상을 증오하고 염세주의에 빠지고 죽고 싶어하는지를 알 수 있다. 햄릿은 기독교의 율법과 세상의 법 때문에 자살을 못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어머니가 삼촌에게 너무 빨리 재혼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하면서 그는 아버지 유령을 통해서 자신의 삼촌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마도 세익스피어가 12세기 덴마크로 그 배경을 잡았던 이유는 그 당시 덴마크 왕조가 흔들리고 있고 왕궁의 이야기만 나와있지만 그 당시 덴마크의 백성들 사이에서 분노와 분쟁이 일어나고 있었을 것이다. 햄릿이 어머니가 이렇게 재혼을 빨리 한 것에 대한 분노는 햄릿의 관점으로 자신의 어머니가 정절을 지키지 않고 색욕에 빠졌기 때문이었고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는 전통과 왕권이 무너지고 부패되는 덴마크 왕가를 보여준 것이다. 햄릿은 자신이 사는 세상이 그 질서가 무너지고 더러운 면모에 대해서 분노를 하지만 그는 직접적으로 저항하지 않고 소극적인 저항을 한다. 소극적인 저항은 바로 세상에 대해서 염세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는 계속 자신의 삼촌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지만 뚜렷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계속적으로 고민만 주구장창 한다. 아마 그의 모습은 일종에 르네상스 시대의 인간상을 보여주는데 그는 유령이라는 초자연적인 말을 들었지만 그것에 대한 확신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성적으로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더욱이 인간적으로 보았을 때,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이 사람으로 쉬운 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남자들에게 버림받고 광인의 노래를 부르는 오필리어


오필리어 : '당신의 참사랑이 남다른 줄 어떻게 아냐고요? 조가비 모자와 지팡이에 가죽신 때문이죠. 그분은 가셨어요. 아씨, 돌아가셨다고요. 머리맡엔 새파란 잔디요. 발치엔 비석이죠. 수의는 산중의 눈처럼 희었고 - 행긋한 꽃잎으로 장식되고 참사랑의 눈물로 적시어져 무덤으로 가지는 못했어요. 내일은 발렌타인 명절날, 이른 차임 때 맞춰 난 그대의 창 밑에 처녀로 애인되려 서 있네. 그대는 일어나 옷 걸치고 방문을 열었으니, 들어간 처녀 몸이 나올 땐 처녀 몸이 아니라네. 예수와 자선심의 성자여, 참말이지 창피하오. 젊은이들 닥치면 그 짓 해요 - 수탉들이 잘못이오. 그녀 왈 ' 옷고름 풀기 전에 결혼한다 약속했죠' 저 햇님에 맹세코 그럴려고 했었지, 네가 내 침대로 오지만 않았으면. ' (햄릿, 민음사 p151-153)


오필리어처럼 불쌍한 여자도 없다. 그녀는 폴로니어스의 딸이자 레어티즈의 여동생이다. 폴로니우스와 레이터즈는 오필리어에게 정절을 지키라고 한다. 특히나 처녀의 상징인 처녀막을 지키라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오필리어는 그의 아버지와 오빠에게 순종적으로 군다. 하지만 그녀는 햄릿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는 햄릿을 사랑하고 있으면서 아버지에게 성적으로 방종하지 말라는 세계 사이에 놓인 여자이다. 오필리어가 햄릿과 잠자리를 가졌는지 아닌지는 극에 정확히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햄릿이 광인인 척을 하고 오필리어에게 독설을 가하고 그녀는 충격을 받는다. 왜냐하면 아버지와 오빠가 햄릿을 경계하는데도 그녀는 햄릿을 사랑했다. 그러나 오필리어는 그 독설을 듣고 햄릿에게 버림받았다는 그 괴로움에 빠져있을 때 그의 아버지가 햄릿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녀는 정신줄을 놓고 광인이 되어 버린다. 그녀가 미쳐 ㅓ린 이유는 더 이상 왕궁 속에서 자신을 돌보아줄 남자들 아버지와 햄릿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오필리어는 광인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데 그녀의 노래를 통해서 햄릿과 잠자리를 잤다는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여기서 햄릿과 오필리어가 잠자리를 가졌는지 안 가졌는지는 중요한 부분이다. 솔직히 그녀가 광인이 되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그 노래 가사가 사실인지 망상인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세익스피어의 극에서 광대는 the fool 이라는 영단어를 가진다. the fool이라는 것은 광대이지만 광인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익스피어의 극에서 광대는 진실을 말하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필리어가 부르는 광적인 노래가 망상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녀가 정신이 나가 버린 것은 그녀가 아버지와 오빠가 말하는 정절을 어겨가면서까지 햄릿을 사랑했지만 햄릿이 그녀를 버리는 꼴이 되면서 그녀는 당연히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광인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참 불쌍하다.



클로디어스 왕과 거트루드 왕비 그리고 레이터즈 그들은 자연의 섭리를 저버린 자들


세익스피어의 비극을 보다보면 자연의 법과 인간의  갈등이 나타난다. 클로디어스 왕이 자연과 갈등하는 계기는 바로 자신의 형인 햄릿의 아버지를 독살한 것이다. 그 당시 왕이라는 존재는 하늘의 뜻에 따라 왕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잇었다. 그 속에서 하늘의 혈통인 왕을 시해한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는 것이었다. 즉, 클로디어스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권력을 탐했고 자연을 배반했다. 그와 더불어 자신의 형의 아내를 취함으로 형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였다. 이렇게 자연과 대립하는 인물은 언제나 비극을 맞이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클로디어스 왕이 매우 매우 나쁜 왕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는 완전한 악인은 아니다. 그는 자신이 자신의 형을 죽였다는 것에 대해서 자책을 하면서 고민에 빠지기도 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렇게 보면 오히려 그리스 비극에서 소포클래스의 <오이디푸스왕>이나 <안티고네>에 나온 주인공들의 비극에서 영웅의 모습을 가진 것은 클로디어스 왕이다. 그는 자연과 우주라고 명명되는 운명가 싸워서 자신이 이기려고 하지만 그 운명과의 싸움에서 완전히 패배함으로 고귀했던 귀족은 비극을 맞이한다. 오히려 햄릿에 비해 클로디어스 왕이 그리스 비극에서 말하는 주인공들과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그리스 비극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오히려 햄릿을 찌질해 보인다. 또한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 그들의 이런 권력투쟁은 이미 덴마크 사회가 점점 무너져 간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들은 햄릿과 달리 그들의 길을 선택한 두 남자 레어티즈와 포틴브라스


레어터즈 : 어찌하여 죽었소? 허튼수작 말라고. 충성 따윈 지옥으로! 저 끝없이 깊은 구덩이로! 저주도 불사하리. 내 입장은 이렇다. 이승 저승 상관않고 무슨 일이 닥치든지. 철두철미 아버님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 그 말이다. (햄릿 민음사 p157)

포틴브라스 : 햄릿을 무사답게 단상으로 운반하라. 왜냐면 그가 만일 보위에 올랐다면, 참다운 왕이 되었을 테니까. 그리고 그의 서거를 기리는 군악과 군례를 소리 높여 올리도록. 시신을 들어라. 이와 같은 광경은 전장에나 어울리지 여기선 흉하구나. 가서, 병사달이 조포를 쏘게 하라. (햄릿, 민음사 p208)


뒤에서 이야기 하겠지만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고민은 바로 그가 이 세상을 용서하며 조용히 살아갈 것이냐 아니면 복수하며 살 것이냐를 의미하는 바이다. 이렇게 햄릿은 계속 고민을 한다. 하지만 그와 완전히 다른 인물들이 있었으니 레어티즈와 포틴브라스이다. 레어티즈는 햄릿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분노에 휩쌓이면서 곧바로 행동을 한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 햄릿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결심을 하고 마지막에는 그와 결투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포틴브라스는 어떤가? 포틴브라스의 아버지와 햄릿의 아버지 시절 포틴브라스의 아버지가 햄릿의 아버지에게 땅을 빼앗긴다. 그리하여 그는 덴마크를 공격하려고 노르웨이 군대를 모으지만 포틴브라스의 삼촌이 그를 말려서 덴마크로 처들어 오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포틴브라스는 폴란드 원정을 떠나면서 햄릿은 포틴브라스를 만나는데 그 모습을 보고 햄릿은 마음을 고쳐먹는 계기가 된다. 그 이후 극의 마지막 부분에 포튼브라스가 덴마크에 오해를 풀려고 왔는데 햄릿과 왕족이 죽어있는 것을 보고 햄릿을 장사지내준다. 포틴브라스는 또한 햄릿과 대비되는 인물로 고민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포틴브라스는 원수인 덴마크를 공격하려고 했지만 복수심을 버리고 용서를 했던 사람이다. 이 둘의 모습을 보았을 때 햄릿은 복수와 용서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던 인물이라면 레어티즈와 포틴브라스는 세상에 대해서 한 명은 복수를 또 한 명은 용서를 선택했던 인물이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비극을 맞이한 햄릿


있음이냐 없음이냐(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를 들고 고해와 대항아여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건가 (햄릿, 민음사 p94)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말은 모든 사람들이 들어본 최대의 명대사이다. 그런데 그의 대사를 조금 해석해보면 이렇다. 이 더럽고 부조리한 세상을 용서하면서 조용히 살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에 대해서 복수심을 가지고 저항하고 살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다. 이런 결론이 나온 이유는 햄릿이 부조리한 세상에 조용히 살기에는 그 사회가 너무나 더럽고 부조리하다. 하지만 그가 선뜻 저항을 하고 복수의 칼날을 세우기에는 자신 또한 자신의 삼촌과 다를바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가 자신이 삼촌이나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처녀는 절대로 결혼하기 이전에 성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는 기독교의 율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그녀와 잠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자신이 그렇게 신봉하던 사회의 법이나 기독교의 율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햄릿이 처음에 자살하지 않고 살아있던 것도 자신이 자살을 하면 기독교 율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첫번째 독백에서 밝히고 있는 바이다. 그가 오필리어가 죽었다고 눈물을 흘렸을 때 그의 눈물에는 오필리어의 죽음에 대한 눈물도 있었겠지만 진정으로 슬픈 것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간의 본원적인 고뇌에 쌓였기 때문이다. 그가 그토록 증오하던 어머니와 삼촌이 했던 일을 자신이 했기 때문에 그는 삶의 자리로나 죽음의 자리로 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에서 홀로 고민하며 종국에는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그 모습이, 그의 대사가 아직까지 회자가 되고 널리 알려진 이유는 햄릿이 곧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4대비극을 다시 읽으며...

2013년도 다음에서 블로그를 열 때는 빨리 읽고 많이 글을 써내려 가면 된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서 처음에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글이 분석적이기 보다는 심층적인 분석이 안 되었던 것 같다.

예전에 글을 보니 많이 부끄럽다. 

2016년 인생이 고달파서 다시 <햄릿>을 읽었을 때는 그동안 못 보던 것들이 보였다. 역시 책은 특히 고전은 많이 보아야 한다. 아래 첨부는 3년전에 썼던 바보같은 글이고 지우고 싶은 글이지만 저 글을 보면서 얕게 읽고 싶은 마음을 접어버린다.


http://blog.daum.net/uglyfox/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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