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질문연구소 첫 번째 편지
제가 소속되어 있는 교사성장학교에 '명화질문연구소'라는 소모임을 만들어 팀장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나 그림 한 점 정도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혼자 고군분투하다가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하게 된 것입니다. 명화가 나에게 던진 질문을 타인과 나누며 그 감상의 깊이를 확장하자는 취지에서 나, 가족, 수업으로 연결하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학교생활과 각자의 삶을 사느라 바쁘심에도 스무 분의 선생님들이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보태주셨습니다.
그 소중함에 보답하고자 매주 그림 한 점씩을 선물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번 주 그림 선물입니다.
그림을 천천히 꼼꼼하게 봐주세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미소가 저절로 지어집니다. 기분이 살짝 가라앉으면서도 차분해지고 희망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그림에 대한 정보를 잘 몰랐을 때도 이 그림을 좋아했지만 뒷 이야기를 알게 된 이후 더 사랑하게 된 그림이랍니다.
어떤 질문이 떠오르시나요? 화가가 정말 꽃피는 나무를 세밀히 관찰하며 그렸다는 것이 보이지 않나요? 꽃봉오리, 꽃 하나하나를 쫓아가다 보면 화가의 시선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꽃잎을 함께 칠하고, 수술과 암술을 붓끝으로 꼼꼼하게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명화를 자세히 바라볼 때 찾아오는 기쁨이 아닌가 합니다.
A 선생님: 모르는 그림이네요 역사 관련 아니면 그림을 잘 모르는 1인입니다. 하늘이 파랗고 꽃이 핀 것도 있고 피려는 것도 있어서 봄이 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림인가 싶네요. 줄기의 뻗침에서 생명력이 느껴지는 것도 같아요. 곧 따뜻해지는 3월 힘차게 꽃 피우라는 제게 응원을 주는 그림 같네요. 좋은 그림 감사합니다!
-> B 선생님 댓글 : 선생님 말씀 듣고 보니 정말 줄기의 뻗침에서 생명력과 자신감이 보이네요.
B 선생님: 저는 본 적이 있는 그림이긴 하나 잘은 모릅니다. 싱그러운 봄이 온 것 같습니다. 오묘한 에메랄드, 청록색이 톤 다운된 색이랄까요? 비치색인가요? 한 폭의 한복 치마 같기도 한 아름다운 색 같아요. 세상을 살면서 이런 색을 느낀 적이 있나 싶네요. 하늘은 파란색, 산은 녹색만으로 가득 칠했던 저로서는 이런 바탕색을 구현해 낸 작가의 시선이 놀랍기만 합니다. 또, 활짝 핀 꽃과 절반만 핀 꽃, 아직 봉우리만 있는 것, 순만 보이는 부분도 있어 보이네요. 빨간색? 이 보이는 데 무언가 궁금하네요. 하나의 나무에서도 서로 다른 속도로 자라는 모습에서 교실 속 아이들의 모습을 연상해 봅니다. 속도가 다르기에 어우러짐이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C 선생님: 오!! 제가 7년 전에 태교 한다는 핑계로 명화 색칠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빨간 버전으로 칠했어요. 진짜 빨간색 버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완성을 하긴 했었는데 지금은 창고 어딘가에 있을 듯요. 찾아봐야겠어요!! 아쉬운 대로 블로그에서 미완성된 채로 찍힌 사진을 발견했어요. 열심히 색칠하던 그때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D 선생님: 저도 명화 색칠로 알게 된 그림인데요. 처음에 봤을 때는 나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색칠을 하다 보니 색감이 너무 차분하게 시작을 의미하는 것 같았어요.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여러 번 갔었는데 아침에 파랑초록으로 스테인드글라스 시작하는 그 느낌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과 입장에서는 한 나무에서도 개화시기가 저렇게 많이 다를 수 있나?라는 의문도 가져봤습니다.
E 선생님: 그림의 이미지는 솔직히 말하면 뒤의 배경을 파란(?)색으로 한 게 포인트같습니다. 만약 다른 색깔로 했다면 꽃의 생동감이 조금 잘 드러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계절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꽃이 핀것으로 보아 봄 또는 여름인데 배경이 파란색의 계열이다보니 조금 차가운 느낌도 있는 것 같습니다. 화사함 보다는 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의 그림인 것 같습니다.
<꽃 피는 아몬드 나무>, 빈센트 반 고흐, 1890, 캔버스에 유채, 73.3cm x 92.4cm, 반 고흐 미술관
1890년, 고흐는 생 레미 정신병원에서 동생 테오로부터 아들이 태어났다는 반가운 편지를 받았습니다. 아이가 형처럼 용기 있는 사람으로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빈센트'라고 이름을 지었다는 것입니다. 테오는 고흐에게 한결같은 사랑과 응원을 보낸 유일한 후원자였습니다. 동생의 편지를 받고 감격한 고흐는 어머니에게도 편지를 보냅니다. 조카의 침실에 걸어 둘 아몬드 나무를 그리겠다고요. 이 그림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아몬드는 2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3월 초순에 활짝 핀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알리는 꽃이지요. 그림에서 '희망'이라는 감정을 느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꽃이 필 때 함께 충만해지니까요. 이 그림은 고흐가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갔을 정도로 심적으로 가장 힘든 때, 안정적인 행복감을 느끼며 그린 소중한 그림입니다. 이 소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 참 기쁩니다.
사진을 보면 벚나무와 너무 비슷하지요? 실제로 아몬드는 식물 분류에서 장미과 벚나무속입니다. 한국 및 동아시아의 벚나무속 봄꽃이 매화나무, 벚나무, 복사꽃이라면 서양에서는 아몬드꽃을 꼽습니다. 11월부터 꽃봉오리를 맺어 봄을 준비하다가 따스해지기 시작하면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합니다. 4월 1일의 탄생화가 아몬드꽃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아몬드꽃의 꽃말은 진실한 사랑이라고 합니다. 그림을 바라보며 조카를 향한 삼촌의 진실한 사랑을 충분히 느끼는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사진: Unsplash의Meriç Dağl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