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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아트 Dec 22. 2024

02 조각가 김영원

광화문 세종대왕상 조각가

이번 주 함께 볼 작품입니다.

입체 작품이므로 여러 방향에서 찍은 사진을 함께 천천히 감상해 주세요.






작품을 관찰하며 떠오르는 단어가 있나요?



이 작품의 제목은 뭐라고 하고 싶나요?




작품을 보며 떠오르는 질문이 있나요?




생각 난 질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잠시 생각해 보세요.






사실적인 인체의 매끄러운 뒷모습을 보고 안도하는 순간, 앞모습이 잘려 나간 단면을 마주하고 당황하게 된다. 인간을 반으로 나눠 놓은 듯한 표현은 갈라진 양쪽 면이 서로 뒷모습만 존재함으로써 감상자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사람의 앞면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렇다면 사람의 얼굴이 포함되는 앞면이 뒷면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전면에서 볼 때 부채와 같은 형상으로 갈라진 인체 사이에서 또 다른 인체가 복제되듯 탄생하고 그 또한 갈라짐을 반복한다. 인형의 몸을 열면 또 하나의 인형이 계속 반복해서 등장하는 러시아의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인간 탄생의 무한 반복을 표현한 것도 같다. 그러나 그 반복은 원형의 불완전함을 복사하듯 인체의 절반인 뒷모습만 부활하고 있다. 작품을 측면에서 바라볼 때는 인간이 하늘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점에 도달한 인체는 다시 하향 곡선을 그리며 저편으로 사라져 간다. 모순된 자기 복제의 한계를 느낀 듯. 몸에서 영혼이 연기처럼 빠져나오는 유체 이탈도, 자신을 닮은 분신들이 본래의 몸을 숨기기 위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판타지다운 상상도 하게 된다. 하나의 작품에서 여러 가지 감정과 다양한 상상력을 끌어내는 작가의 작품은 참 흥미롭다. 그림으로 치자면 마그리트의 작품을 보는 듯하다. 사실적인 소재가 쓰이지만, 사실 너머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간직한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김영원 작가의 조각작품은 우리를 현실 너머의 공간으로 초대하고 있다.


작품을 보며 느껴진 단어


역사, 인류의 흐름, 분신, 유체 이탈, 부모와 자식, 부채, 탄생, 윤회



작품에 제목을 붙인다면?

불완전한 인간의 윤회



떠오른 질문


인체의 뒷면만 표현한 이유가 있을까?

사람이 반으로 갈라지는 의미는 뭘까?

사람을 6명만 표현한 이유가 있을까?

사람 안에 사람이 또 탄생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발부분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기둥처럼 만든 이유는 인체의 앞과 뒤를 구분하지 않기 위해서일까?






조각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


<작품 정보 >

김영원, <그림자의 그림자-꽃이 피다>, 브론즈, 8m 2016, DDP 플라자



김영원 (1947년~  )



  1947년 서울 출생인 김영원은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환경미술 연구소 소장, 조소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그는 인체라는 일관된 소재로 묵묵히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의 작품은 세 번의 시기로 나눠 변모해 왔는데 2000년대 이후 사람의 몸을 그림자로 바라보는 '그림자의 그림자'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다. 2009년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조각해 작가로서의 정점을 찍었고, 불우이웃 돕기를 위해 서울시에 작품의 저작권을 무상으로 기증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그는 인체 사실 조각을 통해 다양한 주제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으며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인체 조각으로 한국 현대 조각사의 흐름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했다.

 

그의 작업은 사실주의적 구상조각을 바탕으로 세 시기로 나뉜다. 첫 번째 시기는 인체를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한 1977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로 ‘중력 무중력’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명상과 불교적 세계관을 담은 1990년대의 ‘조각-선’, ‘드로잉-선’ 시리즈이다. 세 번째는 2000년대 이후 현재까지로 조각의 한쪽 면을 부조로 표현함으로써 전면과 후면을 동시에 갖는 초현실적인 인체조각 시기다. “몸이란 실체가 아니라 그림자일 뿐”이라는 작가의 미학적 사고를 대변하는 ‘그림자의 그림자’ 시리즈가 이 시기의 대표 작품이다.

출처: 2016. 09. 19. 서울신문, 함혜리


그의 작품은 사실적인 인체 묘사에 그치지 않고 감상자에게 저마다 다른 해석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인체 조각을 통한 감상자와의 소통을 원했던 그의 의도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위의 작품은 2016년에 열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야외 조각전 '나-미래로'(2016.09.18~2017.2.26)라는 제목으로 열린 전시에서 선보인 조각 작품 17점 중 하나이다.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작품의 제작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그림자의 그림자’ 연작은 4면이 모두 전면인 동시에 후면인 인체상이다. 작가는 “인간은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존재이며 많은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욕망도 허망한 것이라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중략>  
작가는 “자하 하디드라는 외국의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 앞에서 한국 미술가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 했다”며 “어지간한 크기로는 DDP 건물의 장식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대화할 수 있도록 신작들은 큰 사이즈로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출처: 2016. 09. 19. 서울신문, 함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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