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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밍블 Dec 29. 2020

연말의 인사발령은 여전히...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를 닫고. 내 길은 내가 개척한다!!

휴직 후 한 달은 회사와 전혀 거리감이 없었다. 내 후임인 언니와 거의 매일 통화를 했고 후임 언니 말고 다른 동료와도 자주 통화 및 만남을 가졌다. 이후로도 꽤 여러 달 안부를 주고받으며 돌아가는 소식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여전히 나는 회사에 나의 정체성을 두는구나, 내가 맡았던 업무에 꽤 자부심이 있었구나를 알게 되면서 서서히 거리를 두어야지 했다. 언제까지 같은 업무를 맡을 수는 없는 일이고, 더욱이 나는 현재 휴직 중인데 이제 회사를 향해 열린 귀를 닫는 게 맞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나니 회사소식은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았고 나 역시 궁금하지 않았다.


그리고 연말.

나의 복직은 3월로 결정이 났고 복직을 1월에 하냐 마냐 고민하던 순간부터 다시 회사와의 연락이 시작되었으니 당연히 보직이동에 귀가 활짝 열렸다.

'나한테 보장해준다더니 역시 믿어서는 안 됐어.' 하는 실망도 있었고 '휴직자 보직을 누가 챙겨, 그건 내 욕심이지'하는 마음도 들었다. 어쨌거나 이런 마음들은 누구에게 말할 만한 것은 아니었고 복식호흡처럼 들어왔다 나왔다 하는 나만의 소리였다. 나의 보직은 복직시기가 되어 결정될 것이고 혼자 기대하지도 예상하지도 말자 결론 내었다.




 복직하기 전, 좀 더 성실하게 글을 써보자 싶어서 모니터 앞에 앉았는데 오랜만에 함께 일하던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음. 이 언니를 말하자면 전국 펀드 판매 1등이자 예금, 보험, 체크카드 실적을 거뜬하게 책임지는 영업의 여왕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까? 게다가 자기 관리도 빈틈없어서 화려한 패션과 성큼성큼 시원한 워킹으로 출근할 때마다 모든 이의 시선을 받고 아이 교육에도 열심인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언니였다. 실적도 좋은데 성격까지 좋아서 일하는 내내 나는 이 언니와 너무 즐거웠고 나와는 다른 면에 늘 매력을 느꼈다. 다른 곳으로 발령 나면 모든 게 아쉽지만 이 언니와 떨어지는 게 어쩌면 제일 아쉬운 부분이었을 정도로. 어쨌든 휴직 이후에도 꽤 꾸준하게 연락을 했고 최근 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증해 잠시 못 만나고 있는 터였다. 이렇게 반가운 언니에게 전화가 왔으니 신나게 수다를 떨었고 연말이니 당연히 이런저런 인사 소식을 복기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언니, 아유 답답하다! 내가 있었으면 내가 언니를 팍 밀어줬을 텐데... 사람들이 아주 자기 생각만 한다니까?"


언니의 좋은 기회를 유야무야 사라지게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꽤 흥분했다. 언니의 기회를 방해한 그들은 나의 이동을 방해한 그분들과 다른 사람이었지만 방식은 똑같아서 더 속상했다. 순간 뜨거운 눈물이 코끝에 대롱대롱거렸을 정도로.


분노와 뜨거운 눈물이 올라올 만큼 속상해하면서도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정말 언니를 팍 밀어줬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다. 언니를 정말 좋아하고 늘 언니 같은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지만 언니의 대무자가 내가 아님에도 자리를 채워야 하는 상황은 싫었다. 언니가 자리를 비우지 않기를 바랐고 나에게 일이 넘어오지 않길 바랬다. 아마 그래도 나는 언니에게 기회를 주었을 것 같지만 또 모를 일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비난의 대상이 됐을지도.


그럼에도 언니를 지지하는 나의 발언에 언니는 나를 본래 있던 부서로 올 수 있게 사람들에게 얘기를 해봐야겠다는 말을 했다. 순간 나는 목소리가 흔들렸다. 왠지 이 언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언니에게 진심으로 부탁을 해볼까? 짧은 시간 머리를 굴렸다. 나는 진지했다. 찬찬히 시뮬레이션해봤다. 내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경우의 상황을. 결론은 싱겁지만 무리하지 말자였다.


서로가 서로를 적당하게 이용하며 도움을 받았다. 직장에서 전적으로 피해자는 없고 완벽한 가해자는 없었다. 결국 언니도 내가 있으면 힘이 되는 게 있고 나는 그만큼 마음 편하고 즐거울 수 있는 사이였다. 다른 동료와 상사 사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시작부터 기울어지고 싶지 않았다.


직장이란 회사의 이익을 위한 곳이지만 나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기도 하는 곳이다. 하루 1/3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에 동료가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최측근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결정적인 순간엔 내가 가장 먼저인 일이 태반이다. 배신이네 이럴 줄 몰랐네 해도 그것은 내게도 다른 이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일이었다. 복직을 하기 전부터 나는 위태로웠다.

휘몰아치는 직장 내 인사발령 비하인드 소식에 꽤 놀랐지만 다시 마음을 잡아본다. 여태껏 아무 도움 없이 새로운 곳에서 운 좋게도 잘 적응했다. 이번에도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겠지만 늘 그래 왔듯이 내 힘으로 잘 설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것은 전적으로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나의 인생이니 당차고 힘 있게 내 힘으로 시작할 것이다.(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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