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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뭐야 Jul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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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시작부터 끝까지 공허하기 그지없다. 다른 이들을 꽃피우려는 꿈을 품은 푸르른 봄은, 치맛바람에 이리 흩날리고 구둣발에 저리 짓밟힌다. 자신의 생각과는 너무나도 다른 강단 위에서 교사는 선택을 내린다. 자신의 꿈을 짓밟던가. 자신의 직업을 짓밟던가. 자신의 꿈도, 자신의 직업도 모두 지키고 싶었던 이는 자기 자신을 짓밟았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강단 위에 있었던 나의 꿈은 이미 저 멀리 달아난지 오래지만서도, 그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오는 것은 정말 힘겹게 손아귀에서 놓아준 꿈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것을 놓지 않고 이뤄낸 이들이 존경스러우면서, 그것을 놓아버린 나 자신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존중 받아 마땅하다, 아니, 존중 받아 마땅했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기피 업무 짬처리 시킬 대상으로 보일지 몰라도. 내 자식 앞길 훼방 놓는 분풀이 대상으로 보일지 몰라도. 잠깐 자리 비어도 대체할 사람이 많은 공노비 따위일지 몰라도. 그리고, 얼마 지나면 잊혀질, 잠시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그 의미마저 없어질 목숨 따위일지 몰라도.


달이 지는 쪽으로 있는 힘껏 달려본다. 1초나마 죽음이 기억될 오늘이 길어지도록.


그럼에도 달은 오늘도 기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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