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합의제 민주주의를 말하다> 최태욱
국가는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 그 답은 간단하다. 바로, 법치에 따르는 정치를 해야 한다. 법치라는 것은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 또한 법에 따라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해본다. 법치 제도가 먼저인가 아니면, 법치에 따라 다스리는 사람이 잘 해야 하는가? 사실, 제도 즉 시스템과 사람의 관계는 학계에서 많은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형 합의제 민주주의를 말하다>는 제도주의자가 정치 체제를 바라본 세상과 꿈꾸는 세상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의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양당제 국가의 선거정치 결과는 통상 중산층 유권자들의 보수파와 진보파 정당 중 어느 한 쪽에 표를 더 많이 주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저소득층의 표는 어차피 자기 것이라고 여기는 진보파 정당의 압장에에선 어떻게든 중산층 표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자장 중요한 일이 된다. (한국형 합의제 민주주의를 말하다, 책세상, P.19)
다당제 -합의제 민주국가에서는 돈보다는 생명,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사회적 형평성, 경쟁보다는 연대, 성장보다는 분배와 복지를 중시하는 중도좌파 성격의 정부가 구성될 확률이 중도우파의 경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형 합의제 민주주의를 말하다, 책세상, P.22)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같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선호와 이익이 제대로 지켜지는 시장경제체제를 만드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 목표라 할 수 있다. (한국형 합의제 민주주의를 말하다, 책세상, P.147)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유럽식 조정시장경제의 특징은 시장 조정 과정에 노동이나 중소기업 등의 사회경제적 약자 그룹이 자본이나 대기업 등의 강자 그룹과 동등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참여한다는 것이다. (한국형 합의제 민주주의를 말하다, 책세상, P.153)
대한민국의 정치체제를 보는 눈은 눈쌀을 찌푸리게 만든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정치적 쇼를 하며 청문회 때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며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마치 정치인들은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정치로 돈을 벌려는 것 같다. 민주주의의 두 가지 기본 요소는 바로 참여와 대표제이다. 시민은 투표권을 행사함으로 민주주의에 참여하며 표를 많이 받은 정치인이 정치가가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면 오늘날의 정치인들이 과연, 시민의 요구를 잘 반영하는지는 의문점이 든다. 대한민국이 당면한 문제를 정치인들이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 문제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에 맞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신자유주의 시대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경제민주화를 외친다. 저자가 꿈꾸는 세상은 경제 민주화를 이루는 사회다. 사실, 저자가 생각하는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바다. 대한민국에서 박근혜 정부가 내걸었던 경제민주화 정책은 매우 모호해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의 짧은 경제학 지식과 정치학 지식으로 생각해 보건데, 경제는 평등한 것이 아니라 공정해야 하고, 정치는 공정이 아니라 평등(1인 1표)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경제가 평등해야 할 때가 있다. 바로, 경쟁의 기회는 공정해야만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경쟁의 룰은 공정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이런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치가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 해법은 바로 비례대표제를 통해 정치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정당의 등장을 일으키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치가 잘 돌아가서 매타행위를 잘 이행하면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시스템 이야기하다 갑자기 왜 정치적 기업가가 갑자기 툭 튀어 나옵니까?
사람을 바꾸는 일보다는 제도를 고치는 일이 훨씬 빠르다. 사회경제적 효과도 제도 개선 쪽이 더 확실하다. 단기는 물론 장기적 안목으로 보더라도 그러하다. (한국형 합의제 민주주의를 말하다, 책세상, P.59)
개혁을 한다면서 제도는 그대로 두고 사람만 바꿔보자는 식의 접근은 기껏해야 미봉책에 불과하다. 근본 개혁을 위해 시급한 것은 새 제도이지 새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형 합의제 민주주의를 말하다, 책세상, P.63)
저자가 꿈꾸는 세상은 멋진 세상이다. 유럽식 옷을 마치 대한민국에 입히려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피곤했던 부분은 저자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 같았다. 유럽의 제도는 합리적이고 복지 제도 또한 좋게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저자가 대한민국의 역사적 맥락을 제외시키고 유럽식 모델을 무조건적으로 이식하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오로지 고려하는 것은 공식적인 면이다. 오히려, 문화적인 측면이나 역사적 측면인 비공식적인 요소를 거의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저자의 말은 매우 합리적이다. 당연히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저자의 말은 우리가 깊이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하지만, 네덜란드라는 대한민국과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맥락이 상이한 국가의 예를 들고와서 대한민국도 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한 번 더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제도가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제도가 잘 이루어진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다. 예전에 서울대학교에서 지역균형을 고려해 학생을 뽑는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나는 지역균형 인재를 뽑는 것은 좋은 제도였지만 입시에 눈이 먼 몇몇 부도들은 아이를 지방으로 전학시켰다. 제도의 악, 시스템의 악은 제도가 나빠서 생기는 요소도 있지만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의 악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저자는 제도를 뜯어 고치자고 외치다 갑자기 '정치기업가'를 외친다. 책을 읽다가 조금 당황했다. 왜냐하면 시스템을 정확하게 만들어 놓으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던 저자가 갑자기 영웅을 갈망하는 것이었다. 정치기업가 같은 영웅이 나타나서 제도를 바꾸는데 아이디어를 주고 개혁을 일으킨다는 말은 저자가 왜 이 책을 썼는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책을 읽어보면 정치기업가는 안철수를 지지하는 것이다. 제도를 뜯어고지차던 사람이 갑자기 영웅주의에 자신의 사활을 건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자는 책의 대부분을 사람보다는 제도에 우선 순위를 두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형 합의제 민주주의를 말하다>는 마치 자신의 생각을 적고 마지막에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후보에게 보내는 포토폴리오가 아닐까하는 의심을 해보았다.
민주주의의 발걸음은 느리다.
나쁜 시스템이 악한 상황을 만들면 선량하고 평범한 사람도 악을 저지르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나쁜 시스템과 상황 속에서도 선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후불제 민주주의, 돌배게, p.376)
국가는 누가 다스려야 할까? 제도가 먼저일까, 아니면 사람일까? 무엇이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닐까? 나는 대한민국에서 제도의 개혁 또한 중요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시민이 다스리는 정치를 생각해 본다. 오늘 한 여당의 정치인이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공개했는데 여당 정치인은 비록 여당이지만 정부의 인사에 관해 비판적 의견을 냈었다. 그의 페이스북 댓글을 보면서 여당을 지지하던 지지자들의 댓글을 보고 두려움을 느꼈다. 유시민 작가 또한 강경화 장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거센 비난을 받고 사과까지 하였다. 민주주의는 느리다.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빠른 해결책이라고 하지만 궁극적으로 보았을 때, 시민이 똑똑해져야 한다. 바로 민주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은 헬조선이다. 하지만, 이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이행하며 겪는 고통일 뿐이다. 프랑스도 피를 대가로 민주주의를 이룩했고, 미국 또한 문제가 많지만 민주주의의 대가를 치뤘다. 대한민국은 지금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주의의 발걸음이 느린 만큼 우리는 그에 따라 많은 시민이 똑똑해지고 이기심을 버리며 자신을 희생하는 시대가 도래했을 때, 민주주의에 대한 제 값을 다 지불한 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