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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Apr 01. 2017

영원히 소송에 걸린 인간으로 산다는 것.

<소송> 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 역시나 미로에 가까웠다. 요제프 K라는 인물이 자신의 서른 한번째 생일날 소송에 걸려 소송에 걸린 이유나 증거 없이 그것을 해결하려다가 마지막에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왜 요제프가 어떤 판결을 받았는지도 모르며 누가 그에게 소송을 걸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소송>은 안개 속에서 형체없는 무엇인가를 찾는 느낌이었다. 카프카의 소설이 난해한 것은 소설이 자신의 구원을 위해 글을 쓴 것이지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송>이라는 소설을 불태우려고 했던 작품을 훔쳐보는 느낌을 생각하니 뭔가 이상하다.



갑자기 소송에 걸린 요제프 K


누군가 요제프 K를 중상모략한 게 분명했다. 아무런 나쁜짓도 하지 않았는데 이날 아침 느닷없이 그가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소송, 팽귄북스, p.7)


요제프는 은행에서 부장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일정량의 수입이 있었으며 사회적으로 볼 때 도덕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등장과 함께 그가 소송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고 그는 점점 그는 삶에서 추방을 받게 된다. 그는 소송을 통해 자신의 일요일이라는 시간을 빼앗기고 더불어 자신의 업무에도 지장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소송이 점점 그의 내면을 잠식시키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그는 머릿속에 소송만이 추상적으로 존재할 뿐이었다. 그는 법원의 실체를 알기 위해 노력하고 수단과 방법을 간구하지만 모든게 다 허사였다. 사실 K가 아무 죄도 짓지 않았는데 유죄 추정을 받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원래 카프카의 소설은 이해하려면 안 된다.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금 생각을 해보자면 죄라는 것을 어떻게 규정하는냐에 따라 해석은 천차만별이 될 것이다. 죄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추함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고, 기독교의 원죄일 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건 카프카가 생각한 인간의 삶은 마치 끝 없는 '소송의 절차'를 겪는 것과 같다. 소송을 겪은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재판이 걸리게 되면 몸과 정신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우리의 삶에서 소송이라는 것은 자신이 무죄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일과 사랑 따위를 모두 제외시키고 소송에만 집중하는 것과 동일하다.


삶이 소송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법은 바로 당위의 문제다. 당위는 바로 '~해야만 한다'의 명령을 가지고 있다. 카프가가 그려놓은 <소송>이라는 사회는 법과 현실이 합쳐진 사회다. 마치 칸트의 세상같다. 칸트는 "네 의지의 준칙이 항상 동시에 보편적 법칙 수립의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그렇게 행위하라'라고 말했다. 즉, 각자의 지침이 항상 예외없이 명령의 원리로서 행동하라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칸트가 말한 것이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당위를 들이대는가. 우리는 가족 공동체로 태어나 부모를 공경하고 국가에 살기에 국가가 요구하는 것을 따르며 법을 따르며 살아간다. 모든지 이성적 판단과 명령에 따라 살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또한 얼마나 많은 우연이 존재하는가. 카프카는 우연적 요소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여자와 법정


요제프, 누구나 당신처럼 아무 때나 불쑥 찾아와 변호사님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변호사님이 아픈데도 밤 열한시에 당신을 만나주는 것을 당신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당신은 친구들이 당신을 위해 해주는 일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당신 친구들,  아니면 적어도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하지요. 나는 다른 고맙다는 말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아요. 당신이 나를 좋아해 주기만 하면 다른 건 필요 없어요. (소송, 팽귄북스, p.238)


<소송>의 거대한 문제점은 바로 절차의 사회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끝없는 절차로 연속되어 있다. 인간은 절차의 부품이 되었다. 공무원 사회에서 한 사람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수없이 많은 부분이 합쳐져서 거대한 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우리가 일을 하다보면 수많은 절차적 과정을 거치게 된다. 법정에서 첫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고 하더라도 다음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는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즉, 하나의 절차가 잘 풀린다고 그 결론까지 잘 풀린다고 보장할 수 없다. 이것은 인간 사회 특히 관료제에서 잘 들어난다. 우리가 회사에서 어떤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 회사 전체를 움직이지는 못하다. 수없이 많은 부분들이 합쳐져서 회사가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공무원 사회도 그러하다. 카프카가 보기에 우리의 인생은 큰 공기업에서 일을 보는 것과 같다. 수많은 절차에 따라 빨리 처리 되기도 하고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길을 잃기도 하며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기 위해 무의미한 시간을 흘러 보내는 것 같다. 그 절차 속에서 소설에 나오는 변호사 같이 절차의 세계 안에 존재하는 사람은 힘을 가진다. 절차는 곧 권력을 공고하게 만든다. 마치 의사 선생님이 우리를 진단하고 알지 못하는 글씨체로 우리에게 처방전을 써주는 것처럼 말이다.


<소송>을 보다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다. 소설에 나온 주요 여성들은 엘자(직접 등장하지 않음), 뷔르스트너, 법원 직원의 아내 그리고 레니이다. 엘자라는 인물은 요제프의 여자 친구인데 창녀이다. 하지만 그녀는 소설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요제프의 설명으로만 등장한다. 요제프에게 있어 엘자는 성적 욕구를 충당시켜주고 나름의 안식처를 제공해주는 여인이다. 요제프는 마음만 먹으면 그녀에게 갈 수 있지만 그녀에게 가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요제프는 그녀의 이미지를 다른 여성들에게 투영시킨다. 이미지라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요제프가 만난 뷔르스트너, 법원 직원의 아내 그리고 레니는 엘자의 이미지일 뿐 그녀에게 진정한 평온을 줄 수가 없다. 세 여인이 요제프를 돕겠다고 하지만 요제프는 그 도움들을 거절해 버린다. 이 소설에서 여성들은 요제프의 일시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사랑을 통해서 소송에 걸린지 모를 정도로 빠지며 일종의 삶의 낙이다. 이런 점에서 카프카는 여성을 통해 자신의 구원을 얻고자 한다. 그러나 카프카의 소설에 나온 여성들은 모두 부조리한 사회에 짓눌리게 된다.



개처럼 죽은 요제프 K의 실존



내가 먼저 물어본다는 걸 깜빡 잊었는데, 어떤 종류의 석방을 원하나요? 여기에는 세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말하자면 실제적 무죄 판결, 외견상의 무죄 판결, 그리고 판결 지연이 있지요. 물론 실제적 무죄 판결이 가장 좋지만, 나는 이런 종류의 해결에는 조금도 영향을 미칠 수 없어요. 내 생각에 실제적 무죄 판결이 내려지도록 미칠 수 있는 개인은 아무도 없어요. 이를 결정하는 것은 분명 피고인의 무죄뿐이겠지만요. 당신은 죄가 없으니까 오직 당신의 무죄만을 믿고 의지하는 게 실제로 가능할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당신은 나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을 겁니다. (소송, 팽귄북스, p.197)


외견상의 무죄 판결의 경우는 이와 달라요. 서류상으로 볼 때 무죄 확인서, 무죄 판결문, 무죄 판결 사유서가 붙어다니는 것 말고는 그 이상의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 외에도 서류는 계속 수속 중이고, 법원 사무처들이 끊임없이 교섭하며 요구하는 대로 상급 법원으로 이송되었다가 다시 하급 법원으로 반송되면서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합니다. 그리고 그 간격이 컸다가 작았졌다 하며, 지체되는 기간 역시 길어지기도 짧아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로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할 수가 없지요. 외부에서 보면, 모든 것이 진작 잊혀지고 서류는 어딘가로 사라져 무죄 판결이 완전히 확정된 듯한 인상을 줄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러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에요. 서류가 분실되는 일은 엾으며, 법원에서 잊어버리는 법도 없어요. 하루는 어떤 판사가 그 서류를 집어 들고 한층 더 주의 깊에 살펴보다가. 이 경우에는 고소가 아직 유효함을 깨닫고는 즉각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중략) 물론 아니지요. 두 번째 무죄 판결 다음에는 세 번째 체포가, 세 번째 무죄 판결 다음에는 네 번째 체포가 이어지고, 계속 그런 식으로 이어져 갑니다. 의견상의 무죄 판결이라는 개념에 이미 그런 내용이 들어 있는 거지요. (소송, 팽귄북스, p.205-207)


판결 지연이란 소송을 가장 낮은 단계에 있도록 계속 붙잡아 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피고인과 조력자가, 특히 조력자가 사적으로 법원과 끊임없이 접촉해야 하지요. 거듭 말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외견상의 무죄 판결을 얻을 때만큼 힘을 쓸 필요는 없지만 훨씬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해요. 소송에서 눈을 떼서는 안 되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또 특별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담당 판사를 찾아가서 어떤 식으로든 친분을 유지해야 하지요. (소송, 팽귄북스, p.208)


소설을 읽다 보면 이해가 안 갈 것이다. 화가의 아틀리에를 찾아 떠나지만 소녀들이 방해하고 아틀리에가 법원 소속이었고 변호사가 누워서 사무를 보고 이상한 세계다. 카프카는 <소송>을 통해 인간은 소송과 죄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송>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거대한 법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K는 이 안에서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카프카는 이 부조리한 세상에서 희망이 없음을 보았다. 우리가 그 희망 없음을 부정하는 것은 소송 절차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그 허무함을 이기기위해서 많은 사람들은 돈, 사랑, 명예와 같은 것에 빠지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카프카를 해석하는 것이 어리석은 짓이지만 죄라는 것이 원죄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서구의 개념에서 모두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래서 교회에 나가고 지금 서양 사회에서 교회의 힘이 많이 약해졌지만 전통이나 규범에는 아직도 기독교적인 것이 많다. 이런 규범이나 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을 의미있는 존재로 받아들인다. 그런나 카프카의 눈에 이 세상은 허무다. 끝없는 허무를 이기는 것은 세상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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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김민성입니다.

제가 책을 냈습니다. 서울을 돌아다니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생각을 책으로 엮게 되었습니다.

 5월 모든 서점에 <서울 르포라이터 도전기>가 나옵니다!!!!!!

감사합니다.

아래는 목차입니다!!!!!!!!!


오늘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어쩌면 어제였나, 나는 모르겠다. 

서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며 
12 압구정동 :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중입니다 
22 강남대성학원 : 답을 잘 찍는 사람이야말로 승자다 
30 N타워 : 나는 죽지만… 너는 살아… 왜냐하면… 
38 신촌 : 아프니까 왜 청춘이냐 
46 강남역 : 아침에는 영어 학원으로 
54 경복궁 : 설현은 안중근 의사를 몰라서 눈물을 흘렸어 
61 대학로 : 김제동의 농담 
68 한국은행 : IMF 이후 한국에 등장한 근대적 인간들 
75 KBS 방송국 : 셀카 찍는 사람들의 고독 
83 광화문 교보문고 : 1년에 한권도 읽기 힘든 당신에게 

서울 속의 우리에 관하여 
94 강남역 : 무차별 살인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102 K-Star Road : 대중들은 아이돌을 고르느라 샤샤샤 
109 종로 3가 : 어느 개저씨의 죽음 
116 잠실 롯데월드 : 헬리콥터 맘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124 쉑쉑버거 강남역점 : 힐링사회의 그늘 
132 청담동 유흥업소들 : 강남패치와 희생양 
140 홍익대학교 : 홍대 앞에 나타난 거대한 일베 조각상 
147 서울시립미술관 : 이게 미술이냐 
153 선릉역 : 결국엔 무엇이 남을까 
162 광화문 광장 : 광화문 광장에서 희망을 보다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174 서울대학교 : 대학은 학문하는 사람을 키우는 곳이다 
181 구룡마을 : 인생을 포기하게 만드는 나라 
188 삼성동 한전 부지 :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권리가 있다 
195 JTBC 방송국 : 직업으로서의 기자, 소명으로서의 기자 
202 여의도 국회 의사당 : 시인이 정치인이 되는 사회 
209 여의도 증권가 :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가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 
217 서초동 사랑의 교회 : 사랑의 그 무게 
225 서초동 대법원 : 나의 위선의 가면이 진실된 가면이 되길 
232 신림동 : 국민을 광인이라고 배제시키지 말라 
240 서울시청 앞 광장 : 나에겐…… 우리에겐 꿈이 있다 


책구매는 아래 링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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