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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뭐야 Apr 16. 2023

<작별과 안부>

그래, 언제부터였을까? 아마도 그 때부터였을 거야. 네 근황이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게. 감정이 기억이 되는 시간대를 지나서, 깊은 곳에서 잊혀지려 할 때. 그 때 정말 어이없는 장소에서 갑자기 네 기억이 다시금 와르르 되살아났어.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당황했지만, 그래도 감정의 색은 이미 빠질대로 빠진 상태여서 다행히도 오래 당황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 그리고 과거에 멈춰있던 너의 시간선을 현재까지 연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나 봐. 아니, 무슨 감정이 있어서는 아니었고… 아니다, 감정이 있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티끌만큼 남은 감정을 애써 부정해야만 너를 잊고 싶었던 과거의 나를 합리화시키려는 걸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찾아낸 네 모습이 그래도 꽤나 행복해 보여서 안심이 됐어. 원래도 멋졌던 너가 번듯한 직장에 취업까지 하 더 멋져 보이더라고. 그러면서 나 스스로도 조금 안심이 되었던 것 같아. 마침내 내 과거를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야. 내 손으로 감추려 애썼던, 내 찬란했던 과거를. 너도 나와의 기억이 찬란했던 과거였으면 좋겠어. 말이 길었다. 그래서...잘 지내. 아니,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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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존 윅 4> 스포 주의!


오늘 간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왔다. 원래 존 윅 시리즈야 다 때려부수는 맛으로 보는 건데, 1편과 2편이 너무 잘 뽑혔던지라 3편이 아쉽게 느껴졌어서 4편도 그러리라 생각하고 큰 기대를 안 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시원시원한 작품이 나왔어서 기분이 좋았다. 갑자기 사랑글에 왜 존 윅 얘기를 하느냐면, 작중 존 윅이 성당에 찾아가자 다른 인물과 이런 대화를 나눈다.


"작별 인사중인가?"

"안부 인사중이지."

"자네 아내에게 들릴 것 같나?"

"아니."

"그러면 뭐하러?"

"혹시 들릴까 하고."


저 대사를 듣고, 내 글에 쓸 제목이 갑자기 떠올랐다. 원래는 < . or ? >라는 제목이었는데, 너무 직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노출되어서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계속 제목을 뭘로 할지 고민을 했다. 그 동안에 존 윅은 40명은 더 죽였을 것이다. 여튼, 간만에 영화도 보고, 영감도 얻고 썩 괜찮은 일요일이었다.


아 행정법 공부하기 싫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추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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