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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알라 Feb 03. 2024

내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이유


"다음글은 OOO씨."


선생님이 내 차례를 언제 호명하실까 매번 기대 반 초조함 반으로 기다린다. 내가 현재 듣고 있는 글쓰기 수업에서의 심정이다.


수업에서는 글을 제출한 순서대로 낭독 순서가 결정된다. 수강생은 대략 18명. 하지만 누가 몇 번째로 선생님께 글을 제출했는지 알 길이 없으니 모두 자신의 순서를 알지 못하는 건 똑같다. 수업 당일 차례차례 자신의 이름이 불리고 나서야 내가 일찍 제출했구나 늦게 냈구나를 알 수 있는 셈이다. 단 예외는 없다. 첫 번째로 냈건 마지막으로 냈건 모두가 자신이 매주 제출한 글을 낭독하고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는다.


선생님은 피드백에 있어서는 확실하신 분이다. 잘한 건 잘했다 아쉬운 건 아쉽다고 분명하게 말씀해 주신다. 그래서 '오늘은 선생님이 뭐라고 평가를 해주실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매번 이 시간을 기다리게 되는 것 같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순서는 차라리 일찍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순서가 뒤로 밀릴수록 기대감보다는 초조함이 커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낭독하는 다른 수강생들의 글을 듣고 있자면 내 글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들 표현력이나 문장력이 뛰어나 듣다 보면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나는 왜 저런 감성적인 표현을 쓰지 못하지. 왜 생각하는 게 꼭 로봇 같지. 내가 진정 글을 취미로 삼겠다고 하는 게 맞는 걸까...' 등 계속해서 자문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자괴감과 요동치는 감정기복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그런대로 꾸준히 해오고 있다. 선생님의 칭찬을 들은 날에는 싱글벙글 웃음이 나오고, 칭찬을 못 듣고 바로 피드백으로 넘어간 때에는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주말이면 과제를 준비하느라 머리를 싸매야 하고, 위축감까지 들게 하는 글쓰기. 이런 나를 보며 주변 친구들은 왜 사서 고생을 하냐며, 글쓰기는 도대체 왜 하겠다는 거냐며 의아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나도 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어 하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당장 떠오르는 이유들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 일과의 연계성을 빼놓고 얘기하기 어렵다. 내가 만약 마케팅이라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간절하게 글쓰기 능력을 갈구했을까 싶기도 하다. 애초에 글쓰기 생각을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케터, 특히나 콘텐츠를 제작해 발행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마케터에게 있어 글쓰기는 필수이자 중요한 업무 역량이다. 글쓰기를 못 한다면 어찌어찌 이 일을 할 수 있겠지만 업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한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자 한다면 글을 써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떠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던지 간에 나는 글을 써야 그 분야에서 널리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의사, 변호사, 아나운서, 연구원, 개발자, 마케터, 경영자 등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무얼 하랴.이를 혼자만 알고 공유하지 못한다면, 혹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만 그 성공이 국한된다면 이는 경제적 풍요는 달성할 수 있을지언정 명성을 얻기는 어렵지 않을까.  


지금은 바야흐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글로 잘 정리하여 '어필'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모든 직업군이 그렇겠지만 종사하는 사람은 많아도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잘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세 번째, 취미로서의 글쓰기는 참으로 다양한 이점이 있어서다. 우선 글쓰기는 돈이 많이 안 들면서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몇 개 안 되는 취미활동 중 하나다.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 두 개. 글을 쓰는 컴퓨터와 쓰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타이핑칠 수 있는 육체적 건강만 있으면 된다. 이 두 개의 조건만 충족된다면 누구나 나이가 들어서도 글쓰기는 할 수 있다. 또한 계속 글 쓸 소재를 생각하고 글을 더 잘 쓰기 위해서는 다독까지 해야 하기에 두뇌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


비단 이뿐이랴. 무엇보다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생산적인 취미 활동이라는 점이 단연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콘텐츠를 만든다는 사실은 설레고도 즐거운 일이다. 글쓰기로부터 얻는 성취감이 강렬한 이유다.


단순히 취미에만 그치지 않고 경제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설렁설렁한다면 그저 취미로 그치겠지만 만약 진심으로 열정을 쏟아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룬다면 부수적인 경제적 소득이라는 결실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작가가 된다거나 하다못해 작은 공모전이라도 당선되어 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얻을 수 있는 관계의 확장 역시 글쓰기가 가져다줄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잠깐동안 생각해 보아도 글쓰기는 해서 손해 볼 거 하나 없는 좋은 자기 계발 활동임을 알 수 있다. 아, 단점이라고 하면 일정 수준으로 도달하기가 상당히 고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1만 시간 법칙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어떤 분야건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의 노력이 투자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글쓰기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진입장벽이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그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 지금은 비록 쓰지만 나중에는 달콤해질 것을 믿으며, 오늘도 1만 시간 중 몇 시간을 채워 나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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