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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Jul 12. 2017

우리는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인가?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테니시 윌리엄스

미국에서 수업을 들을 때, 미국의 역사를 알고 싶으면 1910년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를 읽으라고 들었다. 1920년대를 알고 싶으면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1930년대가 알고 싶으면 <분노의 포도>를 읽으라고 들었다. 그 당시 안되는 영어로 책도 읽고 영화도 보았는데, 이번에는 한국어판으로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를 읽었다. 거의 10년 전에 보았던 책이지만 다시 읽으니 느낌이 다르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은 모든 주인공들이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 욕망을 어떻게 분출하고 찾아내는지를 중심으로 보면 그의 희곡은 흥미진진하다.


욕망을 탐하는 여인 마거리트


마거리트 : 찢어지게 가난해서, 꼴도 보기 싫은 친적들에게 알랑거려야 하는 심정이 그런 거라고. 그 사람들한테는 돈이 있고 내게는 물려받은 옷가지와 곰팡내 나는 3퍼센트짜리 오래된 정부 채권밖에 없었으니까. 우리 아빠는 술을 좋아했어. 아빠는 당신이 에코 스프링을 사랑하듯이 술을 좋아하셨지! ...... 그리고 불쌍한 우리 엄마는 그 오래된 정부 채권에서 나오는 월 150달러를 가지고서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체면을 지키기 위해 애쓰셨다고!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민음사, P.60)


마거리트는 미국 남부의 지주 집에 시집을 간 여자다. 마거리트에 대한 캐릭터를 보면 남자를 유혹하는 미모와 남자를 홀리는 매력이 있으며 머리 또한 좋다. 1막에서 마거리트와 그의 남편 브릭의 대화가 계속 나온다. 이 부부의 문제는 아무리 마거리트가 유혹을 해도 남편인 브릭이 그녀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특히, 마거리트는 브릭이 자신과 관계를 맺지 않는 것에서 불안감을 느낀다. 마거리리트는 자신을 언제나 고양이라고 하며 뜨거운 양철 지붕 위에 놓여 있다고 표현한다. 그녀는 브릭이 좋아서 결혼한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로는 그녀의 컴플랙스를 이겨내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바로 지극한 가난이다. 마거리트는 돈에 대한 욕망을 보이는 여인이다. 브릭에게 자신이 가난해서 브릭을 놓일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당당함을 보인다. 마거리트는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브릭과 결혼했다. 어떻게 보면 그녀가 속물 같기도 하다. 그러나, 테네시 윌리엄스는 마거리트를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브릭의 형인 탐욕스러운 구퍼와 구퍼의 부인 메기는 브릭의 아버지이자 빅파더에게 알랑방구를 뀐다.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는 빅파더에게 거짓으로 효도를 한다. 구퍼와 메기 그리고 마거리트는 모두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구파와 메기는 자신의 탐욕을 숨기며 거짓의 세계에 산다. 마거리트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마거리트는 욕망을 추구하는데 숨기지 않는다.



거짓 세계를 싫어하는 브릭과 시한부 인생의 빅파더


빅파더 : 인간이란 동물은 죽어 버리는 짐승이야. 그런데 돈이 있으면 사고 또 사고 산단 말이다. 살 수 있는 대로 모조리 사 버리는 데는 마음 한구석에 영생도 살 수 있을 거라는 미치광이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결코 있을 수 없는데...... 인간이란 동물은 말이야......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민음사, P.103)


빅파더 : 나는 허위와 더불어 살아왔어! ...... 왜 너(브릭)는 그렇게 못하니? 젠장, 너도 더불어 살아야만 해, 허위 말고 같이 살 게 또 뭐가 있니? 안 그러냐?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민음사, P.123)


브릭 :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나랑 스키퍼가 같이 ...... 동성애를! ...... 했다고, 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민음사, P.131)


브릭이 마거리트와 성적 관계를 맺지 않는 이유는 과거의 상처 때문이다. 학창시절 브릭은 스키퍼라는 친구와 풋볼팀에서 멋진 우정의 관계를 나누었다. 그런데, 마거리트의 눈에 브릭과 스키퍼의 우정은 우정을 넘어서서 동성애에 가깝게 보였던 것이다. 1910년대의 미국에서는 동성애는 불법이었다. 또한 사회적 시선도 곱지 않았다. 그리하여 언제나 솔직하고 순수한 브릭은 스키퍼와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브릭은 마거리트와 결혼을 하고도 스키퍼와의 관계는 계속 유지 되었다. 사실, 곡을 읽다보면 브릭과 스키퍼가 동성애를 했는지 아니면 우정인지 그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 그렇기 때문에 해석은 열려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브릭과 스키퍼가 서로를 연인으로 의식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마거리트는 스키퍼가 껄끄러웠고, 스키퍼에게 이성애를 증명시키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마거리트와 스키퍼가 잠자리를 함께한 것이다. 그러나 잠자리에서 스키퍼는 실패를 했고 그 이후 스키퍼는 알콜 중독자가 된다. 나중에 브릭에게 전화를 걸고 스키퍼는 자살을 한다. 그 이후부터 브릭은 마거리트를 멀리 했던 것 같다. 브릭은 스키퍼의 죽음 이후 삶을 포기하고 죽은 자가 되었다. 오로지 술에 취해 도피하는 삶을 살아갈 뿐이다.


그와 반대되는 입장으로 빅파더가 존재한다. 빅파더는 노동자였다가, 농장을 소유하고 거대한 농장주가 된 지주다. 그는 자신의 부인을 막 대하고 집에서 폭군이다. 빅파도 또한 욕망 덩어리다. 빅파더는 암으로 죽어가고 있지만 모든 가족이 빅파더에게 암으로 죽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빅파더는 자신의 둘째 아들 브릭을 사랑했다. 빅파더의 생일날, 빅파더는 브릭과 대화를 나눈다. 대화 속에서 빅파더는 상남자다. 여자에 대한 욕망도 있고 더 나아가 삶에 대한 의지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에 비해 브릭은 삶에 대한 의지가 없으며 현실에 대해 냉소적인 입장을 취할 뿐이다. 브릭은 마거리트와 같은 욕망에 따라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파괴했다고 분노한다. 하지만, 빅파더는 브릭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브릭을 동성애자라고 알고 그 부분을 파고든다. 브릭은 타인을 평가하고 거짓말을 한다고 비판하지만 빅파더의 눈에는 브릭 또한 자신이 동성애자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도망치는 모습에 대해 비판한다. 그는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 브릭이 자신의 진실된 모습과 직면하기를 원한다. 빅파더는 결점도 많은 사람이고 여성편력이 있지만 브릭과 현실을 마주하게 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브릭은 자신의 과거와 직면하는 것을 괴로워하지만 자신이 동성애자였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면서 과거에 묶여있던 브릭은 현실로 돌아온다. 마지막에 빅파더는 거짓말을 하는 구퍼와 메기를 꾸짖고 브릭에게 농장을 줄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브릭과 마거리트는 함께 잠자리로 들어가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우리는 모두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로소이다.


마거리트 : 그래서 내가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같이 된거라고! 젊어서는 돈이 없어도 돼. 하지만 늙어서는 돈이 없으면 안 돼. 늙으려면 돈이 있어야 해. 왜냐하면 돈 없이 늙는다는 것은 정말 끔찍하거든. 둘 중에 하나여야 해. 젊거나 돈이 있거나. 늙어서 돈이 없는 건 안 돼....... 그건 진리야, 브릭 ......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민음사, P.61)


마거리트, 구퍼, 메기, 빅파더는 욕망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에 비해 브릭은 욕망이 없는 시체같은 사람이다. 욕망이라는 말이 한국어에서는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욕망은 꼭 필요한 것이다. 욕망은 인간에게 있어서 에너지와 같은 존재다. 하지만, 욕망이라는 것은 참 피곤한 것이다. 욕망이 없으면 그 삶은 시체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욕망이 흘러 넘치면 그 삶은 욕망에 빠져 인간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구퍼와 브릭 형제는 양극단을 보여준다. 구퍼는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빅파더에게 거짓말을 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에 비해 브릭은 욕망이 전혀 없어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다. 그에 비해 마거리트는 솔직하고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다. 그녀는 자신이 뜨거운 양철 지붕 위에서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그곳에 붙어 있는 고양이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모두 마거리트처럼 욕망을 추구한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싶으며, 잘 살고 싶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노력하며 열심히 사는 것이다. 그렇지만 욕망을 추구할 때 테네시 윌리엄스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자신이 욕망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면하고 인정하라는 것이다. 마거리트나 빅파더는 자신의 욕망에 대해 정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서 끝없이 노력했다. 욕망이라는 것은 마치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조금만 잘못하면 욕망은 인간을 집어 삼키며 인간을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 테네시 윌리엄스는 욕망 앞에서 정직하고 그 욕망에 직면하라고 외치고 있다. 오로지 그 길만이 욕망에 잡혀 먹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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