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육아'
그때부터 지금까지 목을 길게 빼고 주위를 둘러봐도 아멜리만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이 자신을 기쁘게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건 아마 그녀가 오래오래 어르며 쌓아온, 그리하여 마침내 한 치의 의심 없이 기꺼이 따르게 된 독자적인 사유 방식과 행동 양식, 그러니까 그녀만의 ‘세계’ 덕분일 거란 생각이 들면 부러워졌다. 내게 그건, ‘마음이 추운 날 입을 스웨터’를 한 벌 가지고 있다는 말과도 같아서. 예컨대,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언저리께 가 따끈해지는, 몸을 푹 감싸주는 그런 스웨터. 허나, 그 좋은 게 별안간 뚝 떨어질 리 있나. 자기만의 세계는 여러 경험 중 자신에게 특별히 잘 맞는 좋은 감각이 거듭되며 만들어진다. 오랜 기다림과 정성, 추억과 애정이 잘 다져져야만 비로소 튼튼해진다. 한 코 한 코 손으로 스웨터를 뜰 때처럼, 꼭 그렇게 말이다. 『취향 육아』 이연진, p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