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나메나 May 06. 2021

지금을 기억해

 지금을 기억해, 민성아. 나도 알아, 너가 많은 것을 잊는다는 것을. 너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을 경시한다는 것을. 그리고 너가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조차도 곧 너에게 중요치 않게될 것이란 것을.


 지금을 기억해, 민성아. 세상엔 너가 모르는 것이 많단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써. 너가 모르는 것은, 너가 겪었던 것들이야. 너는, 말하자면 최민성은, 우주를 만들지. 사람을 만나고, 술에 취하고, 물건을 사고 사진을 찍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뭐가 남았니? 왜 너의 전자기기들은 왜 항상 최신이니. 여자친구는 바뀌니. 봐봐, 네 책상을 봐. 여전히 새로운 것들만 있구나. 너의 흥미란 마치 우유의 유통기한만 같아. 민성아, 왜 너의 사진첩에는, 네 20대를 담은 사진첩에는 너의 사진 밖에는 없니? 왜냐하면 너가 수많은 사진들을 지웠기 때문이지. 너는 지우는데 거리낌이 없었어. 매우 쉽게 지우고, 매우 쉽게 잊었지. 너는 너가 편할 자리를 기가 막히게 찾아. 그렇게 모든것을 겪은 너가, 어찌 아무것도 기억 못할 수가 있니? 힐을 못신었던 발이 조금 특이했던 그 친구가, 누군지 왜 너는 기억을 못하니? 너는 너무 많은 사람에게 구두를 사줬단다. 그것을 욕하는 것은 아냐. 하지만, 적어도 기억했어야했어. 구두를 사주는 것조차 못했던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너는 기억했어야했어.


 그래서 말인데, 지금을 기억해 민성아. 넌 그녀에게 구두를 사준 적은 없지만, 세상을 선물해 줬단다. 적어도 그녀가 나에게 속삭여줬던 것으론 그래. 그녀가 떠나갈지도 몰라. 나도 알아. 나도 눈물로 밤을 지새운단다. 너가 떠나갈지도 몰라. 나도 몰라. 나는 불안에 떨며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어 쓴단다. 말했듯이 너의 사진첩엔 너의 많은 사진들이 있지. 그 사람들의 사진을 지우지 말라는 것이 아냐, 그저, 네 눈동자의 비치는 대상이 누군지 기억했어야했어. 아냐, 나는 그녀가 너를 떠나갈 것이라는 것이 아냐. 네가, 이렇게, 행복한 것을 너가 모르는 것이야. 알아, 나도 너가 느끼는 것을. 하지만 느끼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르단다. 하루를 더 소중히 해. 그녀에게 더 사랑한다 말을 해. 화내지 마, 절대 화내지 마. 안아줘. 그녀가 화가나면, 너는 안아줘야해. 참고 인내하고 예쁜 그녀에게 네가 지금까지 잊었던 모든것들을 되살린 우주를 선물해야해. 그래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떠나가. 너가 떠나가. 누군가가 나타나. 더이상 누군가가 나타나길 원치 않잖아? 또다시 누군가를 잊고싶지 않잖아.


 하지만, 그렇게 노력을 거듭하더라도, 어쩌다가, 세상이 너와 그녀를 저버리면, 잊지마. 절대 잊지마. 그녀의 이름은 정지원이야. 그리고 네가 사랑한 사람이야. 너는, 말하자면 최민성은, 우주를 만들지, 사람을 만나고, 술에 취하고, 물건을 사고 사진을 지우지. 그래도 너에게 남을, 유일한 사람이야. 자, 그럼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러 가. 그리고 잊지마. 지금, 너는 그녀를 사랑해.

작가의 이전글 너 자신을 알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