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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알라 Jul 26. 2024

언니들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요즘 최애 팟캐스트 '여둘톡'


친구로부터 한 팟캐스트를 추천받았다.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 입에 착 감기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프로그램명. 알고 보니 몇 년 전 재미있게 읽었던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작가님들이 진행하는 코너였다.


싱글 여성 둘이 함께 사는 이야기를 담은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결혼 이외에 함께 사는 삶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로 하여금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팟캐스트 역시 해당 도서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일명 '여둘톡'이라고 불렸다.


급관심이 갔다. 에세이도 재밌었는데, 팟캐스트는 어떨까? 요즘도 함께 살고 계실까? 들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N년째 같이 살고 있다는 이 둘의 맛깔나는 캐미에서부터 호들갑 떨지 않으면서도 나직하고 힘 있는 목소리, 무엇보다 울림이 있는 내용과 유용한 정보까지. 유쾌, 감동, 정보의 삼박자가 잘 들어맞았다.


덕분에 요즘 출퇴근길은 물론 잠을 잘 때 역시 여둘톡과 함께 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본받고 싶은 인생 선배 언니들의 수다를 함께 하는 기분 때문일까. 나 같은 분들이 꽤나 있는지 청취자 중에는 20,30대 여성들의 비중이 가장 많다고 한다.


방송의 주제는 다양하다. 직장 얘기, 고양이, 맛집, 운동, 취미, 독서, 글쓰기, 영화까지. 좋아하는 것을 말하고 싶다는 이들은 자신들만의 톡톡 튀는 유쾌함과 입담 그리고 박식함으로 가벼운 주제를 고품격 토크로 승화시킨다. 매일매일 자극적이고 시끄러운 콘텐츠를 보다가 여둘톡을 들으면 귀가 정화되는 느낌마저 든다. 대화가 담백하고 정갈한 덕분이다.


신기한 건 어떠한 주제가 던저져도 이 둘이 매우 심도 깊은 대화를 재미있게 이어나간다는 것. 2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방송을 오롯이 둘이서 채워가면서도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짐은 물론 내용 역시 풍성하다. 제일기획 카피라이터로 일하셨던 김하나 작가님과 패션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셨던 황선우 작가님. 각각 에디터, 카피라이터로 일하셨던 내공이 나오는건가. 어떻게 저렇게 많은 지식을 아시는 지도 궁금하지만 그 지식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풀어가는 게 정말이지 능력이다 싶다.


그리고 드는 생각.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소울 메이트'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이들은 40대가 넘어서 만나 인연을 이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동성커플도 아니긴 하지만 시간을 쌓아가면서 서로가 잘 맞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인간 대 인간으로 깊은 관계를 맺은 것이다. 어떤 주제가 주어져도 끊임없이 내면의 생각을 속시원히 털어놓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 소위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과 만나는 것도 대단한 행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여둘톡을 들으며 지하철에 오른다. 이 언니들의 대화와 함께 일상을 보내는 기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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