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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밍블 Dec 18. 2020

겨우, 서른.

함께 고민할 수 있어서 행복해!!


넷플릭스에 추천 콘텐츠로 올라와 있었던 겨우, 서른. 글씨체가 너무 공포물 느낌에 옛스러워서 클릭해보지 않았던 중드. 사실 난 넷플릭스를 잘 보지 않는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이것저것 봤는데 지나고 나니 굳이 내 시간을 들여서 봐야 할 필요를 못 느꼈다. 집중해서 TV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아이들이 자고 난 이후인데 그때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았기에. 아니 그런데 어쩌지. 니나님 포스팅에서 본 이후로 더 자주 눈에 띄어서 40분 소비해 볼까 봤는데....

코로나 시대에 여행욕구 뿜뿜하는 야경. 소비욕구 뿜뿜하는 주인공의 직업&패션으로 한 번에 3편을 내리 보게 됐다. 넷플릭스에는 40분만 허락하려고 했는데 말이다.


(여자들의 소비욕구를 충실하게 자극하는 콘텐츠가 하나 더 있으니 그것은 에밀리 인 패리스. 둘 다 보고 있는 입장으로 내 나이 때에는 겨우 서른이 훨씬 공감되는 편이다. 43화로 구성도 탄탄한 느낌. 물론 에밀리 인 파리는 눈이 아주아주 즐거워서 가볍게 킬링타임으로 최대의 행복을 주는 콘텐츠이다.)





겨우 서른에는 세명의 여자 주인공이 나온다. 참고로 나는 JTBC에서 방영했던 청춘시대 1,2를 매우 좋아한 사람으로 20대든, 30대든 당시에 고민할만한 것들을 그때로 돌아가 함께 고민하는 걸 즐겨하는 아줌마다. 나보다 훨씬 예쁜 여배우들이지만 왠지 나도 20대에는 젊음 자체로 예쁘지 않았을까 착각도 할 수 있고 말이다. 요거 딱 그런 느낌이다.




먼저 만니!

명품 편집샵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는데 손님을 대하는 자세가 정말 놀랍다. 나도 평소에 고객들을 많이 접한 입장에서 만니를 보며 진정한 CS가 무엇인지 배운달까? 뭐 물론 저 정도로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긴 하지만 어쨌든 정말 프로의식이 뛰어나다. 고향을 떠나 상하이에서 월급의 반을 월세로 바치며 그야말로 빡빡한 삶을 살고 있지만 안정적인 삶을 이루고자 매일 노력한다.




매일 서서 일하고 제때 화장실도 못 가다 보니 허리에 무리가 생겨 쓰러진 만니.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는
온갖 듣기 좋은 말은
남들한테 다 해주고
온갖 모진 말과
무뚝뚝한 표현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한다는 거다.

이 부분 너무 슬펐다.

겨우 서른에 이렇게 어른의 무게를 짊어지고 혼자 베개에 눈물 적시는 만니를 보니 마음이 찡했다. 세 친구 중 유일한 싱글이며 나는 크루즈 여행에서 오지호 닮은 남자를 만나는 것까지 봤다. 너무나 느끼하고 부자연스러워서 싫은데 그래도 여유 있어 보여서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구자.

세명의 캐릭터 중에 가장 공감되는 캐릭터이다. 겉으론 여유 있어 보이지만 수면 아래 쉼 없이 다리를 움직이고 있는 백조 같은 캐릭터랄까? 사실 구자는 남편과 불꽃 축제 사업을 창업하고 운영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구자의 일처리 능력이나 남편을 배려하는 모습 등은  아기 같은 남편과 비교해 너무 어른스럽다. 지혜롭고. 예쁘고. 이 모든 게 복선이겠지.




이런 게 바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거죠.



구자는 정말 넘나 똑소리! 그러면서도 유치원 면접에 모든 신경을 다 쓴다거나 부녀회 사람들과 잘 지내려는 모습 등은 참 마음이 애리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하는 게 아니라 솔직히 나도 겪어본 일이라 그렇다. 저렇게 사리분별 명확하고 자기 할 말도 잘하는 사람이 어쩌다 상류층 진입을 목표로 삼았을까? 지금 그 모습 그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멋지게 해내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친구 삼고 싶은 캐릭터.






마지막 샤오칭

구자와 절친이고 백화점 관리업체 마케팅 부서 직원이다. 같은 빌딩에(백화점?) 미실이라는 편집샵이 있어 만니와 우연한 계기로 친해지고 셋은 친구가 된다. 샤오칭은 뭐랄까. 딱 귀여운 캐릭터다. 조금 아기 같고 징징이로 보이기도 하지만 잘 사는 친구를 시샘하거나 부러워 하기보다는 친구 그대로를 바라볼 줄 아는 순수한 캐릭터다.  이런 친구라면 나는 얼마든지 칭얼거림을 받아줄 수 있을 것 같다. ^^ 결혼은 했지만 아직 아이는 없는 캐릭터로 나온다.


세명의 성격과 상황 설정이 모두 다른데 현실 친구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리고 이들이 고민하는 문제들도 내년 마흔인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제목을 겨우 마흔ㅋㅋㅋㅋㅋㅋㅋ이라고 지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정도다. 실제 내 친구들 구성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아직 미혼인 친구, 결혼했지만 아이 없는 친구 난 결혼하고 아이 키우는 친구. 딱 아니냐며. 이제 결혼하는 시기도 늦어지고 결혼하면 무조건 아이 낳아 키우고 하는 시대도 아니라 아마 그 나이는 점점 늦춰지지 않을까? 겨우, 서른- 겨우 마흔- 겨우 쉰.ㅋㅋㅋㅋㅋㅋ


나는 지금 7회 정도까지 봤는데 구자가 새로운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더 멋짐 폭발할 것 같은데... 혼자 많이 힘드려나? 만니는 짝꿍 찾는 거 하지 말고 패션 유튜버 하면 구독자 많아지고 멋진 언니 될 것 같은데...ㅎㅎㅎ 샤오친은... 아이고 어쩌지... 좀 더 보면서 어떤 미래가 좋을지 예상해 봐야겠다.


근데 한편으로 누군가가 정답을 이야기 해준들 그건 그 사람 인생의 정답이지 나의 정답은 아니니까. 애초에 인생의 정답이란 것도 있을 리가 없고. 20대든 30대든 40대든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애쓰는 삶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만니, 구자, 샤오친의 고민을 함께 하며 나의 20대, 30대 그리고 지금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남은 회차도 그렇게 즐겁게 함께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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