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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May 15. 2017

나는 유승민 의원을 보았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유승민


2015년을 회상하다


17년 동안의 정치 생활에서 내가 선택한 쪽은 대부분 남아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 선택이 옳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목소리를 내기까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지만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 자체로 매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며 무조건 조용히 나가라고 등을 떠미는 이들이 많지만 나는 침묵을 지키는 것보다는 욕을 먹더라도 목소리를 내야 세상이 바뀐다고 믿었고, 아직도 그렇게 생각한다. 끝까지 해보고 나서, 0.00001%의 가능성도 없다면 그 때 새로운 길을 찾으면 된다. 그 전까지는 목소리를 내야한다. 그것이 민주공화국에서는 정치 참여, 투표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봄빛서원, P.122)


내가 유승민 의원을 알게 된 것은 2015년 여름 경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게 레이저 빔을 맞으며 원내 대표 사퇴를 압박당하고 있을 때였다. 13일 정도를 버티다가 원내 대표를 내려놓을 때, 그의 연설문이 참 명문이었다. 그 연설문에서 제일 기억나는 키워드는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와 '헌법 제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말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어 일을 빠르고 시원시원하게 처리하는 것에 나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지금 이렇게 느끼는 이유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지난 4년 동안 국가는 나를 답답하게 만들고 괴롭혔다. 사실, 유승민 의원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저 말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당시 나에게 울림을 주었던 이유는 지난 4년동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유승민 의원이 누군지 몰랐지만 그 연설이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 썪어 빠진 보수에도 진정한 보수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헌법의 그 지엄한 가치


보수는 말 그대로 지키는 것 아닌가. 국민을 지키는 것은 보수의 책무 중 책무다. 한나라당의 편이 되어준 국민들을, 유권자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그들을 더 힘들게 하고, 엉뚱한데 국가 예산을 쓴다면 민심이 떠나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보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 하는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호소였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봄빛서원, P.128)


보수가 지켜야 할 또 다른 중요한 가치는 헌법이다. 대한민국을 지켜온, 지탱해 온 힘이 헌법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나는 헌법을 꺼내 읽는다. (중략) 내가 원내대표 사퇴 연설을 하면서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무소속 출마를 밝히면서 헌법 1조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인용했던 것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봄빛서원, P.128)


모두의, 모두를 위한 나라여야 한다. 보수만을 위한 나라, 진보만을 위한 나라는 없다. 부자만을 위한 나라, 정규직만을 위한 나라도 없다. 서민과 비정규직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너와 나, 우리가 함께 가지 않으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안에서부터 무너질 수 있다. 국가도 생물이기 때문이다. 그 전에 변해야 한다. 국민들이 행복하고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나라, 대한민국을 원한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봄빛서원, P.199)


이제 나이 이십대 후반이 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참 많이 분노했던 것 같다. 그 분노는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분노였다. 나는 대한민국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쓰던 당시 많은 청년들을 인터뷰 했었다. 나만, 힘들다면 나 개인의 문제지만 내가 취재했던 모든 친구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괴롭고 힘들고 눈물 짓고 있었다. 10명 중 한 명이 괴롭다고 하면 개인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볼 수 있지만 열 명 중 아홉 명, 열 명이 그렇게 외친다면 사회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유승민 의원이 앞에서 말한 것처럼 대한민국 국민은 행복해야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청년은 행복하지 않다. 그동안 보수주의자들은 청년 문제보다는 노인문제에 더 관심을 보였었다. 그 이유는 청년의 득표는 별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신, 노년층 유권자의 표는 당선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이 젊은 층에게 눈길을 돌렸던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선거 유세를 보며 아쉬었던 점이 있다. 유승민 당시 대선 후보는 TK 지역과 노년층에 많은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대선 결과가 나오자 오히려 청년층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던 것이다. 오히려 청년층을 타겟으로 삼아 선거 유세를 했다면 조금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의란 무엇인가 그리고 보수가 가야할 길은 무엇인가?


정의는 분배에 있어 공평해야 한다. 권리와 의무를 나눔에 있어 평등해야 한다. 나는 세금을 내는데, 어떤 이는 세금을 안 내고, 나는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데, 다른 사람은 군에 가지 않는다면 공평하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중략) 누구도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부자일 수도 있고, 가난할 수도 있다. 미도나 천재적인 두뇌를 갖추고 태어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가 될 수도 있다. 북한에서 태어날지 대한민국에 태어날지도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모두 자연의 선택이다. 이런 천부적 운에 삶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 롤스의 주장이다. 그는 "천부적으로 타고나는 것은 단지 자연적인 사실일 뿐 정의 여부가 문제되는 것은 제도가 그러한 사실들을 처리하는 방식" 이라고 지적하면서 귀족사회나 계급사회가 정의롭지 않은 이유는 한정되고 특권을 가진 계층에 속하게 되는 근거가 우연성 뿐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하였다. 다시 말해, 이런 우연성을 교정해주지 않는 사회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라는 말이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봄빛서원, PP.220-221)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한국의 보수정치, 보수주의를 반성했다. 보수는 과연 무엇을 해왔던가? 그동안 한국의 보수는 무엇을 지켜왔는가? 한국전쟁에서 공산주의자들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켰고, 산업화로 가난을 물리쳤고, 이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킨다고 한다. 보수는 반공, 자유, 시장경제, 경제성장의 가치를 지켜왔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가 지켜온 것은 반쪽의 헌법 아닌가? 헌법에는 자유도 있지만 정의, 평등, 공정, 법치도 있다. 성장도 있지만 복지도 있다. 보수는 과연 우리 헌법을 제대로 지켜왔는가?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봄빛서원, P.268)


한국의 보수를 생각하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동안 한국의 보수를 표현하면 '보수는 경제와 안보만을 지키면 된다' 였다. 그런데, 이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이냐 하면, 안보와 경제만 잘 살리기만 하면 도덕적 결함이나 돈을 먹는 것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 지나치게 말한다면, 성범죄를 저질러도 경제와 국방만 살리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보수의 가치는 박근혜 정부의 몰락과 함께 무너지게 되었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난 것은 바로 한국 보수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승민 의원의 책을 보면 합리적인 모습이 보인다. 보수주의자가 절차를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썩은 보수 중에서도 아름다운 보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역시, 경제학자 답게 정의의 문제를 다루었다. 공정한 룰을 정하는 것, 법치를 세우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이다. 시스템을 정상화 시키기 위해서 법치를 세우자는 것이 유승민 의원의 생각이다. 이제 보수가 살아남을 길은 오로지 헌법을 따르는 길이다. 법치에 철저하고 공정한 룰을 만든다면 보수는 살아남을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아직 대한민국에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별로 없다고 말이다. 몇 십 년이 흐른 후 건강한 보수가 많이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아래는 목차입니다!!!!!!!!!


오늘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어쩌면 어제였나, 나는 모르겠다. 

서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며 
12 압구정동 :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중입니다 
22 강남대성학원 : 답을 잘 찍는 사람이야말로 승자다 
30 N타워 : 나는 죽지만… 너는 살아… 왜냐하면… 
38 신촌 : 아프니까 왜 청춘이냐 
46 강남역 : 아침에는 영어 학원으로 
54 경복궁 : 설현은 안중근 의사를 몰라서 눈물을 흘렸어 
61 대학로 : 김제동의 농담 
68 한국은행 : IMF 이후 한국에 등장한 근대적 인간들 
75 KBS 방송국 : 셀카 찍는 사람들의 고독 
83 광화문 교보문고 : 1년에 한권도 읽기 힘든 당신에게 

서울 속의 우리에 관하여 
94 강남역 : 무차별 살인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102 K-Star Road : 대중들은 아이돌을 고르느라 샤샤샤 
109 종로 3가 : 어느 개저씨의 죽음 
116 잠실 롯데월드 : 헬리콥터 맘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124 쉑쉑버거 강남역점 : 힐링사회의 그늘 
132 청담동 유흥업소들 : 강남패치와 희생양 
140 홍익대학교 : 홍대 앞에 나타난 거대한 일베 조각상 
147 서울시립미술관 : 이게 미술이냐 
153 선릉역 : 결국엔 무엇이 남을까 
162 광화문 광장 : 광화문 광장에서 희망을 보다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174 서울대학교 : 대학은 학문하는 사람을 키우는 곳이다 
181 구룡마을 : 인생을 포기하게 만드는 나라 
188 삼성동 한전 부지 :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권리가 있다 
195 JTBC 방송국 : 직업으로서의 기자, 소명으로서의 기자 
202 여의도 국회 의사당 : 시인이 정치인이 되는 사회 
209 여의도 증권가 :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가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 
217 서초동 사랑의 교회 : 사랑의 그 무게 
225 서초동 대법원 : 나의 위선의 가면이 진실된 가면이 되길 
232 신림동 : 국민을 광인이라고 배제시키지 말라 
240 서울시청 앞 광장 : 나에겐…… 우리에겐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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