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지 Mar 21. 2019

다가오는 것들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수술 전부터 병원에서도 내내 딱 세 종류의 음악만 들었다.

슈베르트. 물 위에서 노래함
영화 라라 랜드 ost
pink martin. splendor in the grass

병실에서의 마지막 밤.

마침 채널 cgv에서 라라 랜드를 한다기에 잠도 안 자고 봤다.
암환자가 먹을 수 있는 간식이 딱히 생각나지 않아 한살림 유기채소즙을 마시고 감을 씹어 먹으며.

퇴원일에는 흐리고 비가 왔다.
병실에 앉아 비 오는 창밖을 하염없이 보다가 영화 다가오는 것들을 보지 않은 게 생각났다.

라라 랜드 말고 이 영화를 봤어야 했어!

작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에서 봤던 그 기억을 더듬어 생각하고 떠올렸다.

나는 과연 파도처럼 밀려오는 인생의 한 고비를 나답게 마주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영화 속 나탈리(이자벨 위페르 분)는 그가 쌓아낸 일생의 공부가 그 어려움을 견뎌내는 원동력이었고 삶을 그 답게 살아내는 뿌리가 되었는데.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내가 뭘 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몸이 이모양인데도 나를 놓지 못하는 나니까.
더욱 미련이 남지 않게 살아야겠다.


인생이라는 게 늘 계속 격정적일 수만은 없으니,
곧 잔잔 한때가 오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먹고살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