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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Jan 17. 2016

<겨울왕국>을 녹인 그 사랑

사랑을 지키기 위해 나의 목숨을 희생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의 죄책감으로 마음이 얼어버린 엘사


엘사는 어린 시절부터 주위를 얼리고 하늘에서 눈을 내리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시절 엘사의 동생 안나는 자신의 언니에게 얼음을 만들어서 놀자고 한다. 둘은 왕국에서 눈사람을 만들며 놀지만 엘사의 실수로 얼음 마법이 안나의 머리에 맞게 된다. 왕과 왕비는 트롤들에게 안나를 대려가 고치게 하고 안나의 기억에서 엘사가 마법을 쓴다는 기억을 지워버린다. 그 후, 엘사는 궁전에서 독방에 갇히게 되며 자신 또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엘사는 동생 안나를 다치게 한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그리하여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외부와 차단시키고 엘사가 가지고 있는 마법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며 억제시킨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는 항해를 하다 배가 난파되어 죽게된다. 그 후, 엘사는 왕국의 여왕이 된다. 이때부터 그녀의 죄책감은 두려움으로 확장된다. '자신의 잘못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말이다. 그와 더불어 그녀는 한 나라의 여왕이 되었다. 즉 그녀의 어깨에는 왕국 사람들이라는 중압감까지 느끼게 될 터였다. 그녀는 나라를 버리고 도망을 치며 자유함을 느낀다. 자유라는 것은 그녀에게 또다른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바로 자유에 대한  공포이다. 이제 그녀는 모든 자신의 행위를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고독한 얼음의 여왕


엘사는 왕국을 떠나 자신의 얼음 궁전을 산에다 만든다. 그녀가 만든 얼음 궁전은 엘사의 마음을 공간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얼음 궁전에는 두 명의 눈사람이 등장한다. 얼음거인과 올라프이다. 이 두 눈 사람은 엘사의 마음의 이중성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얼음거인은 사람들과 접촉을 꺼리는 엘사의 마음을 보여준다. 즉 엘사의 두려움의 크기가 바로 얼음거인의 크기로 보여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귀여운 올라프는 어떠한가? 올라프는 엘사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은 안나와의 추억이다. 이는 나를 살려달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올라프는 비록 그 크기가 작지만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줄 사람을 찾는 엘사의 마음이다. 올라프의 경우 목이 떨어져 나가고 몸이 부셔져도 죽지 않는 것은 엘사의 마음 속에 강하게 추억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참 아이러니한 것은 이미 엘사의 마음은 그녀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답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올라프가 말하길 '사랑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최우선을 생각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엘사의 입장에서 안나에게 최우선은 바로 자신이 떠나는 것이었다. 



문 앞에 서서 기다리는 안나


참 인상적인 장면으로 엘사가 자신의 마음을 닫아버리고 방에 문을 잠그고 있을 때, 엘사의 동생 안나는 계속 문앞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이 모습은 우리에게 사랑에 대해 보여준다. '네가 마음의 문을 닫아도 나는 네를 사랑할꺼야'라는 메시지 말이다. 그리고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이 죽어가는 상황에 놓인 안나는 자신이 살 것을 포기하고 엘사를 살리기로 마음먹고 달려간다. 그리고 그녀는 엘사를 살리고 자신은 얼음이 되어 버린다. 당연히 해피엔딩으로 안나는 살지만 안나의 이런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고 가끔은 그 문을 굳게 닫아버리기도 한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날 마음의 문을 닫았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위해 기다려야 한다. 당연히 시간은 걸릴 것이다.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사랑의 위대함이다. 이와 더불어 사랑의 종착점은 바로 '내 목숨을 줘서 네가 산다면 나는 죽어도 좋아'이다. 당연히 이런 사랑은 결정하기도 어렵고 실행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런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줄 정도로 누군가를 사랑해 본적이 있는가? 정말 가벼운 동화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의미는 전혀 가볍지 않다.



너는 죽을 만큼 누군가를 사랑했는가?


세상을 살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우리는 그 마음의 괴로움을 병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들을 정신병자라고 명명하며 고쳐야할 대상으로 여겨버린다. 즉, 우리가 그들을 마음의 병 혹은 정신병으로 그들을 명명하는 순간 그들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고쳐야 한다는 폭력을 행하하게 된다. 정말 그들은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소통을 하고 싶어하며 사랑을 갈구한다. 그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 닫힌 문 앞에서 기다리는 것은 사랑의 위대함이다. 언젠가는 그 문이 열릴 것이다.

현대 사회를 보면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간다. 언제나 앞만 보고 살아가며 나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다. <얼음 왕국>은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누군가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기 위해 노력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가?' 참 가볍지 않은 에니메이션이었다. 아무리 외부에서 돈이 많고 명예가 있고 모든 것을 다 가졌는데 우리가 마음 속의 고독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마음 속의 따뜻함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비록 짧은 이야기지만 이 영화를 보고 다시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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