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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밍블 Dec 22. 2020

오늘은 어제와 달랐고 어제보다 행복했다.

'메이크 타임'으로 나의 하루 다시 보기


이웃인 베리미키의 블로그에서 '메이크 타임으로 하루 시작하기'라는 포스팅을 봤다. 이전에도 좋다는 얘기를 들었던 책인데 미키의 마음에 참 와 닿은 책이구나 싶었다.


나도 두 번째 소개로 포스팅을 보니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4단계 프로세스. 하이라이트>초집중>돌아보기 +에너지 충전을 통해 중요한 일을 하고 에너지를 채우라고 했다.


좋았어! 나도 오늘은 이 4단계 프로세스를 실행해보겠어 하고 되뇌었다. 하이라이트... 하이라이트... 암만, 하이라이트가 가장 중요하지. 나의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일까?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이라이트가 없다. 직장이었으면 오늘 해야 하는 업무가 명확히 보이는데  너무 많아서 문제인데 집에서는 죄다 자잘한 일로 여겨지고 하이라이트가 보이지 않았다. 초집중할 건 또 뭐야. 대충 흘러가는 거지... 아 메이크 타임은 복직하면 해야 하는 과정 인가 싶었다.


나는 '일하는 나'만 나로 여겼나?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에는 하이라이트도 없고 초집중할 일도 없고 돌아볼 일도 없는 하찮은 시간으로 여겼던 건가? 아니다. 그래서가 아니다. 회사로 돌아가면 난 또 다른 핑계를 댈 것이다. 그날그날 맡은 일을 처리하면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은데 무슨 하이라이트야... 주말에 생각하자. 퇴사하면 생각하자 그럴 것이 뻔했다. 결국 나는 진지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문제의식을 갖기보다 그저 잘하고 있다며 긍정의 신호만 보려 했던 것이다.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나의 시간과 타인의 시간을 분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사실 평소 내 시간을 잘 가지는 편이지만 회사에 나가면 일과 조직에 지나치게 충성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만큼은 회사 내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것이 목표이니 하이라이트/초집중/돌아보기/에너지 충전의 과정을 꼭 체크해야겠다. 





먼저 오늘의 하이라이트를 정해야 한다. 긴급성, 만족, 즐거움을 충족시키는 일 중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하이라이트로 선정한다! 싱겁지만 현재 내게 그 기준을 만족시키는 일은 단연 도서관 다녀오기다.ㅋㅋㅋㅋㅋ 오늘이 도서반납일이고(긴급성) 도서관 다녀오는 일은 적당한 산책과 운동이 되어 내게 즐거움을 준다. 내가 원하는 책을 받아오기도 하니 만족감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아유 목표로 삼기 너무 사소하고 목표라는 단어가 민망한 to do list. 그래도 뭐 어때. 실제로 나는 하루 시작할 때 오늘은 도서관 가야지, 오늘은 빨래해야지, 오늘은 마트 가야지를 목표 삼는다. 코로나 시대에 아이 키우는 여자 사람의 일상으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흐음.


하이라이트를 확보하기 위해 나는 오전에 경제기사 요약 포스팅을 발행하고 아이들 오전 학습 진도를 확인해 채점까지 마쳤다. 점심으로 간단하게 먹을 빵도 준비해두고 나의 하이라이트를 실행했다. 나의 하이라이트 시간은 30분으로 끝났지만 만족감은 생각보다 컸다. 오가는 길 걷기를 통한 운동을 할 수 있어 감사했고 내가 원하는 도서를 예약해 받아올 수 있어 감사했다. 다른 아이들은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자유롭게 볼 동안 우리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DVD를 보니 이 또한 감사했다.(도서관의 DVD 대여 시스템도 감사 순하고 소박한 우리 아이들도 감사) 


아, 이런 게 하이라이트야. 대단한 일이 아녀도 내게 만족과 즐거움을 주며 중요한 일을 해내는 것. 남들이 시키는 일, 해야 하는 일을 허둥지둥하면서 내 시간이 없어지는. 그러면서도 뭔가 눈에 보이는 일을 했다는 것에 만족하는 게 하이라이트가 아니라고 읽지도 않은 메이크 타임 저자가 말하는 것 같았다.ㅋㅋ





그렇다면 오늘의 에너지 충전타임은 음악과 함께 책 보기였다. 사실 책은 매일 조금씩이라도 읽는 편이라 특별한 충전은 아녔는데 아이들이 '비발디'에 대해서 이야기하길래 무심코 틀어본 클래식이 오늘의 에너지가 되었다. 심지어 둘째는 사계 중 겨울을 다시 틀어달라고도 했다. 나는 팔을 허공에 휘저으며 몸을 흔들었다. 선율에 몸을 맡기는 게 이런 거지. 클래식은 잘 모르지만 비발디 사계/ 겨울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니까. 사실 비발디의 사계에 빠진 것이 아니라 이현우의 헤어지는 날에 몰입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아무렴 어때. 음악의 역할을 둘 다 충실히 해냈는 걸. 


초집중은 글쓰기다. 솔직히 하이라이트 버금가게 중요한 일이고 만족감을 주는 일인데 긴급성이 떨어져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지 않게 하고 있다. 하이라이트를 실행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초집중인가? 모르겠다 이제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있어서.


다만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일상 속에서 중요도를 나누고 무언가 완수했다는 생각이 만족감을 준다. 매일이 이벤트가 가득하고 매일이 그럴싸하면 피곤하고 부담스러워 못 살 것 같다. 그저 그런 잔잔한 오늘 같은 날이 내 삶에 많아지면 어쩌면 나는 더 행복해질 것 같다. 그런 잔잔한 일상을 붙잡고 싶어 글을 쓴다.


오늘은 어제와 달랐고 어제보다 행복했다. 

그럼 된 거지. 암. 만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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