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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Jun 28. 2018

cigarettes after sex

 날카롭다기 보단 미소지어지는, 깔깔대며 서로를 간지럽히듯 애무했던 첫경험의 추억. 첫눈에 반한 그녀와 얘기를 나누고 있던 바 바깥에서 같이 담배를 필 때 본 그녀의 옆모습. 말도 안되는 짓을 저질러 놓고 배신감을 느끼는 긴 연애의 마지막 날을 맞이한 나. 하나 같이 내 삶에 대한 욕구를 거세하는 기억들이다. 나는 아직도 그 순간 순간들에서 살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고 말하는, 아니 "서사무엘을 좋아하세요..."란 말을 던지던 그 시절의 나는 아직도 내 속에 남아있을까? 설령 있더라도, 잔해 속에 깔려 더이상 꺼내기가 힘들지 않을까? 아직도 나는 삶에 대한 욕구를 지워버리려는 듯이 그 기억들은 자꾸 꺼내기만 한다. 자기파괴적인 습성 하나는 어디 가도 자랑할만한 나는 분기별로 욕구를 깨끗히 말소했다. 하지만 죽지도 못한 채 살아난 나는 다시 다시 살아간다. 자의라기 보단 타의에 의해 살아간다고 말하는 편이 맞을 정도로 말소한 후의 욕구들은 쉬이 돌아오지 않는다. 희망이 있을지라도 나는 그것들을 외면하려 노력하는 것만 같다.

 누군가에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가 쓰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욕구가 없다고. 더이상은 재미가 없다고. 친구에게 카톡을 하려고 카카오톡을 켜보지만 잠시 망설이다 그만둔다. 친구는 이미 잘 시간이고, 나는 깨어있다. 자는 친구는 일어난 후 토해내듯 게워낸 내 문장들을 보고 내 안위를 걱정할 것이다.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마침 나는 자고 있기 때문에, 괜찮냐는 답장에도 답을 하지 못하고 친구는 걱정만 커진다. 나는 이미 가족 외에게도 많은 피해를 끼친 사람이니 자제하려 한다. 하지만 이런 내 맘을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는 일은 역시나 내 삶의 연속성을 저해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유서를 쓰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이어가려고 글을 쓰는 것이다. 내일은, 친구나 가족이 깨어있는 내일은 지금의 내 상태를 말할 것이다. 어쩌면 내일은 기분이 좋아질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해도 내 심정을 말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하니 어쩌겠는가, 난 글을 써야한다.

 나는 마치 사정을 끝 마친 후의 남성 같다. 하지만 나는 오르가즘을 느끼지도 못한 채 이미 내 속에 있는 따듯한 무언가를 쏟아냈다. 그리고 나는, 담배 한대를 핀다. 옆에는 아무도 없다. 담배 냄새를 싫어했던 그녀도, 같이 담배를 꺼내 물던 그녀도. 담배 한대를 다 핀 나는 졸림을 느낀다. 이제 자야할 시간이라 내 몸은 신호를 보내온다. 자라고, 이제 그만 쉬라고. 어쩌면 나는 커피를 마시며, 카페인 같은 각성제에 의존해 그 잘 시간을 미루어왔다. 하지만 모든 것들은 내성을 만들고 나는 가끔 잠을 청한다. 그리고 나는 비참히 깨어난다. 그리고 다시 지루하고 의무적인 섹스, 마치 사람들이 이런 나를 바라본다고 느끼며 시간과의 성교를 재개한다. 내가 심려를 끼친 사람들,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바로 나를 지켜보는 사람이다. 나는 더 열심히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다시 끝이 난다. 다시 담배 한대를 문다. 왜 나의 이 반복된 루틴엔 내성이 생기지 않는 걸까. 어쩌면 오늘 각성제로 미뤄놨던 잠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잠깐의 흥분이라도 얻고 싶은 나는, 신이 빚은 아름답고도 추악한 곡선을 보고 싶은 나는 불을 키려 스위치를 찾는다. 하지만 방이 너무 어두워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도 벽을 더듬어 보는 나에게 나체는 말한다. 멈추지 말라고. 그리고 사람들도 말한다. 멈추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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