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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뭐야 Apr 21. 2023

<무한학개론>

무한은 무(無)일까, 유(有)일까?

 

삶이 뭐라고 생각해? 이걸 나 스스로 물어봤을 때 뭔가 추상적인 이것저것이 떠올랐는데, 다른 사람의 삶에도 일반화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정의해보았어. ‘삶은 무한을 유한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뭔 소리냐고? 왜, 우리네 삶의 시간선이 흐르면 살아보지 않았던 미래는 살아본 과거가 되고, 정해지지 않았던 내일은 정해진 어제가 되잖아? 그러니 우리는 알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의 시간을, 알고 있는 유한한 사실의 시간으로 바꾸는 거지.

 

나는 이게 참 싫었다? 왜, 영원히 어리고 싶다는 사람들 있잖아. 어른의 무게와 책임으로부터의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 누가 안 그렇겠냐마는, 난 유독 심했던 것 같아. 위에서 표현한 말로 바꿔보자면, 무한히 무한하고 싶었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한한 사람이, 무언가만 했던 유한한 사람으로 전락하는 게 싫었던 것 같아.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무한하기만 한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사람과 다를 게 없더라고.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에 정의되지 못한 삶인지, 시간이 지났음에도 정의되지 않은 삶인지만 다를 뿐. 그래서 우리는 결국 유한해져야 해, 무한했었던 그 때는 뒤로 남겨둔 채.

 

그러니 유한한 삶이 두려워 무한한 삶으로 끊임없이 숨고 싶은 마음을 헤쳐내자.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뒤로 밀려나면서도 버텨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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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의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깊이 탐구하는 과정을 거쳐서 그런가, 여러 모로 내 가치관에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특히 '무언가를 이루어야 하지만 아직 무엇도 이루지 못한' 나의 나잇대가 그 영향력을 배가시킨 것 같다. 이 상태가 너무나도 견딜 수 없었고, 이 상태에 놓여있는 나 자신을 혐오스러워 하면서도 보듬어주어야 하는 것은 더더욱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의지를 다져야 한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러지 못하는 순간 조류에 휩쓸려 밀려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 장애물들을 헤치며 걸음을 내딛어야겠다. 발에 잔뜩 주며,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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