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선미 Apr 16. 2024

이야기 짓기의 오류(ft. 블랙스완)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하고, 


요약하기를 좋아하고, 


단순화하기를 좋아한다. 


한마디로 인간은 환원시기키를 좋아한다.


_블랙스완 p.132






인간은 명확한 패턴을 좇는 플라톤주의적 갈증에 부합되는 이야기에 스스로를 속인다. 

이야기 짓기의 오류는 사실 '오류'가 아니라 '사기'에 가깝다. 필자는 점잖게 '오류'라고 부르자고 했다.

인간의 확대해석, 날것의 진실보다 압축된 이야기를 편애하는 경향과 연관이 있다. 이 오류는 세계에 대한 표상을 심하게 왜곡시키는데, 희귀한 사건과 관련해서 특히 심각해진다.

인간에게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 특히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는 우리는 주식, 부동산 등 수많은 전문가들이 나와서 오를지 내릴지에 대해서 전망한다.

우리는 전문가의 말을 듣고 동조하고 무작정 따라 한다. 손해 보는 것은 우리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후회한다.

인간의 패턴 인식 능력은 뇌에 도파민이 집중될 때 증가한다. 도파민은 기분를 조절하고, 뇌 내부의 보상 체계를 유지해 준다.

도파민의 공급이 늘어날수록 회의주의적인 태도는 감소하고 패턴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 환자에게 주로 사용되는 L- 도파를 주사하면 그러한 활동이 활성화되는 대신 의심하는 태도는 약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점성술, 미신, 경제학, 타로 카드 점 등에 쉽게 빠진다.

이야기 짓기는 무작위성이 가하는 고통을 피해 가는 치료제 역할을 한다.  

심장이 고동치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일기 쓰기를 권하고 있다. 억지로 피하려면 더 큰 고통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고통이 올 때마다 15분씩 그 고통을 일기로 쓰게 하면 한결 나아진다고 한다. 

이런 방식은 죄의식이나 죄책감으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 이탈리아의 아기 일화



1970년대 후반 이탈리아에서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구조대원이 손을 쓰지 못하는 동안 아이는 우물 바닥에서 울고만 있었다. 


이 일로 이탈리아 전체가 아이의 운명에 관심을 갖고 속보에 귀를 기울였다.  구조대원들과 기자들은 아이의 울음소리에 죄의식까지 느끼며 고통스러워했다. 


그 사이 레바논에서는 내전으로 총성이 오가는 와중에도 레바논 사람들은 이탈리아 아이의 운명에 정신을 쏟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사람이 전쟁으로 죽어 가고 자동차 폭발 테러로 시민의 목숨을 위협하는데도 사람들의 최대관심사는 이탈리아의 아이였다.




스탈린은 사람의 목숨 값이 어떤지를 알았는지 이렇게 말했다.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100만 명의 죽음은 통계 숫자다."



통계란 아무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테러리즘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지만, 가장 무서운 살인자는 환경 재앙이다. 일 년에 1300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환경 재앙으로 죽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연이 몰고 오는 재앙보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피해에 더 큰 고통을 느낀다.


이야기 짓기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이야기, 역사 경험담 등을 대하더라도 실험자와 같은 자세를 견지해야 하며, 이론 앞에서도 임상의와 같은 태도를 가져야 한다. 분명히 신문은 검증 실험을 할 수 없다. 왜냐면 여러 개 중의 하나만 뉴스로 선택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단지 남들보다 앞서 어떤 부류의 지식을 선호하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충분하다. 이야기를 지어내기가 아니라 대담한 추측이나 실험 결과를 말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블랙스완(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