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누군가가 모의고사 수리 시간, 100분이 너무 길다며 무엇을 할지 항상 고민한다고 트윗을 올렸다. 나는 그걸 보며 또 수능 부심이 발동을 해서, “나는 100분동안 수리 4번 풀었다.”며 쿨하지 않은 자랑을 덧붙인다. 그렇게 올리고 보니 또 자랑을 하는 것이 민망해서, 나 자신을 비하하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 “빵꾸똥꾸의 왕이 되버렸네.” 내 자신을 그리 비하하는 타입은 아니고, 그냥 민망함을 피하려 하는 의도의 트윗이었지만 요즘 나는 정말 자존감이 조금 떨어져 “나는 진짜 천재였는데 왜 이렇게 됐지.” 하고 진심을 적어놓는다.
요즘 역시나 기분이 별로다. 회사에서도 자리를 못잡고, 여자친구는 유학을 떠났다. 나를 영원히 떠난 것은 아니지만, 이 멀어진 물리적 거리가 나를 힘들게한다. 여자친구와 베프에게 털어놓아도 그리 마음의 헛헛함이 가시지 않는다. 이래저래 힘들다. 8월달의 나는 정말 별로인 것 같다. 아니, 30대의 내가 별론가… 수학을 정말 잘했을 때도 나는 그렇게 멋지진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프다.
그래도 생활은 나름 조금 바른 것 같다. 하루하루 할 것들을 만들고 있다. Something New를 찾으려는 내 시도를 줄인다. 나는 내가 가진 것을 조금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 버라이어티는, 신선함은 나에게 그렇게 필요하지 않는 것만 같다. 나에게 필요한건 깊이다. 재수 시절 나는 푼 문제를 또 풀고, 본 지문을 또 보았다. 생활을 목표에 맞췄으며, 불안을 해소하려고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렇게 나를 갈고 닦은 후 나온 결과는 매우 좋았지만, 그 타이틀은 나를 타락시키는데 일조하였다. 그러니까, 갈고 닦고 또 갈고 닦았어야 했다. 칼이 닳아 없어지면, 어차피 이 생활이라는 칼은 그럴 일이 없으니, 갈고 닦으며 나를 지켜내야 했다. 칼을 휘둘렀다. 마구마구 휘둘렀다. 그럴수록 나의 마음엔 수많은 자상들이 생겨났고 나는 검색 창에 번아웃 증후군을 타이핑해보곤 했다.
그렇게 갈고 닦는 것이 생활이고, 칼을 휘두르지 않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세상은 칼을 갈았으니 베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언가를 해내는 것이 아닌, 어떻게 어떻게 헤쳐나아가는 것이다. 나는 잘하고 있고, 잘헤쳐나갈 것이다. 칼을 칼집에 넣고, 세상이라는 우범지대를 걷는다. 내 칼이 잘 벼려져 있는데, 누가 나를 해할 것인가? 그저 나는 묵묵히 걸으면 된다. 그렇게 오늘을 사는 나는 정말 멋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