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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Jul 08. 2019

국사 교과서는 제일 못난 책이다.

<역사의 역사> 유시민

(한)국사 교과서는 제일 못난 책이다.


역사에 관심을 된 계기는 초등학교 4학년 때 KBS1에서 <태조 왕건>이라는 사극을 봤을 때다. 후백제의 왕 견훤이 수달을 사로잡아 가신으로 삼는 장면, 신라의 태자였던 궁예가 승려의 삶을 살며 백성을 생각하는 정치를 펼쳤지만 왕이되자 권력의 화신이 되며 광기에 빠진 모습, 왕건이 궁예 밑에서 참으며 태봉(후고구려)를 무너트리는 모습은 어린 시절 나에게 역사 이야기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 이후 중학교 때는 <야인시대>를 통해 김두한의 삶에 빠져들게 만들었고 <무인시대>는 이의방, 정중부, 경대승, 이의민, 최충헌으로 이어지는 무신들의 흥망성쇄를 즐겁게 보았다.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을 때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는 나를 실망시켰다. 비록 <태조 왕건>, <제국의 아침>, <야인시대>, <무인시대> 모두 사실과 픽션이 결합되어 있었지만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당시의 삶을 크게는 이해할 수 있다는 단초를 제공했었다. 그러나 국가 교과서에서 많이 실망한 부분은 왕건이 고려를 세우기 직전 궁예와 견훤 그리고 왕건의 이야기가 한 페이지에 서술되었기 때문이다. 고려를 세우기 위해 수많은 장수들의 이름이나 책사들의 이름은 모두 빠지고 전쟁이 벌어진 부분도 모두 삭제되어 있었다. 그래도 국사 공부에서 재밌는 부분은 정치사 파트였다. 정치사 이후 경제, 사회 문화 부분은 국사 공부를 괴롭게 만드는 주범이었다. 역사를 중심으로한 사극은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인물과 전쟁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데 국사책에서 배운 역사적 사실들은 인간의 의지와 끝없는 반복 학습을 통해 머리에 박혀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든다. 사극은 재밌는데 왜 국사책을 재미가 없을까? 국사(지금은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 기준은 국가에서 정해둔다. 한국사는 필수과목이 되었다. 즉, 수험생 모두가 공정한 시험을 봐야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국사책은 자유로운 상상력이 존재하지 않으며 서사가 없기 때문에 지루할 수 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국사 교과서의 집필 목적은 한 국가는 기억 공동체이기 때문에 모두가 기억하는 국가의 기억을 공유하는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공동으로 기억해야 하는 국가의 기억에는 서사나 상상력이 들어갈 부분이 없다. 


사실 유시민 작가가 쓴 <역사의 역사>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역사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유시민 작가는 책에서 밝혔듯이 자신은 패키지 여행의 가이드처럼 헤로토스부터 시작해서 하라리까지 역사서와 역사가들의 발전과정을 빠르게 보여준다. <역사의 역사>는 각각의 역사서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짜집기한 책으로 오해할 수 없다. 그러나 유시민 작가는 역사 집필의 역사를 보여주면서 역사가들이 어떻게 역사서를 집필하고 어떤 철학을 가졌으며, 역사가들을 통해 만들어진 역사서라는 텍스트를 우리가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침을 제공하는 책이다. 유시민 작가는 역사서를 이해할 때 역역사가가 처한 상황과 역사가의 삶에 주목하며 사회적 배경에서 역사서를 평가한다. 그리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역사는 사실에 기반하지만 인간의 인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관성이 개입될 수 있고 주관성을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발현된다. 그 상상력은 서사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이 바로 역사서 읽기의 재미다.



역사가는 누구이며 객관적 서술은 가능한가?


역사가는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건을 선택해서 의미있다고 여기는 사실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한다. 어떤 사건이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경험의 영향을 받는다. (역사의 역사, 돌베게, p.39)


역사가는 독립한 개인이지만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속한 사회를 대변하며, 역사가들이 선택하는 역사의 사실 또한 개인에 관한 사실인 동시에 사회적 의미가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역사책을 읽을 때는 역사가가 선택한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한 해석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 (역사의 역사, 돌베게, p.236)


유시민 작가가 <역사의 역사>에서 수많은 역사가들을 나열하며 그들의 삶과 역사서의 내용을 설명을 취하는데 이것은 역사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논증하는 증거다. 우리가는 역사서에 대해 객관적 사실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역사가들 또한 그 당시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는 아니다. 한국의 역사책을 쓴 박은식 선생이나 신채호 선생은 역사서를 쓴 이유는 한국의 독립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썼다. 그들이 지금 2019년에 역사서를 썼다면 민족의 해방을 목적으로 해서 역사서를 저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시민 작가는 역사가가 역사를 서술할 때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주관이 개입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을 지적한다. 즉, 역사가는 주관성에 입각해 자신이 그 당시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실을 서술하는 사람들이다. 그는 역사가들이 역사를 서술할 때 토인비의 이론을 가져와 설명한다. 먼저 역사가는 기록을 한다. 기록은 과거의 문헌이나 사실들을 수집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 다음 역사가들은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과학의 단계에서는 수집된 사실들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작업이다. 마지막으로 역사가는 인과관계가 규명된 부분에 대해 서사와 이야기를 입혀 해석을 시도한다. <역사의 역사>에서 예로 드는 것이 카이사르 암살 사건인데 누군가를 암살할 때 암살의 내막은 극소수만 안다. 그런데 역사가들은 암살을 모의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사실 암살에 대한 모의하는 장면을 객관적 자료로 찾는 것은 쉽지 않으며 사실적 정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소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역사서는 당연히 사실을 규명하지만 역사가의 상상력이 필연적으로 개입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역사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서사에 집중하면서 읽으면 충분하다. 우리가 옛 역사서를 읽는 것은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남긴 이야기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역사, 돌베게, pp.51-52)


카는 역사가들이 그 시대의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고려해서 역사책을 읽어야 한다는 극히 상식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역사의 역사, 돌베게, p.223)


역사서를 읽을 때 역사가가 객관적으로 역사를 서술했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러나 역사서를 읽고 이해하는데 독자들의 사회적 배경이 모두 동일하지는 않다. 즉, 하나의 텍스트를 읽을 때 개개인마다 역사서를 인지하는 지식의 양이나 느낌은 모두 다르다. 당연히 역사에는 객관적 사실은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역사가들이 인지하는 역사와는 다르다. 즉, 역사서를 집필하거나 역사서를 읽는 독자나 인지의 불완전함이 모두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하여도 독자는 역사가가 처한 상황과 어떤 관점으로 역사서를 저술했는지 논리적으로 따져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유시민 작가가 말하는 역사서를 읽는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중시한다. 이는 문학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역사가가 살던 시기를 이해하며, 그 시대의 문제에 대해 역사가는 어떤 방응을 보였으며, 그 문제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역사서에 녹아들었는지를 읽어내야 한다. <역사의 역사>는 작가이자 동시에 역사서에 대한 독자의 입장으로 쓴 책이다. 유시민 작가의 역사서에 대한 해석이 절대적으로 맞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하며 책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놓이지 말아야 하는 것은 상상력의 힘이다. 우리가 역사가가 쓴 시대를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독자는 그 시대를 나름의 상상력을 가지고 과거를 재구성해야 한다.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된 과거라는 거울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현재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지 그것은 매우 중요하다. <역사의 역사>를 읽으며 유시민 작가는 경제학도가 아니라 정통 인문학도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마친다. 문학이나 역사책이나 독자에게 상상의 카타르시스를 주지 못하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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