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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Jul 28. 2017

개인주의란 무엇인가?

<나의 개인주의> 나쓰메 소세키


이번에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 오사카에 다녀왔다. 부모님이 나이가 있으셔서 패키지로 다녀왔지만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였을까, 관광지를 보는 것도 좋고, 먹는 것도 좋고, 쇼핑하는 것도 좋았지만 일본인들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번 일본 여행을 하면서 제일 눈에 띄었던 것은 일본 사람들은 참 법이나 규칙을 잘 지킨다는 것이었다. 자동차 운전을 해보면 일본 오사카에서 경적 소리를 듣기란 쉽지 않으며 운전 속도도 천천히 한다. 사실, 여행을 패키지로 같지만 이렇게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었다. 당연히 그동안 나를 고칠아프게 하던 문제들이 해결된 것도 있겠지만 민감한 나에게 일본의 고요함은 편안함을 주었다. 일본 사람들은 조용하다. 일본은 개인주의가 발달한 나라다. 그 개인주의가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던 것 같다. 일본 여행을 다녀오고 일본의 개인주의에 대해 궁금했다. 그래서 일본 근대의 작가이자 지식인인 나쓰메 소세키의 <나의 개인주의>를 들었다. <나의 개인주의>는 1900년도 초에 그가 상류층 자제들 앞에서 강연한 것을 묶은 책이다.


고민하는 힘과 주체


나는 이런 불안을 안고 대학을 졸업하고, 똑같은 불안을 안고 마쓰야마에서 구마모토로 이사하고, 또 마찬가지로 그 불안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결국 외국까지 건너갔습니다. (나의 개인주의, 책세상, P.51)


타인본위라는 것은 자신의 술을 타인에게 마시게 하여 품평을 듣고는 이치에 맞건 안 맞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른바 남 흉내 내기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나의 개인주의, 책세상, P.52)


예를 들면 서양인이 '이것은 훌륭한 시다' 혹은 '어조가 매우 좋다'고 해도 그것은 그 서양인의 시각인 것이고,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내가 독립된 한 사람의 일본인이고 결코 영국인의 노비가 아닌 이상 이 정도의 식견은 국민의 일원으로서 갖추고 있어야 하며, 세계 공통으로 '정직'이라는 덕의를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나는 나의 의견을 굽혀서는 안 됩니다. (나의 개인주의, 책세상, P.53)


자기가 주체고, 타인은 객체라는 신념은 오늘의 나에게 대단한 자산과 안심을 안겨 주었습니다. 나는 오늘도 그 연장선상에서 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듭니다. 실은 이처럼 높은 단상에 서서 여러분을 상대로 강연하는 것 역시 그 힘 덕분일지도 몰릅니다. (나의 개인주의, 책세상, PP.56-57)


번민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여기다' 하고 파낼 수 있는 곳까지 간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국가를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 가족을 위해서 말씀드리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것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혹시 내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혹시 내가 통과한 듯한 길을 지나친 후라면 어쩔 수 없지만 어딘가 구애됨이 있다면 그것을 해결할 때까지진행해야만 합니다. (나의 개인주의, 책세상, P.57)


내가 오해한 것이 있었다면 일본의 개인주의는 메이지유신 때부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소세키의 글을 읽어보면 일본은 근대화 시기의 진통을 앓고 있었다. 겉으로는 서양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의식이나 문화적으로는 아직도 국가주의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는 타인본위라는 개념을 설명하며 1900년도 초의 많은 일본인들이 서양 문물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소세키가 말하는 것은 '온전한 자신' 즉 주체 개념의 확립을 역설한다. 데카르트가 창안한 주체의 개념은 바로 '자신이 자기일 수 밖에 없는 것'을 의미한다. 주체 개념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외모, 돈, 집안, 시험 점수, 직업과 같은 모든 외적인 요소가 없어지더라도 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주체이며 '개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주체를 성취할 수 있는 것인가? 소세키는 바로 자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주체 개념보다는 아직도 '우리'라는 개념이 강하다. 대한민국에서 학교에서는 급식실에서 밥을 같이 먹어야 하고, 무리로 다니는 것이 편하다. 남자는 군대를 가서 주체를 잃어 버리고 단체 생활을 한다. 회사에 들어가서도 개인의 개념 보다는 인간은 회사의 일부분이 되어야만 한다. 사실, 대한민국이 서양의 개인주의를 받아들였지만 개인주의 문화가 펼쳐지지 쉽지 않은 이유는 사회 전체가 '우리'라는 문화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에 대해 깊이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아기 때부터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공부만 하고, 대학에서는 학점 전쟁을 하며, 취업해서는 승진을 위해 끝없이 경쟁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대한민국의 개인은 자신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을 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 대한민국에서 잠시 멈춰서서 고민한다는 것은 곧 경쟁에서 뒤쳐질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민 없는 사회에서 개인은 불행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야 개성을 발전시키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개인주의)


따라서 나는 항상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개성이 발전할 수 있는 장소에 정착할 작정으로 자신과 꼭 맞는 일을 발견할 때까지 매진하지 않으면 평생 불행하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그만큼 개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사회가 허용한다면 타인에 대해서도 그 개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경향을 존중하는 것이 이치에 타당할 것입니다. (나의 개인주의, 책세상, P.61)


만일 인격이 없는 자가 무턱대고 개성을 발전시키려 한다면 타인을 방해하게 되고, 권력을 사용하려 하면 남용으로 흐르게 되고 금력을 사용하려 하면 사회 부패를 초래합니다. 대단히 위험한 현상에 이르게 됩니다. (나의 개인주의, 책세상, P.65)


요컨대 의무감이 따르지 않는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제멋대로의 자유는 결코 사회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의 개인주의, 책세상, P.66)


건전한 개인주의가 형성되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자유'다. 나는 개인주의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즉, 각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신의 결정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너의 자유'도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일본 여행에서 가이드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본의 자유 개념은 철저하다. 가족간의 개인주의가 강해 부모는 자식에게 간섭을 별로 하지 않는다. 가족 중 누군가 과자를 사오더라도 다른 가족이 그 과자를 먹으려고 하면 먼저 허락을 구하고 다시 사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정 없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일본인들의 멘탈리티는 가족이라도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중시한다. 이처럼, 개인주의에서 자유는 내가 무엇을 하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 자유를 무한정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자유의 개념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 개념과 매우 흡사하다. 나쓰메 소세키는 개인주의의라는 것은 개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삶을 살며 자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소세키가 부잣집 자제들에게 개인주의를 설파하는 것은 여기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곧 일본의 지도자들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 강연은 곧 국가와 개인의 문제에 다루는 것이다. 아마, 국가주의에 빠져가는 일본인에 대한 걱정 때문인 것 같다. 소세키가 생각하는 국가는 정부 지도층이 개인주의 이념에 따라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며 전시 상태가 아니라면 그 무엇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개입할 때는 바로 한 개인이 자신의 자유를 위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할 때다. 나쓰메 소세키가 생각한 국가는 바로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보장해주는 국가였다.



개인주의와 고독


(개인주의란) 더욱 알기 쉽게 말하면 당파심이 없고 옳고 그름이 있는 주의입니다. 붕당을 결성하고 단체를 만들어서 권력이나 금력을 위해 맹목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주의인 것입니다. 따라서 그 이면에는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쓸쓸함도 잠복해 있습니다. 이미 당파가 아닌 이상 우리는 우리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마음대로 갈 뿐이고 타인이 가야 할 길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때 어느 경우에는 서로 흩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부분이 쓸쓸한 것입니다. (나의 개인주의, 책세상, P.68)


나쓰메 소세키의 탁월점은 바로 개인주의를 무작정 좋다고 포장하지 않는 것이다. 개인주의가 합리적이며 편하기는 하지만 근대인이 개인주의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고독'이다. 소세키는 근대인은 필수적으로 고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 내가 갔던 시기가 오사카에서 '텐마츠리'라는 축제를 하던 시기였다. 일본인의 경우 개개인은 조용하고 어쩌면 힘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텐진마츠리를 가봤는데, 놀랐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미친 듯이 놀고 소리지르고 활기가 찬 것이었다. 술에 취하고 마치 목숨 걸고 노는 것 같았다. 당연히 몇 일 여행했다고 일본을 안 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내가 느낀 감상을 적으려고 한다. 일본인들은 '타인에게 폐 끼치지 마라' 라는 문화가 있어 일본인들은 조용하고 거리도 깨끗이 한다. 일본에서 받은 느낌은 나라가 청결하고 좋지만 한국처럼 다이나믹한 것은 없다는 것이었다. 달리 말하면 약간 고독한 늙은 나라의 느낌이 강하다. 그들에게 있어서 마츠리에 열광하고 신나게 노는 것은 그동안 자신을 절제하고 고독한 삶을 살았던 개인들이 느끼는 유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축제 속에서 그동안 목말랐던 사람과 사람의 유대를 느끼는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고 슬퍼보이기도 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대한민국 또한 개인주의가 점점 발달해 갈 것이다. 그로 인해 개인의 권리와 자유는 점점 강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또한 언젠가 이런 고독 속에 살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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