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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뭐야 Jan 31. 2023

<몽중몽>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면 어김없이 꿈을 꾼다. 뭔가 그럴듯한 세계가 꿈 속에서 오랜 시간 펼쳐지면, 이 곳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조차 못하는 순간이 온다. 그 때마다 우렁찬 알람은 환상 속에서 내 뒷덜미를 잡아 어두컴컴한 방에서 눈이 번쩍 뜨이게 하곤 한다. 그러고는 애써 기억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내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언제나 그래왔듯 시계를 신경질적으로 내리친다. 괴성이 멈춘다. 침대에 들러붙은 몸뚱이를 팔로 질질 밀어낸다. 이럴 때는 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게 맞나 의심스럽다. 왜, 인간의 뇌는 생존에 맞게 진화한다는데, 아침부터 기분을 영 좋지 못하게 만드는 이러한 방식이 과연 진보인지 퇴보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일어났어?”

“응.”


새벽 6시에도 나를 맞이하는 너의 목소리에는 활력이 넘쳤다. 덕분에 현실에 매달려 온 꿈의 기분 나쁜 잔상을 기분 좋게 떨쳐낼 수 있었다.

“오늘도 꿈 꿨어.”

“또? 이번에는 뭐였어?”

“해리 포터였나.”

“버터 맥주라도 마시고 온 거야?”

“그거 마시기 직전에 깼어.”

“기분 나쁠 만 하네.”

너는 진지하게 입을 꾹 다물고 기분 나빠하는 표정을 지어주었다. 그래, 이래서였다. 이래서 내가 너를 싫어할 수가 없었다. 혼자라는 느낌이 들 틈을 주지를 않았다.


“신기해.”

“왜?”

“내가 어쩌다 너를 만났지?”

“좋은 의미에서 하는 질문 맞지?”

“그럼.”


추출된 지 조금 시간이 흘러 먹기 좋게 미지근해진 커피잔을 들고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모든 게 꿈만 같아.”


---


요즘 들어 통 잠을 못 잔다. 예전에는 자고 싶어도 못 자고 새벽까지 깨어 있는 게 일상이었다면, 요새는 자고 일어나도 수면 시간이 부족해 하루종일 졸음과 사투를 벌이는 게 일상이다. 인터넷 강의는 왜 틀기만 하면 졸음이 쏟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일까. 다시금 고3 때의 체력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여튼, 이렇게 잠에 잘 들지 못하는 환경에 놓이면, 어김없이 꽤 깊은 꿈을 꾸고는 하는데, 깨고 나면 정말 기분이 좋지 못하다. 최악의 경우는 깊은 꿈을 3시간 간격으로 꾸다 깨고를 반복하는 것인데 - 대개는 군대에서 많이 겪었다 - , 그 때는 자고 일어나도 잔 것이 아니다. 시체가 발걸음을 옮기는 것에 가깝다. 그 때의 감정을 담아 저 글을 썼다.


사실 이 글은 휴지통에 들어갈 운명이었다. 결말 부분을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까 고민하며 쓰다 지우다를 반복했다. 아무리 결말을 써도 내가 전달하고픈 의미가 나오지를 않았다. 그래서 내 글을 (고맙게도) 굉장히 자주 챙겨봐주는 친구에게 먼저 보여주었는데, 결말을 빼고 써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는 것이었다. 막상 빼보니 정말 나쁘지 않아서 그렇게 나온 게 위의 글이다. 이 글이 데이터 쪼가리가 되지 않게 해준 친구에게 압도적 감사.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올리느라 내 취침 시간은 또 늦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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