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성 Jun 20. 2017

우리의 삶이 리얼리티 쇼라고?

<시뮬라시옹> 장 보드리야르

인스타그램과 현실의 괴리


인스타그램을 시작한지 4개월 밖에 안 되었다.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느낀 것은 아름답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멋지고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자기 관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여행을 가서 '나 정말 멋진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지금 여행을 갈 수 없는 나로서는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부러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도 신나게 고독한 미식가처럼 사진을 찍어 올렸다. 몇몇 사진은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고독한 미식가처럼 먹는 모습은 나의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현실의 나를 100퍼센트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 모르는 사람들이 나의 먹방 사진을 보게 된다면 맛집만 찾아다니는 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맛집을 찾아가기는 하지만 그렇게 많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SNS에서 나의 현실은 아무런 필요가 없다. SNS에서 비춰지는 내 모습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남자다. 나의 예를 통해 보았을 때, 인스타그램에서 여행 많이 다니고, YOLO 인생을 연출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고 보여진다. 매체가 발달하고 나서 우리는 SNS를 통해 보여진 모습에 대해 관심이 많아질 뿐 현실의 모습은 필요없다. SNS에서 포토샵의 힘을 빌려 내 얼굴을 송중기로 고쳐서 사진을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나의 계정을 팔로우 할 것이다. 이렇게 SNS에서 송중기로 뽀샵한 내 모습과 현실의 내 모습이 괴리가 되어도 문제는 없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 시대는 원본 따위는 필요 없고 남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와 시뮬라크르들이 중요할 뿐이다.



왜 너는 명품을 사는거여? 현대의 자본주의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판다


시뮬라크르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인공물을 지칭한다. (중략) 원본 없는 이미지가 그 자체로서 흉내낼 수 없는 이미지이며, 이 원본 없는 이미지가 그 자체로서 현실을 대체하고 현실은 이 이미지에 의해서 지배받게 되므로 오히려 현실보다 현실적인 것이다. (시뮬라시옹, 민음사, P.9)


시뮬라크르를 주먹다짐으로 해석해 본다면 '허깨비'다. 우리가 명품에 목숨을 거는 것을 생각해보자! 사실 길거리에서 파는 가방이나 명품 브랜드에서 파는 가방이나 실용적 측면에서는 비슷하다.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의 입장에서 본다면 같은 실용성에 더 싼 값을 지불하고 가방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우리는 명품을 선호한다. 보드리야르가 지적하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는 실용적인 가방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 가방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즉 기호를 파는 것이다. 알다시피 브랜드라는 것은 허깨비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허깨비 즉 시뮬라크르라는 기호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명품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아파트도 꼭 브랜드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핸드폰을 사더라도 애플이나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사는 것이다. 진중권 교수의 <미학 강의>에서 나온 그의 정의에 따르면 시뮬라크르는 가상도 아니고 실재도 아닌 제 3의 존재 층위라고 하였다. 옷 광고에서 연예인들이 입은 옷을 보면 마치 그 옷을 입으면 내가 그 연예인처럼 된다는 기호를 사는 착각이 바로 시뮬라크르다. 그렇다면 시뮬라크르의 명사형인 시뮬라시옹은 무엇인가? 시뮬라시옹은 시뮬라크르를 통해 짜여진 세상을 의미한다.



디즈니랜드와 박근혜 탄핵 사건


디즈니랜드는 <실제의> 나라, 실제의 미국 전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하여 거기 있다. (중략) 실재가 더이상 실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숨기고, 따라서 사실성의 원칙을 구하기 위한 문제이다. (시뮬라시옹, 민음사, P.41)


장 보드리야르는 디즈니를 시뮬라시옹의 주 타겟으로 잡는다. 개인적으로 디즈니 영화 <주토피아>를 좋아하지만 <주토피아>만큼 시뮬라시옹한 예도 없을 것이다. <주토피아>에서 더러운 뉴욕 거리는 동화의 나라로 포장되고 그 안의 갈등은 동물들의 개그로 변형된다. 마약을 만드는 장면 또한 동화처럼 둔갑을 한다. 뉴욕 거리는 더럽고 양극화 현상이 극에 달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토피아>는 현실의 모습을 아름다운 동화의 나라로 바꿔 버린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뉴욕의 현실적인 모습이나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보다는 '오! 뉴욕 라이프'라는 환상에 빠지게 된다. <주토피아>라는 단적인 예를 통해 디즈니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디즈니가 당연히 교육적 기업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좋은 일을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디즈니가 완전하게 순수한 기업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디즈니하면 사랑스러운 동물들을 생각할 만큼 디즈니는 철저하게 동화적 모습을 보여준다. 동화적 모습을 통해 디즈니는 우리의 현실 감각을 마비시키며 오히려 디즈니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미친놈으로 모는 힘을 가지는 것이다.


<시뮬라시옹>에서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여줬지만 나는 보드리야르의 이론이 대한민국 근래에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사건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세월호 사건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통점은 바로 한 인물을 박살냈다는 것이다. 당연히 유병언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하고 법의 절차에 따라 죗값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언론의 권력을 유추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세월호 사건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개인의 사리사욕과 몰지각함에 때문에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 큰 맥락으로 보았을 때, 부패한 시스템의 문제 또한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그동안 대부분의 언론이 비춘 것은 무엇인가? 세월호 사건에서는 유병언만 때려 잡으면 된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지금 진실로 나온 것은 세월호 사건과 대한민국의 제도의 문제까지 그 뿌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은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들의 심판에 관심이 있지, 그들이 날뛸 수 있게 만든 시스템 즉 제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보드리야르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통해 지적한 것은 정치나 시스템은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 대통령의 문제로 모든 것을 돌려버린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이 두 기로에 서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로 회귀하는가 아니면 개혁을 하는가... 현 정부가 시뮬라시옹을 이용하지 않고 악한 시스템을 고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이퍼 리얼리티가 지배하는 사회


오늘날의 시뮬라시옹은 원본도 사실성도 없는 실재, 즉 파생실재(하이퍼 리얼리티)를 모데들을 가지고 산출하는 작업이다. (시뮬라시옹, 민음사, P.12)

실재는 이제는 조작적일 뿐이다. (시뮬라시옹, 민음사, P.16)


박근혜 대통령 사건이나 세월호 사건을 통해 느낀 것은 내가 바라보는 실재 세상이 관연 진짜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언론이 진실되게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론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실재가 아니게 된다. 언론이 '어떤 물건의 효능이 좋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그 물건을 소비한다. <내부자들>이라는 영화에서 조국일보 주필이 기사를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실재는 날조되고 조작된다. 이병헌이 연기한 안상구는 진실을 알고 진실을 알리려고 하지만 언론은 안상구를 살인마와 깡패라고 조작을 해버린다. 그의 도덕성에 문제가 생기자 안상구가 말하려는 진실은 거짓이 된다. 언론의 역할은 거울과 같다. 거울처럼 세상을 비춘다. 그런데 거울을 어떤 각도에 따라 비추느냐에 따라 세상의 모습은 다르게 보인다. 언론은 사실만을 보여준다.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 곧 진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실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보여주기 싫은 것을 빼버리면 진실은 은폐될 수 있다.


사실, 언론이 조작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시뮬라시옹은 구시대적 방법이다. 보드리야르가 지적하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전체주의와 감시와 통제의 사회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리얼리티 쇼의 전성 시대다. <미운 우리 새끼> 나 <인간극장>이나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취지다. 그러나, 카메라의 시선이 있을 때, 우리는 과연 자유로울까?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현실의 부부보다 더 부부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매체에서 보여주는 '좋은 남자 만나는 법', 맛집 추천 리스트, 꼭 가보아야 할 장소를 통해 매체의 말을 듣고 행동을 한다. 연예인들이 밥을 먹으러 간 곳이면 우리는 따라 간다. 현대의 시뮬라시옹은 매체가 짜놓은 판 속에서 수많은 광고 아닌 광고를 보며 그곳에 가는 것이 마치 자신의 자유의지처럼 생각을 하며 행동을 한다. 우리는 모두 리얼리티 쇼를 시청하며 우리의 거대한 세계 무대 속에서 우리 또한 리얼리티 쇼를 찍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내적으로는 수많은 광고를 보며 매체의 선택에 따라 행동을 하며, 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누군가가 스마트폰으로 날 찍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우리는 카메라 앞의 배우들처럼 행동을 한다. 현대사회에서 매체는 우리의 무의식을 조작하며 마치 그 무의식이 우리의 선택이라고 믿게 만든다. 현대의 시뮬라시옹은 내 자신을 매체에 의해 받아들인 무의식으로 자신을 통제하고 상대방을 감시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장 보드리야르의 지적은 우리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박열의 여친 가네코 후미코? 아니 나는 가네코 후미코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