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참 인복이 많은 것 같다, 라는 생각으로 1년이 마무리되기는 처음이다.
예전에는 나이를 빨리 먹고 싶었는데, 이제는 1살이 많아진다는 게 항상 두렵다. 상수가 아닌 미지수의 삶 속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젊음의 가능성 속에서 살아가고 싶었다. 그럼에도 올해는 또 한 살을 먹었고, 내 나이 앞에는 ‘20대 후반’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게 되었다. 무언가 검증을 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온 것 같은 마음의 조급함이 몸을 앞선다.
그래도 이럴 때마다 드라마 <미생>에서 봤던 대사가 떠오른다. 우리는 성공이나 실패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문을 열어가는 것일 뿐이라고. 그래서 매번 아쉬웠던 지난 1년의 순간들을 아쉬움에 곁눈질하게 될 때, 최대한 성공이나 실패라는 말 대신 ‘지나왔던 관문’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다. 올해 열었던 문들도 마찬가지다. 분명히 아쉬웠던 순간들이 많았지만, 지금까지의 1년 중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진진했고, 여러 모로 얻어 가는 것이 많게끔 해주었다. 그 과정에서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렇다면 올해는 조심스레 성공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내 앞의 1년에는 어떤 문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심히 걱정되고 동시에 기대된다. 그러니 1년간 감사했고, 앞으로도 최소 1년간 잘 부탁드린다.
새해 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