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sweet

by 민수연


KakaoTalk_Photo_2025-09-28-00-28-18.jpeg 민수연, 다운타운 downtown, 30x40cm, guache on paper, 2016



나를 스치는 모든 것이 슬프다


작업실에 나와 자주 한강을 산책하곤 했다.

그 시기는 2022년쯤, 거울과 레진 작업을 이어가던 때였다. 이전에 즐겨 쓰던 연필과 과슈, 종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매체가 달라지면서 작업노트의 문장들도 조금씩 변해갔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그림을 말리는 동안 산책을 나섰다. 영동대교로 넘어가는 길, 반대편에서 한 노인이 걸어왔다. 나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었고, 위화감도 친근감도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유 모를 슬픔이 밀려왔다. 지금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그에게 누군가를 투영했던 것 같다. 나의 아버지, 혹은 남편의 미래같은.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를 스치는 모든 것이 슬프다.’


KakaoTalk_Photo_2025-09-15-13-01-17 017.jpeg 민수연, 산책 walk, 39.4x54.5cm, guache on paper, 2017


시간의 유한함에서 오는 조급함과, 현재를 소중히 여기려는 마음이 그 한 문장 안에 모두 담겨 있는 듯했다. 십여 년 넘게 작업을 이어오며 나의 상황과 생각은 끊임없이 변했지만, 그 모든 변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예감이 있었다. 다만 그것을 명확히 붙잡지 못했을 뿐이다. 그날 비로소 그 실마리가 잡혔다.

시간의 흐름과 관객의 참여를 담은 ‘우리네, 서울’, 대자연 속의 고독을 그린 ‘POOL’, 낯선 공간에서 제3자의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본 ‘’,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 시리즈까지—모두 나를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슬픔에서 비롯된 작업들이었다.

그 시작점에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꾸준히 그려온 초기작 ‘이상한 슬픔’이 있다.

그 작업들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보려 한다.



늦은아침단독.jpg 민수연, 늦은 아침 Late morning, 31x41cm, mixed media on paper, 2016



이상한 슬픔

(작업노트, 2016)


어렸을 적 사진에서 본 엄마와 현재 나의 행동이 오버랩 될 때가 있다.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줄 때,

우는 아이를 업고 서서 밥을 먹을 때,

생일 초를 켜고 노래를 부를 때,

빨래를 갤 때,

아이를 혼내고 간식을 먹일 때 그렇다.

순간순간 내 일상에 과거의 엄마가 겹친다.


그러나 즐거웠던 나의 유아 시절과 그때 나의 눈으로 담아둔 엄마의 모습은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

사진 속 엑스트라로 찍힌 엄마의 모습과 우리 집 풍경은 다소 적나라하다.

나의 일상이 엄마와 겹쳐지면서 현재의 나는 과거의 엄마를 제 3자로 관찰함과 동시에 동일화한다.

단편적으로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민수연_드라이기_mixed media_30.5x41.0_2016_100.000원.jpg 민수연, 드라이기 dryer, 30.5x41cm, pencil and guache on paper, 2016



삶이 희로애락의 반복이라면 감적의 기본이 되는 바탕은 단연 ‘哀’이다.

기쁨과 슬픔, 노여움과 즐거움을 추억할 때 안타깝고 뉘우쳐지는 감정이 있다.

그 감정을 딱히 표현하거나 규정하기는 어렵다.

작업의 주체는 대상을 관찰하는 제3자에게 있다.

대상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일이 관찰자에게는 가슴이 뻐근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관찰자는 대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관찰자에게도 있는 초라함이기 때문에 못 본 척하려고 애쓰거나, 대상자에게 들키지 않을 거리에서 관찰하고 위로한다. 그것은 어쩌면 자기 연민에 가깝기도 하다.

관찰자에게도 있을 법한 일이기에 동정심을 유발하지만 제3자이므로 개입하지 않는다.



KakaoTalk_Photo_2025-09-15-13-01-20 018.jpeg 민수연, 3월의 선유도 Seonyudo Park in March, 39.4x54.5cm, mixed media on paper, 2017



작업에는 누가 봐도 불쌍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대상은 연결고리가 결여된 완전한 제 3자도 아니다.

사실 아예 다른 부류의 사람과 누가 봐도 불쌍한 사람에게는 연민이 들지 않는다.

대상은 주변 인물이거나 혹은 관찰자와 공통분모가 있는 인물이다.

과거의 관찰자일 수도 있고 현재의 관찰자가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림에 그려진 대상자는 그 시간이 정말 행복한 시간일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의 주체는 관찰자에게 있다. 대상자는 관찰자의 시선에 따라 해석된다. 대상자의 상황과 관찰자의 감정이 합쳐져서 이상하게 슬픈 장면을 연출한다.



KakaoTalk_Photo_2025-09-28-00-28-34.jpeg 민수연, 우리 동네 neighborhood, 60x110cm, pencil on paper, 2017



적나라한 일상을 포착한 단편적인 사진 같은 작업.

담담하고 적나라하게 일상을 담아냄으로써, 마음이 조금 언짢고 슬픈 감정을 표현한다.

그러나 제보에 그치는 파파라치 성격의 드로잉이 아닌, 목격자가 관찰 대상에 이입되어 아끼고 이해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ARTWORKS


4.jpg 민수연, 기도 prayer, pencil on paper, 2015


10.jpg 민수연, 엄마의 등 Mother's Back, pencil on paper, 2012



민수연_점검_mixed media_30.0x30.0_2014_70.000원.jpg 민수연, 점검 check, mixed media on pap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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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jpg 민수연, 우리 강아지 My Sweetie, 30.5x41cm, pencil on paper, 2016



KakaoTalk_Photo_2020-06-05-15-07-27-2.jpeg 민수연, 계산대 checkout, pen on paper, 2017


작은사치_450x550_대지 1.jpg 민수연, 작은 사치 A Little Luxury, 45x55cm, pen and guache on paper, 2016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