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빈센트 반 고흐와 해바라기

명화질문연구소 여섯 번째 편지

by 민트아트

이번 주 명화 편지입니다.


오늘은 두 화가의 해바라기 그림을 감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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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나오는 정물화는 풍경화처럼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으니까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거나 꽃병에 꽂아두고 오래 바라보는 것처럼 화가들도 그런 마음으로 꽃을 그렸을 것입니다. 눈앞의 아름다움을 오래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 그것이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두 해바라기는 표현이 너무 다르죠. 같은 꽃이라도 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마치 같은 재료로 요리를 해도 만드는 사람의 솜씨와 의도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나는 것과 같습니다. 고흐의 해바라기는 물감이 두텁게 쌓여 꽃의 질감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옵니다. 활짝 핀 꽃과 이미 시들어가는 꽃이 한 화면 안에 공존하며, 생명과 시간의 무게를 동시에 드러냅니다. 반면, 모네의 해바라기는 빛이 있는 공간에 놓여 있습니다. 꽃과 주변 공기가 함께 흔들리는 듯한 붓질 속에서 순간의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화면 전체가 숨 쉬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같은 해바라기이지만, 하나는 존재의 시간을 담고 있고 다른 하나는 빛의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그림이 더 마음에 드시나요?




명화질문연구소 선생님들은 이런 이야기를 나누셨어요.


A선생님: 사진으로만 보다가 전시회에 가서 명화를 처음 실물로 봤을 때 덕지덕지 바른 질감이 느껴져서인지 그림 그릴 때의 화가의 심리가 느껴지는 듯했어요. 특히 고흐 그림들이 물감을 두껍고 일정하지 않게 발라서 강열하더라고요. 아래 그림은 얇은 붓으로 세밀하게 그려 각각의 해바라기가 가볍고 자유로와 보여요. 해바라기가 재물운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저희 집 현관에도 고흐 해바라기 명화 그리기로 걸어뒀어요. 체력이 바닥났는지 몸살 기운이 있는데 두 그림에서 봄기운을 받아요.


B선생님: 아주 오래전 그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확대해서 보니 붓 터치가 생생하게 보여서 그린 지 얼마 안 되었을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져요. 봄맞이로 화병에 일주일 전에 둔 거베라 꽃이 있었는데 일주일이 지나니 줄기가 꺾이면서 꽃 가운데가 검게 동그래졌는데 꽃술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거든요. 두 번째 해바라기 그림 중 맨 위에 있는 있는 부분도 비슷해서 저 꽃도 심은지 오래돼서 그런가 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러다 보니 첫 번째 그림 속에 시든 해바라기의 모습도 보여서 화병에 담은 지 일주일 정도 지났겠구나 하며 이 그림을 그릴 당시를 추측하게도 됩니다.


C선생님: 첫 번째 그림은 너무 익숙하고 두 번째 그림에서 보이는 거친 질감은 생명력을 느끼게도 하고 화려한 색감이 마음의 어떤 열정과 욕망을 상징하는 것도 같아요. 그림을 볼 때 늘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림을 보는 시선에 '제 마음 한구석이 담긴다는 거예요. 좋은 그림 감사해요. 주말 행복하세요.


D선생님: 첫 번째 그림은 발랄하고 생동감 넘치는 10대의 해바라기라면 두 번째 그림은 체력이 예전 같지 않지만 다양한 경험으로 성숙해진 중년의 해바라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10대의 해바라기는 최대한 쨍한 색깔로 뽐내기 바쁘다면 중년의 해바라기는 전체적인 조화와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지혜 같은 게 생긴 느낌이랄까요? 10대의 해바라기를 확대했을 때 물감의 질감이 리얼하게 드러나는 것조차 뽀송뽀송한 솜털처럼 느껴집니다. 풍요로운 해바라기 선물 감사합니다.


E선생님: 해바라기를 보며 나한테 말하고 있는 작품처럼 느껴지네요. 해 바라기, 해가 뜨길 바라자처럼 해는 언제든 뜬다 지금은 좀 힘들더라도 해가 뜨는 날은 온다. 해바, 해봐처럼 들려서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도전해 봐. 여기에 노란색이 제 눈을 더 밝게 환화게 만들어줘서 어제오늘 기분이 노랑노랑 해졌습니다.


F선생님: 언젠가 큰 아이가 해바라기 그림을 그려온 적이 있어요. 셋째 육아로 힘든 저에게 어떤 그림이 좋은지 물어봐서 꽃이 좋다고 했더니 그려왔더라고요. 여전히 복도에 걸려 있어요. 위의 그림은 밝은 색감 속에 있지만 잎이 모두 떨어져 있네요. 희망적인 분위기 속에서 뭔가 절망적인 느낌이 느껴집니다. 아래 그림은 활짝 피어서 자신을 마음껏 드러내는 느낌이 드네요. 톤은 더 깊고요.


G선생님: 저희 집 아이가 유치원에서 받은 씨앗으로 해바라기를 심었던 적이 있어요. 해를 닮은 해바라기가 여름 쨍쨍할 때 샛노랗게 피는 모습이 참 예쁘더라고요. 선생님이 올려주신 해바라기 그림을 보니 생명력이 꿈틀꿈틀 느껴집니다. 저희 아이는 사자의 털을 닮았다네요.


H선생님: 아랫부분 해바라기들에 눈이 갑니다. 두 작품 다 아래 해바라기가 쳐진 것처럼 보여요. 지쳐 보입니다. 제가 지친 걸까요?


I선생님: 위의 해바라기는 워낙 유명한 그림이죠, 아래 그림은 처음 보는 그림이네요. 위의 해바라기는 정말 그림 속에 있을 법한 해바라기 느낌이고, 아래 그림은 화가가 들판에서 꺾은 해바라기를 화병에 꽂아 넣고 실제를 바탕으로 따라 그린 그림처럼 사실감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해바라기와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 이야기


해바라기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을 뜻하는 동시에 '추운 날 양지바른 곳에 나와 햇볕을 쬐는 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해바라기꽃의 '바라기'는 '바라다'가 아니라 '바라보다'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런데 저는 해를 바라보는 것과 해를 바라는 것, 그리고 햇볕을 쬐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꽃은 실제로 해를 따라 움직인다고 하니, 해바라기와 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화가가 그린 해바라기는 무엇을 향하고 있었을까요.


고갱은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 즉 잘린 꽃이 놓여 있는 파리 시절의 작품을 두 점 소장하고 있었었습니다. 1888년 8월, 고흐는 아를의 작업실에서 고갱을 맞이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해바라기를 다시 그립니다. 이번에는 꽃 병에 꽂힌 상태로, 더 크고, 더 강하게 표현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해바라기였을까요. 확실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한 가지는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고갱이 이미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다시 새롭게 그려냄으로써, 그에 대한 존경과 기대, 그리고 함께 작업하고 싶은 열망을 담았을 가능성입니다. 그 반복이 단순한 취향을 맞추기 위한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관계를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해바라기가 더 이상 혼자만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10월 말, 고갱이 도착하면서 두 사람의 공동생활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성격과 예술관의 차이로 인해 그 시간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12월 23일, 갈등은 극에 달하고 고흐는 귀를 자르는 사건을 겪습니다. 그리고 불과 며칠 뒤, 고갱은 아를을 떠납니다. 이후 1889년 1월, 홀로 남은 고흐는 다시 해바라기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눈앞의 꽃이 아니라, 이미 그렸던 그림을 바탕으로 한 반복이었습니다. 색과 배경, 붓질에 미묘한 변형을 주며 같은 이미지를 다시 쌓아 올립니다. 왜 그는 해바라기를 반복해서 그렸을까요. 떠나간 이를 기억하기 위해서였을까요.

1888년, 고갱을 맞이하기 위해 그렸던 해바라기와 1889년, 홀로 남아 다시 그린 해바라기는 같은 연작이지만 전혀 다른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그의 그림에는 활짝 핀 꽃과 고개 숙인 꽃, 이미 말라가는 꽃이 한 화면에 함께 존재합니다. 이건 단순한 정물이 아니라 하나의 순간 안에 시작과 절정, 쇠퇴의 시간을 함께 담아내려는 시도입니다. 고흐에게 해바라기는 단순한 꽃이 아니라 관계와 감정, 시간과 자기 자신을 동시에 담아낸 하나의 언어였습니다. 1889년 5월, 고흐는 생레미의 정신병원에 스스로 입원합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여 뒤인 1890년 7월, 생을 마감합니다.


하지만 그의 해바라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 꽃은 여전히 빛을 향한 채 우리 앞에 서 있습니다. 그는 왜 같은 꽃을 반복해서 그렸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 꽃을 바라보며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요.




1888년 8월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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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 (나)

(가): <해바라기>, 1888, 캔버스에 유채, 91X72cm, 노이에 피나코테그, 독일 뮌헨

(나): <해바라기>, 1888, 캔버스에 유채, 92.1X73cm, 내셔널 갤러리, 영국 런던



1889년 1월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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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라), (마)


(다): <해바라기>, 1889, 캔버스에 유채, 92X72.5cm, 필라델피아 미술관, 미국

(라): <해바라기>, 1889, 캔버스에 유채, 95X73cm, 반 고흐 미술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마): <해바라기>, 1889, 캔버스에 유채, 100X76cm, 솜포 미술관, 일본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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