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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여우 Sep 19. 2024

 삶의 기쁨인 것

한글을 배우며 받은 위안

카톡이 울렸다.

'선생님 바쁘지 않으시면 이것 좀 봐주세요. 저 이거 참여하고 싶은데 문장 좀 봐주세요.'

러시아 친구가 보낸 메시지다.

그녀는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인 친구다.

그녀는 한글날을 맞이하여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느낀 것을  1분가량으로  녹화해서 보내면 상을 주는 이벤트를 발견하고 참여하기로 했다는 거다.


러시아 친구의 한글 사랑

'저는  2019년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한국어 공부한 지난 5년  '전 진짜 제 삶을  살고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고 한국친구들과 얘기하면서 한국문화를 알게 되었고 살아가면서 필요한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물론 문법이 맞지 않아 내용이 이상한 부분도 있었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글을 수정해서 보냈다.

한글을 공부하면서 진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니 얼마나 한글을 배우면서 달라졌길래 이런 표현을 하나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는 한글을 공부하면서  인터넷상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한국문화도 알게 되었고 지금도 꾸준히 인터넷으로 소통하고 있는 친구다. 

얼마 전 한글 토픽시험도 보았고 3급을 받았는데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더 공부할 거라고 한다.

이제는 한글을 배우는 게 삶의 목표이고 한국어를 배우는 시간, 한국인을 만나 대화하는 시간이 행복하단다.

이 친구는 러시아 음식보다 한국음식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한글을 배우면서 소망이 생겼다고 한다.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

한국음식 마음껏 먹고 산에도 다니고 싶다고 한다.


인도 친구의 한글사랑

이렇게 한글을 배우는 것이 삶의 기쁨이라고 말한 또 한 친구가 있다.

'한국을 사랑해요"라는 티셔츠를 종종 입고 줌에서 만나는 인도 친구다.

인도 친구는 대다수의 인도인이 그렇듯 결혼하면서 시부모와 같이 살고 있다.

시집살이를 한다는 건 우리나라 옛날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나 또한 결혼하면서 시어머니와 같이 살았었기 때문에 그녀의 마음을 잘 안다.

그래서 가끔 그녀의 시집살이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그런 그녀가 한국어를 배우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단다.

이 공부를 할 때는 다른 걸 다 잊어버릴  수 있다고,  더구나 시부모님이랑 사니까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는데 한국어 공부할 때는 의지대로 공부하니까 신이 난다고 한다.

사사건건 잔소리를 듣는데 어렵게 확보한 한국어 배우는 시간, 이렇게 줌으로 소통하고 만나는 이 시간만큼은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이라서 행복하다는 거다.

이 친구는 한국어 실력이 빠르게 급성장한 친구다.

배우는 욕구도 강렬하다.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

이 두 친구들은 한국어를 배우는 순간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말을 들으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은 순간을 언제였나를 생각해 보았다.

나도 뭔가를 새롭게 배울 때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배움은 모두를 가슴 뛰게 만든다.

힘들 때일수록 더욱더 배우려고 안간힘을 썼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배우다 보면 힘을 얻고 성취감을 느끼고 그렇게 또 한 번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던 것 같다.

고맙다.

그 배움의 대상이 한국어이고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두 친구가 고맙다.

조금이나마 그들의 한국어 발전에 내가 기여할 수 있다는 것도 기쁘다.

누군가의 기쁨에 한쪽 귀퉁이 작은 조각이라도 될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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