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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비 Apr 27. 2020

엄마가 좋아요.

2016년 어느 날, 끄적인 글을 발견하다

이 월령의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내 아이는 아직 말을 하지 못한다.

아이는 자라고, 나는 슬프게도 늙는다.


가끔 쓴다는 이유로 대학 시절 칠판 보려고 맞췄던 안경을 아직도 쓸만큼 거추장스러운 것을 싫어하지만,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멀리 있는 것이 더 안보이기 시작해서 요즘은 가끔 안경을 찾아쓴다.

아이는 저만치서 책을 보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내가 안경을 쓰면 내 앞에 와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안경을 벗기고 눈가를 만지작거린다.

처음에는 의아했고 그 다음엔 안경이 신기해서 그런거겠거니 했다.

좀 더 관찰해보니 안경을 벗길 때 아이는 웃는다.

그 동그란 눈을 곱게 휘어트리며.


아마도 아이는 자신이 아는 엄마의 모습이 바뀌는 게 싫은 지도 모르겠다.

슬프게도, 아이가 자라는 만큼 나는 늙어가기에 점점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그 때도 내 아이는 곱게 웃으며 나를 안아줄까 하는 슬픈 생각을 하다가 문득 알았다.


내가 여전히 엄마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나의 엄마는 늙었지만 나는 여전히 엄마의 푸근한 등을 안고 살냄새를 맡으며 주름진 손을 만지작거리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괜한 걱정 대신 더 많이 사랑해주기로 했다.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더. 

매일 사랑을 주는 것으로도 부족한 고운 내 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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