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리뷰
영화 <곡성>을 보면서 하나 확실한 것은 두 번은 못보겠다. 영화는 정말 생각을 많이하게 해서 좋았지만 너무 무서웠다. 잔인한 부분 보다는 마치 나사가 조금씩 조여 오듯 곡성의 기이한 그 분위기와 숨막히는 그 무엇인가가 아마 관객들의 목을 조여올 것이다. 영화에서 재밌는 점은 영화 내에서 배우들이 의심을 하는데 그와 더불어 관객들까지 함께 의심하게 만드는 영화다. 솔직히 영화를 보고 난 후 힘이 빠진다. 마치 내 혼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여하튼, <곡성>이 시작할 때 성경의 몇 구절 (누가복음 24:37-39)로 시작을 한다. 솔직히 내용도 난해하고 어렵고 하기 때문에 이 성경구절부터 시작을 해서 <곡성>을 풀어나갈까 한다.
그들이 놀라고 무서워하여 그 보는 것을 영으로 생각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 (누가복음 24:37-39)
그 후에 열한 제자가 음식 먹을 때에 예수께서 그들에게 나타나사 그들의 믿음 없는 것과 마음이 완악한 것을 꾸짖으시니 이는 자기가 살아난 것을 본 자들의 말을 믿지 아니함일러라 또 이르시되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 (마가복음 16:14-15)
여드레를 지나서 제자들이 다시 집 안에 있을 때에 도마도 함께 있고 문들이 닫혔는데 예수께서 오사 가운데 서서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하시고
도마에게 이르시되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도마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요한복음 20:26-29)
위의 성경 구절들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을 하셔서 열한 제자 앞에 나타나시는 부분이다. 그 중에서 예수님의 제자 중 의심이 많았던 도마가 나온 부분은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에만 나와있다. 사도 도마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않고 예수님의 상처를 만지고 나서야 예수님의 부활을 믿게 된다. 도마의 경우 재미있는 것은 그의 모습이 지금의 우리와 닮았다는 것이다. 시대가 거듭 지나갈 수록 우리는 어떤 것에 대해 그냥 믿지 않고 꼭 증거를 원한다. 왜냐하면 내가 보아야 그것이 사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도마의 의심은 우리가 집고 넘어야 할 것이 불신이 아니다. 의심이라는 것은 믿음과 불신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다. 즉, 도마가 나중에 복음을 전하다가 인도의 항구에서 창을 맞고 죽은 것을 볼 때 믿음의 반대말은 회의가 아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회의와 의심을 통해서 믿음과 불신을 선택하는 존재이다.
영화 <곡성>은 한적한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첫번째 살인사건은 포진이 퍼진 눈이 돌아간 사내가 자신의 아내를 죽인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종구(곽도원)는 이상한 사건이라고 생각을 한다. 사건 현장을 다녀오고 종구와 그의 동료는 곡성의 일본인 외지인에 대한 괴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일본인 외지인이 붉은 눈을 하고 훈도시만 차고 동물을 뜯어 먹는다는 괴담이었다. 종구는 그 이야기를 그냥 개소리로 생각해 버린다. 둘이 잡담을 하는데 갑자기 파출소에 불이 나간다. 그 순간 천둥이 치는데 나체의 여자가 파출소 안을 보고 있다가 사라져 버린다. 점점 사건들은 괴기스럽고 사건을 당한 사람들은 정신병자처럼 미쳐 날뛰게 된다. 사건 현장에서 종구는 무명(천우희)를 만나게 되고 외지인이 악마라는 말을 듣고 외지인에 대한 의심에서 확신으로 넘어가기 시작을 한다. 그러던 중 종구의 딸이 아무 이유 없이 아프게 되고 종구는 그것이 일본인 때문이라 믿고 일본인의 집을 몰래 수사하던 중 죽은 사람들의 사진들이 붙어 있는 것을 찾게 된다.
일광은 일본인과 동맹자인가?
황정민이 연기한 일광이라는 인물의 정체가 솔직히 제일 혼란스럽다. 일광이라는 존재는 아마도 일본인과 같은 종교를 믿고 의식을 행하는 인물로 보인다. 그가 입었던 훈도시와 일본인의 훈도시가 둘이 같은 편이거나 같은 종교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일광이 일본인과 둘이 짜고 치는 고스톱인지 아니면 각자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일광이 종구의 딸에게 굿을 하는 장면과 일본인의 굿 장면이 계속 교차 되면서 보여주는데 이 장면이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만약에 일광이 종구의 딸에게 굿을 날린다고 생각을 해보면 그것은 종구의 딸을 죽이고 자신의 먹잇감으로 만들려고 볼 수 있다. 그때 일본인이 굿을 하다가 괴로워 하며 계속 뒹구는 모습은 밖에서 보는 무명(천우희)의 힘으로 눌렀을 것이다. 하지만 일광이 그 굿을 딸에게 날렸는데 그 딸의 몸과 일본인이 연결이 되어 있었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사람이 귀신에 씌이게 되면 귀신이 정신을 지배를 하는데 일광이 굿을 하면서 나무에 못을 박을 때 일본인도 같은 부위를 만지며 괴로워 한다. 또한 종구가 굿판을 그만두게 했을 때 동시에 일본인의 괴로움도 끝나고 실신해 버린다. 이를 보았을 때 일광과 일본인은 비록 같은 종교를 모시고 있지만 서로 하나의 먹잇감을 가지고 싸우는 존재로 보인다. 솔직히 감독이 일광과 일본인의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은 열린 해석인 것 같다.
일본인은 과연 악마일까?
영화를 보다보면 최고의 떡밥이 일본인의 정체인데 일본인은 악마가 맞다. 재밌는 것은 일본인이 처음부터 악마였던 것은 아니고 인성과 악성을 가지고 있었던 존재로 보여진다. 일본인의 모습은 마치 예수님의 안티테제와 같은 느낌을 준다. 예수님은 유대인이었고 다윗왕의 혈통이었다. 그는 세상으로 오실 때 신성과 인성을 모두 갖추고 계셨던 분이다. 인성과 신성을 동시에 가졌다는 것은 예수님이 신이기도 하지만 인간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예수님이 이런 모습을 세상에 오신 이유는 인간의 원죄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는데 아담이 저질렀던 그 죄를 대속하기 위해서 제 2의 아담 예수 그리스도가 신이지만 인간으로 원죄의 제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속량을 할 때 어린양을 제사로 드리는데 어린양의 의미는 죄가 없고 순수한 존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인간 중에 죄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의 신성인 선과 죄가 없음을 가지고 있던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못박혀 죽으신 것이다. 감독이 도마의 이야기가 요한복음과 누가복음 중에 누가복음을 선택했던 이유가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누가복음이 예수님의 모습 중에서 인자(인간의 아들)의 형상을 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토대로 일본인의 모습은 예수님의 모습을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보여준다. 예수님이 이스라엘의 유대인이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일본인은 곡성의 이방인이자 외지인이었다. 그가 굿을 통해서 죽은 사람을 살려내고 그 사람에게 악을 집어 넣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는 악을 뿌리고 다니는 악마다. 영화에서 나오지는 않았지만 무명에게 당하고 도망치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는 인간이었다. 즉, 예수님과 반대로 일본인은 악성과 인성을 갖춘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가 쫓기고 차에 치여 죽었을 때 일본인은 진짜 죽었다. 하지만 카톨릭 신부가 일본인을 찾아갔을 때 그는 완전한 악마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모습을 통해서 영화의 앞 부분에 나왔던 누가복음의 인용 구절이 명확하게 보여진다. 신부가 일본인이 악마라는 확신을 가지고 일본인에게 갔을 때 일본인은 자신의 손에 난 못 자국을 보여준다. 이때 신부가 '오 주여'라고 했었을 것이다. 아마 이것은 그가 잠시나마 일본인을 신으로 보았었던 것 같다. 일본인 악마의 모습이 점점 악마의 모습으로 변해가면서 신부는 아마도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이 장면은 인간이 확실한 증거를 통해서 본 믿음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무명의 돌던지기
천우희가 연기한 무명은 선한 존재이다. 처음에 무명이 등장한 부분을 보면 종구에게 돌을 던진다. 처음에 그녀의 모습을 보면 동네의 미친 여자 정도로 생각을 했지만 영화를 보고 그녀가 돌을 던지는 모습이 어디선가 본적이 있었다. 그것은 성경에서 어떤 창녀가 문란한 생활을 하다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잡혀 돌을 맞기 직전이었다. 그때 예수님이 오셔서 죄가 없는 사람만이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지라고 말씀하셨다. 이 부분에서 죄가 있는 인간을 보여주는 종구에게 돌을 던지는 무명은 죄가 없는 존재이며 선한 존재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다. 아마 천우희가 백색의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은 천사나 신의 대리자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네 아버지의 죄여...
무명이 종구 앞에 나타나게 되고 무명은 그가 앞집에 있는 닭이 세 번 울기 전에 절대 집에 가서는 안 된다고 말을 한다. 만약 종구가 그것을 어기고 집에 가게 된다면 종구의 가족에게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말을 했다. 여기서는 종구의 모습이 닭이 세 번 울기 전 예수님을 부인했던 모습이 오버랩 되어 진다. 베드로는 최후의 만찬에서 자신이 절대로 예수님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 했지만 그의 믿음은 나약했었다. 무명이 그동안 희생자들의 옷이나 소지품들을 가지고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그녀가 이런 일을 계속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하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녀를 뿌리치고 집으로 갔다가 모든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것을 암시한다. 종구가 거의 실성하듯이 왜 자신의 딸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냐고 소리치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 무명의 대답이 조금은 이상하다. 그것은 "아비가 사람을 의심하고 해쳤기 때문"이라고 말을 한다. 솔직히 종구가 앞에 있는데"아비가 사람을 의심하고 해쳤기 때문" 라고 말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이겨서 부터는 조금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종구가 일본인을 의심하고 죽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나는 그 아버지라는 사람이 어떻게 최초의 인간 아담일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본다. 아담이 비록 살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담과 하와가 애덴 동산에서 타락하게 된 것은 자신들이 신이 되고 싶은 마음과 하나님에 대한 의심 때문이었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믿음과 의심이다.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 사이에서 믿음과 의심 사이를 맴도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는 영화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종구를 통해서 보여주려 했던 인간의 믿음
인간의 믿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나약한 것인가? 예수님을 3년 동안 따라 다녔던 제자들은 예수님을 모두 배반했었고 지금 우리 현대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믿지 않으려고 한다. 도대체 감독이 우리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믿음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는 계속 사건들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무엇인 진실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처음에는 영화가 떡밥만 던지고 불친절하게 영화를 보여준다고 생각을 했는데 미끼를 던진 것은 바로 감독님이었다. 그것에 낚인 것은 우리이고...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것은 우리가 언제나 보이는 것에만 의지를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파멸과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병은 바로 실증주의이다. 실증주의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과 힘으로 점점 완벽해질 수 있다는 믿음, 모든 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인간의 자만심에 대한 비판이라고도 생각이 되어진다. 하지만 종구의 모습을 통해서 의심하고 증거만을 원했던 종구가 나약하게 보였던 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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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목차입니다!!!!!!!!!
오늘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어쩌면 어제였나, 나는 모르겠다.
서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며
12 압구정동 :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중입니다
22 강남대성학원 : 답을 잘 찍는 사람이야말로 승자다
30 N타워 : 나는 죽지만… 너는 살아… 왜냐하면…
38 신촌 : 아프니까 왜 청춘이냐
46 강남역 : 아침에는 영어 학원으로
54 경복궁 : 설현은 안중근 의사를 몰라서 눈물을 흘렸어
61 대학로 : 김제동의 농담
68 한국은행 : IMF 이후 한국에 등장한 근대적 인간들
75 KBS 방송국 : 셀카 찍는 사람들의 고독
83 광화문 교보문고 : 1년에 한권도 읽기 힘든 당신에게
서울 속의 우리에 관하여
94 강남역 : 무차별 살인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102 K-Star Road : 대중들은 아이돌을 고르느라 샤샤샤
109 종로 3가 : 어느 개저씨의 죽음
116 잠실 롯데월드 : 헬리콥터 맘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124 쉑쉑버거 강남역점 : 힐링사회의 그늘
132 청담동 유흥업소들 : 강남패치와 희생양
140 홍익대학교 : 홍대 앞에 나타난 거대한 일베 조각상
147 서울시립미술관 : 이게 미술이냐
153 선릉역 : 결국엔 무엇이 남을까
162 광화문 광장 : 광화문 광장에서 희망을 보다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174 서울대학교 : 대학은 학문하는 사람을 키우는 곳이다
181 구룡마을 : 인생을 포기하게 만드는 나라
188 삼성동 한전 부지 :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권리가 있다
195 JTBC 방송국 : 직업으로서의 기자, 소명으로서의 기자
202 여의도 국회 의사당 : 시인이 정치인이 되는 사회
209 여의도 증권가 :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가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
217 서초동 사랑의 교회 : 사랑의 그 무게
225 서초동 대법원 : 나의 위선의 가면이 진실된 가면이 되길
232 신림동 : 국민을 광인이라고 배제시키지 말라
240 서울시청 앞 광장 : 나에겐…… 우리에겐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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