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야기 2
1월에 00 출판사 교사모니터링단을 신청해서 다녀왔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와 미술 관련 도서에 대한 현직 미술교사의견을 묻는 자리였습니다.
청소년 문학서적을 많이 발간하는 출판사라 그런지 기존 미술교과서에서 볼 수 없었던 인문학적 요소가 융합되어 풍성함이 느껴졌고, 제가 평소 아쉬워했던 점이 보완되어 있어 놀랐습니다. 화가의 작품 사진과 얼굴이 함께 나오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거든요. 작품을 보는 것은 화가의 인생을 만나는 것이기에 화가의 얼굴을 알고 그림을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작품을 대하는 태도부터가 달라집니다. 졸업하면 대부분 미술과 멀어지는 학생들에게 교과서에서 나온 화가만큼이라도 제대로 알려주면 좋겠다는 저의 평소 생각이 반영되어 있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장점 위주의 피드백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만큼 잘 만들었더라고요.
며칠 뒤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현재 미술 관련 학습 용어 사전을 만들고 있는데 '축소' 키워드로 글을 써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던 중이었고, 집필에 대한 욕심은 늘 있었기에 바로 수락했습니다.
하지만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지요.
2페이지를 채우면 되는 짧은 글이었지만 수업 고민, 해결 방안, '축소' 키워드로 할 만한 수업 제안 등 글의 형식이 정해져 있어 도움이 되는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진도가 잘 나가지 않더라고요.
'축소'라는 개념 자체가 미술 수업시간에 잘 다루지 않는 용어인 데다가 개념 설명 란에 적을 내용이 별로 없어 처음부터 막막했습니다. 축소와 관련된 미술 수업이 뭐가 있을까? 계속 고민하다 보니 과거에 했던 수업이 생각났습니다. ‘사진으로 담는 공간 속 이야기’와 '발상 수업'의 결과물 중 축소와 연결할 만한 몇몇 작품이 떠오른 것입니다.
수업의 과정은 이렇습니다. 자신이 그린 그림 또는 만든 입체작품을 다양한 공간에 배치해 사진 촬영을 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활동입니다. 이때 자신의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작품 이외에 소도구를 이용해도 된다고 허락합니다. 사진 이론 수업 시간에 배웠던 앵글, 샷, 구도, 노출 등을 적용해 보고 하나의 사진 작품으로 완성해 와야 합니다.
저는 수행평가를 할 때 주제는 통일하되 표현 영역, 기법, 재료에 대해서는 선택의 폭을 열어두는 편입니다. 각자 좋아하는 미술의 영역이 다르고 재료에 대한 기대감이 있거나 혹은 두려움이 없어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참고할 만한 수업을 찾았으니 이제 좀 더 '축소'의 콘셉트에 맞는 수업으로 발전시켜 보겠습니다.
1. 축소와 관련된 책, 예술가, 영화 감상
2. ‘어느 날 내가 작아졌다면?’, ‘000이 작아진다면?’ 등의 질문으로 발상 유도
3.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축소 대상물 표현하기
4. 사진 이론 수업을 통해 구도, 앵글, 샷 등의 촬영기법 배우기
5. 축소한 사물을 다양한 공간에 배치하고 사진 촬영
6. 자기 작품에 대한 소감 발표 및 동료평가 학습지 작성
저에게 늘 영감과 에너지를 주는 학생들의 작품입니다. 어느 예술가 못지않게 훌륭한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행복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