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야기 1
올해 3학년 학생들은 한 번도 가르친 적이 없는 친구들이라 살짝 설레는 마음으로 교실로 향합니다. 미술창작 첫 수업은 대부분의 수업처럼 교사 소개, 눈 마주치며 아이들 이름 불러주기, 미술부장 선출, 수행평가 안내 등으로 이어집니다.
모든 첫 만남이 그러하듯 오리엔테이션 시간은 그 수업에 대한 첫인상을 남기는 시간으로 매우 중요하지요. 미술교육의 필요성, 학생부종합전형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대한 저의 생각과 사례를 이야기하고 미술 수업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는 말을 꼭 덧붙입니다. 대학 진학 여부 상관없이 학창 시절의 마지막 미술 수업임을 강조하며 '힐링'에 포인트를 둡니다.
그러고 나서는 3월 첫 주 자기소개 발표로 지쳤을 아이들을 위해 교사에게만 자신을 소개하는 소극적(?) 학습지로 몸풀기를 활동을 시작합니다.
< 나 이런 사람이야!> 탐색 활동 후 자신을 소개하는 그림책 한 면 디자인하기
두 가지 활동을 하나의 학습지에 넣었습니다.
1. 나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키워드에 동그라미 표시하는 활동
( '지현쌤과 함께하는 인생미술' 블로그 공유 자료 부분 이용)
활동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먼저,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 학생을 위해 다양한 예시 키워드를 적어 놓고 자신의 특성에 맞는 단어를 찾을 수 있게 합니다. 해당하는 내 모습이 단어 중에 없다면 아래 빈 괄호에 키워드를 직접 적을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이 시간 아이들은 매우 진지해집니다. 단어를 읽으며 자신의 성향을 찾아내야 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자신을 탐색하는 시간이 되더라고요.
2. 『중요한 사실』 그림책을 읽고 '나'에 대한 페이지를 채워 그림책을 완성하는 활동
( 중등 그림책 학급 운영 소모임에서 얻은 팁을 수업에 적용 )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한 탐색이 끝났으면 그림책을 읽어줍니다.
『중요한 사실』은 예쁜 리본이 묶인 선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중요한 사실이 선물 포장지 안에 있는 걸까요? 리본을 스르르 풀어보니 그 안에 책이 있습니다.
자, 이제 책 선물을 읽어 보겠습니다.
책을 열면 페이지마다 숟가락, 데이지 꽃, 비, 눈, 사과 등이 등장합니다. 텍스트 첫 줄에는 각각의 사물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나오고 두 번째 줄부터 사물의 특징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줄에 한 번 더 사물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반복하는 구조로 진행됩니다.
이 책의 마지막 면지에는 '너'에 관한 중요한 사실이 나옵니다. 작가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페이지입니다. 아기가 성장하며 어른이 되어간다는 틀림없는 변화 과정에서 '너는 바로 너라는 것', 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이라는 이야기 나옵니다. 그리고 거울이 있습니다. (검게 스캔된 부분이 거울입니다.)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 성찰하게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매우 뛰어난 책입니다.
책을 읽었으니, 이제 작가인 나를 소개해 볼까요? 너(독자)를 소개하는 마지막 페이지 이후에 나(작가)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더 만들어보는 활동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얀 포스트잇을 나눠주고 포스트잇 위에 학습지 2번 칸에 적었던 텍스트를 반복해서 적게 합니다. 자신을 소개하는 키워드 중 가장 중요한 사실을 위에 쓰고, 다른 특징들을 나열한 뒤, 마지막 줄에 첫 줄을 다시 반복하게 하는 구조를 그대로 따릅니다.
포스트잇에 텍스트를 적게 하는 이유는 글과 그림의 조화를 찾아가는 그림책 레이아웃 디자인의 기본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포스트잇을 여러 곳에 붙였다 떼었다 하며 그림책의 그림과 텍스트가 어울리는 적절한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이 나오는 그림책 한 면을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창작한 학생들의 스케치입니다. 바로 그림책으로 만들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잘했지요?
내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건
나는 지금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여러 모습을 맞이하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는 바로 나라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도 저 자신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지혜로운 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