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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밍블 Dec 30. 2020

마음대로 해. 내가 옆에 있을게

안전함을 느끼게 해 주는 사람이 되길...

겨우 서른, 중드 43화를 다 봤다.


1화에 대략 40분의 짧지 않은 시리즈였는데 처음엔 화려함에 정신없이 봤고 중반부부터는 이들의 어려움을 함께 느끼며 봤다. 생각보다 명대사가 많았던 작품인데 작품이 끝날 때까지 내 마음에 자리한 대사는 샤오친의 것이었다. 안정적인 중상류층 구자와 명품을 판매하는 만니의 언변에 가려진 샤오친의 매력은 중반부부터 꽃피우는데 역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잘 수용하는 자세가 글쓰기로 이어지는 것인가 싶다. ^^



 7화까지 보고 '겨우 서른'에 대한 글을 쓸 때 량정센이 뭔가 뒤가 구린 느낌이 있다고 했는데 역시나 량정센은 그런 남자였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만니의 마음은 량정센에게 있었고 그런 만니에게 구자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불편한 마음을 갖고 나오는 만니의 옆에는 구자와 만니의 미묘한 감정에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는 샤오친이 있다.


"마음대로 해, 내가 옆에 있을게."

내내 불편한 표정이던 만니의 표정이 밝아진다. 나는 샤오친의 저 한마디가 만니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됐을까 가늠해봤다. 그리고 며칠 동안 샤오친의 위로에 대해서 생각했다. 만니가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선택을 내리지 못할 때 명확한 질문과 경우의 수를 이야기해준 사람은 구자였다. 샤오친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그저 마음대로 하라고 선택을 만니에게 맡겼을 뿐이다. 그럼에도 만니는 샤오친의 이야기를 듣고 웃었다. '내가 옆에 있을 게'라는 말은 한국에서 화면을 보고 있는 나에게도 위로가 되었다.


어쩌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나 혼자 남게 되는 것의 두려움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성적이 떨어지면 부모님이 실망할 것이고 친구들이 떠날 것 같은 어린 시절의 마음,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모두 나를 떠나 혼자 남게 될 것 같은 두려움 말이다. 그런데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너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며 옆에 있겠다고 누군가가 단단한 태도로 말해준다면 그까짓 껏 선택 몇 번 잘못한다 한들 아무 상관없지 않은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곁에 있기만 하다면.



위로를 받아 본 사람은 또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게 된다. 구자가 펑펑 우는 장면은 정말 나도 펑펑 울고 싶게 마음이 아팠다. OST가 무슨 노래인지 모르겠지만 더욱 사람 마음 절절하게 울렸다. (아시는 분 계시면 제목 좀... 알려주세요) 어쨌든 그렇게 당차고 현명한 구자가 와르르 무너지는 밤, 만니는 말한다.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무슨 일이 생기면 옆에서 내가 다 해결할 테니 너는 마음껏 마시고 울라고.


늘 모든 일의 마무리를 책임지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언제나 자신이 책임져야 했던 사람은 힘들 때 우는 것조차 마음 편히 할 수 없다. 내일이 찾아오면 또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 구자 역시 그래서 쉽게 흐트러질 수 없었는데 만니 옆에서 자신을 놓아버리고 괴성을 지르며 운다.


더 울어. 더 울어. 맘껏 울어.

나는 우는 구자를 응원하며 함께 울었다.





마음대로 해.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이 말을 우린 언제 쓸 수 있을까? 드라마 속 부자들이 하는 대사를 따라 하는 정도? 또는 마음 상해서 빈정거릴 때?


그런 의도가 아닌 상대가 안전함을 느끼도록, 네가 마음대로 해도 아무 이상이 없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는 말을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샤오친과 만니, 구자를 보며.. 그리고 나의 마지막 30대를 기억하며 저 대사를 마음에 새긴다. 주변의 사람이 안전함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되자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가 나에게 감정 flex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아무 걱정 없이 감정 표출하며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일이 생겨도 내가 옆에 있으니 안전하다고 얘기해주는 사람이 되자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에게도 말한다.

나 스스로의 결정은 늘 안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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