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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Aug 20. 2021

지원아 안녕

 지원아 안녕, 이 편지를 읽을 때 쯤엔 지원인 이 편지지같은 푸른 하늘 속 구름을 넘실거리고 있겠지. 이 글을 쓰는 나는 아직 하룻밤 만큼 지원이와 연결되어 있단다. 지금 지원이는 한국에 있고 짐을 챙기고 있어. 지원이는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나는 지원이를 보낼 채비를 하고있는 것이라고 봐도 되겠네. 나는,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지원이를 구름에 두둥실 올려 놓으려고, 편지를 써. 지원이는 내 편지를 좋아하지? 지원이도 하늘에서 내 편지를 읽은 적은 처음이지? 내 사랑은 육해공이라 어디에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지원이가 짐을 실은 배에 숨어들어가서 짜잔하고 시카고에 나타나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건 참아야겠지? 


 지원이를 처음 본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네. 난 마치 어제처럼 느껴진다는 말은 하지 않을게. 나는 정말 우리가 만난 지 오래되었다 느껴. 단순히 시간이 길어서가 아닌, 우리들의 밀도가 매우 단단해서 그럴 것이야. 그리고 내가 그 알맹이들을 하나 하나 기억하기 때문이야. 지원이와의 기억들이 생생해. 내가 죽는건 아니지? 갑자기 지난 날들이 스쳐지나가서 흠칫 했네. 지금 지원이는 바빠서 그럴 틈은 없는 와중이지만 하늘을 비행할 때는 내 생각을 해줘. 나와의 지난 날들을 생각해줘. 그리고 다짐해주지 않겠니? 민성이를 놓지 않겠다고 말야. 왜냐하면 나 또한 그랬단다. 지원이를 놓지 않기로 다짐했으니, 나는 지원이 옆에 있어. 시카고에 있을 때도 나는 옆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렇지만 손뼉도 부딪혀야 소리가 나는데 우리가 만나지 못하니 어떻게 하지? 입술을 맞추지 못해 어떻게 하지. 가끔씩 외로움이 사무치면 어떻게 하지. 지원이가 너무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지. 그럴 때는, 이 편지를 읽어보고, 내 브런치를 들어와 내 글을 읽어봐. 인스타에 들어와서 사진을 하나하나 넘겨 보아. 지원아, 지원이도 브런치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난 지원이가 써준 편지들을 좋아하는데, 지원이의 글들도 보고싶네. 나는 지원이의 사진을 볼 수는 있겠지만, 글들은 읽기가 힘드니, 내 부탁을 부디 가벼이 여기지 말아줘. 


 지금도 너무 보고 싶은데 이제는 대체 어떻게 하지? 글과 사진과 연락으로 지우기 힘든 지원이의 빈자리를 어떻게 하면 메꿀 수 있을까. 아마, 메꾸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메꾸려고 해서도 안될 것 같아. 아무래도 나는 지원이를 만나는 동안 너무 행복해서 푸른 하늘이 약간의 시련을 주려는 것 같아. 달게 받아야지. 그리고 나를 담금질해야지. 사람은 시련을 통해 강해진다잖아? 다시 지원이 옆에 멋지게 서는 것을 고대하며 더 멋져져야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멀어지지만, 약간의 거리가 아무르를 심화시킬 수도 있잖아. 나는 예쁘고 밝게 지원이를 사랑하다 이제 조금 애달픈 사랑을 하게 되겠네. 지원이도 그렇겠지? 우리는 이겨낼 것이야. 왜냐면 우리는 슬프지만 진실되고, 곁에 있진 않지만 든든한 연인이니까, 서로를 가슴 깊이 사랑하니까. 


 Even though I hate this distance, it keeps me persistent. 내가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야. 내 얘기가 될 지 몰랐네. 지원이가 미국에 도착하면 가수를 알려줄게. 지원이에게 노래를 많이 들려 줄게. 지원이에게 많은 편지를 보낼게, 사진을 찍어 보낼게. 사랑아. 내 사랑아, 단 하루도, 지원이가 내 맘에 가신 적이 없어. 아니, 지원이가 없인 하루가 가질 않아.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보자고 말했던 내 아가야. 우리도 조금 떨어져 같은 사랑 이야기를 써보자. 너무 아름답고 멋진 이야기가 나올거야. 해피엔딩에, 시련은 장치일 뿐이야.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내가 예전 편지에 썼지. 나는 정말 행복해. 그리고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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