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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밍블 Feb 04. 2021

내가 물려줄 수 있는 것은

세습중산층 사회를 읽고(조귀동/생각의 힘)

온라인 독서모임(워너비 워킹맘)에서 2월에는 세습 중산층 사회라는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제목만으로 알 것도 같은 이 책의 내용은 부제에도 나와 있듯이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에 대한 것입니다. 통계와 자료가 계속 나오다 보니 스토리 텔러인 제가 읽기 좀 괴로웠는데요...^^;; 자료가 이야기 하는 것은 부모의 소득에 따라, 부모의 학력에 따라 자녀의 소득과 학력이 결졍된다는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수치의 연속이라 일부러 꼼꼼하게 보고 싶은 마음도 없어지더라구요.ㅠㅠ


p8. 20대가 취업과 함께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어떤 일자리를 얻느냐는 그의 미래 소득, 자산, 결혼 여부, 사회적 문화적 경험등 생애주기 전반을 결정한다. 고임금의 안정된 일자리와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 간의 격차가 큰 데다, 이직이나 전직등을 통한 ‘질 좋은 일자리’로의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한국 노동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인터넷 게시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한 번 ㅈ ㅅ (중소기업)면 영원한 ㅈ ㅅ ’라는 말이 나타내듯 첫 일자리가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갈린다. 첫 일자리가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8페이지에 나와 있는 얘기는 제가 졸업하고 취업하던 시기도 그랬어요. 분명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나왔지만 어디서 시작했느냐에 따라서 격차가 생기는 경험이요. 지금도 그런지...잘모르겠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른 생각도 합니다. 워라밸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조금 느슨한 곳으로 옮기는 사람들도 많이 생기고 사이드잡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대기업 한곳만 바라보며 다니는 사람도 많이 줄어든 것 같거든요. 물론 첫 시작에 따라서 그곳에만 안주하면 중소기업의 시작과 대기업의 시작이 같은 곳으로 데려다 주지는 않죠. 하지만 시작이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길은 또 여러가지인 세상이니까요. 다양한 경로로 돈을 버는 사람이 워낙 많은 시대라.


결국 저는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느냐, 어느 시점에서 세상의 변화를 캐치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시대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을 보며 가장 불편했던 것은 이 책에 나와 있는 것들이 너무 답답한 현실을 짚어주는 것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통계와 설명을 보면서 저는 속으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해결할건데? 라는 질문을 계속했어요. 우선 책 내용을 더 살펴 볼게요.^^



p145. 가령 부모세대에서 경제력만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있다고 가정해보자. 즉 부모의 학력이나 직업이 경제력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면 자녀 세대에서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 가능성은 지금보다 높을 것이다. 인적자본이나 사회자본이 많은 부모는 자녀의 비인지적 능력을 길러줄 수 있을 것이고, 또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사교육 정보를 취득하고, 입시전략을 설계하며, 동아리 인턴 봉사활동 같은 다양한 비교과 활동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20대가 맞닥뜨린 불평등이 이전과는 다른 주된 이유는 이들의 부모세대(50-60년대생)에서 이전 세대(60-50년대생)보다 훨씬 더 긴밀하게 경제자본,인적자본,사회자본의 결합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90년대생의 부모인 60년대생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대졸 화이트칼라 또는 대졸 중산층이 만들어 진 세대다.
p147. 결국 한국에서 90년대생들은 전문직이나 대기업 일자리를 가진 부모가 확보한 경제력과 사회적 네트워크,문화자본을 바탕으로 명문대 졸업장과 괜찮은 일자리를 독식하는 ‘세습 중산층의 자녀 세대’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이 이전 세대가 경험한 불평등과 질적으로 다른 이유다.


제가 생각하는 이 책의 가장 첫번째 핵심이예요. 오늘날 20대가 맞닥뜨린 불평등은 이전세대의 경제자본의 세습만이 아니라 인적,사회자본의 결합의 세습으로 어느면에서든지 개천에서 용나기가 힘들어진 상황이예요. 맞아요. 이런 상황인게 맞아요. 조국의 자녀에 대한 서울연고대 학생들의 분노가 이런 측면에서 발현됐고 그 외의 지방대학생들이나 다른 집단에서는 무신경했던 것도 이런 상황이 설명하죠. 어차피 내게 없는 것, 이러나 저러나.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예요. 분명히 위와 같은 상황입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며 경제자본 뿐만 아니라 인적자본, 사회자본을 어떻게 하면 잘 키워서 물려줄까 생각하거든요. 경제자본도 중요하지만 문화자본, 사회 관계망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p271. 80년대 학번-60년대의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는 단순하게 자녀를 서울대, 연고대에 보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기회를 이용하고 막대한 경제적 투자를 해 자녀를 해외 명문대를 나온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것도 세습 중산층 지위를 재생산하는 주요 경로 가운데 하나다.이 같은 방식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한마디로 국내에서 ‘명문대 졸업장’을 겨냥한 투자가 수익은 떨어지고 있는 반면 리스크는 여전히 상당하기 때문이다.
p276. 한국 경제가 성숙단계로 접어들면서 성장률이 낮아지면,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사람들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성장률이 낮고,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들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이른바 ‘개천에서 난 용’이 이전보다 더 등장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더욱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경제 전체의 성장률 하락이 역설적으로 인적자본 투자의 상대적인 수익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의 인적자본 투자의 수익성이 높아지는 만큼 더 대규모 투자에 나서게 된다.
p279. 세습 중산층의 성벽이 높아지는 세 번째 경로는 주택시장이다. 주택은 다른 물적자본과 다르게 ‘토지’의 가치가 중요하다.


그 다음 이 책에서 중요한 핵심은 위와 같습니다. 한국 경제가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격차는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 경제 전체의 성장률 하락은 역설적으로 인적자본 투자의 상대적인 수익성을 높인다는 것이요. 다른 물적자산에 투자를 해 봤자 성장률이 정해져 있으니까요. 부모의 지원을 받아 자신의 역량을 더 키워낸 글로벌 세대(G세대)와 포기할 것이 늘어만 가는 N포 세대가 공존하는 90년대생과 현재의 상황을 가감없이 서술해주는데요, 주택시장도 빠지지 않습니다.


맞아요. 다 맞아요.

그래도 부모의 능력과 별개로 돈 벌 수 있는 자원은 분명히 다양해졌습니다. 온라인시장이 그것이죠. 유튜브, 스마트 스토어, 아마존, 쇼피, 전자책, 온라인강의 등 트렌드를 읽고 변화의 흐름에 탑승하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성장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제가 언급한 루트들이 똑똑해야만 가능한건가요? 부모가 대졸이고 대기업 출신이어야 가능한가요? 저는 가끔 유튜브보다보면 재테크에 성공한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방구석에서 누워서 돈 번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스마트 스토어로 월 1억 매출이 이렇게 많다고 ?놀라요. 물론 검증이 안 된 사람도 많지만 어쨌든 분명 동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단지 자본을 세습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물고기 잡는 법' '부모가 직접 살아내는 삶'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요?



한 번 중소이면 영원한 중소인 사람은 대기업에서 시작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그런 시대인걸요. 회사만 열심히 다니다가는 내집마련도 어려운...대기업이라 하더라도요.

시대는 점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는 것이 사실이예요. 글로벌 세대와 N포세대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구요. 부모의 '부'가 자녀에게 세습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느 편에서는 그것과 상관없이 '부'와 '행복'을 이뤄가는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많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p292. 무엇보다 지금의 불평등이 상위 1퍼센트와 나머지 99퍼센트의 격차뿐만 아니라 상위10퍼센트와 나머지 90퍼센트의 심각한 격차 문제에 기인한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상위 10퍼센트에 속하는 세습 중산층은 그 격차를 ‘능력의 차이’로 포장하며, 자신의 자녀들에게 적극적으로 계층 지위를 물려주고자 노력하다. 그 불평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생하고, 사회적 계층이동을 가로막는지 정확히 인식하는 데에 해결의 단초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결론은 아쉽습니다. 무엇이든 과세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과 인식에 해결의 단초가 있을 것이라 말하는 것이요. 물론 두 가지가 방법이 되긴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마무리였어요.

인식의 변화는 쌍방에게 필요합니다. 주어진 상황과 구조의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 것, 네가 노력하지 않아서 그래!라는 말로 탓하는 기성세대 모두에게 변화는 필요하죠.



이 책을 보며 90년대생이 느끼는 구조적인 불평등과 좌절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이 생기며 사실적으로 공감하는 마음이 생겨 감사했습니다. 저는 어느덧 기성세대가 되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 힘으로 바로잡긴 힘들어도 제 편에 오는 사람들 손을 잡아줄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고민들을 해 볼 수 있어 감사한 책이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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