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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Mar 21. 2019

퇴원. 이제 현실이다.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배 옆에 공 하나를 찬 것 같아 상당히 거추장스러웠다. 특히 누워 잘 때마다 배액관의 양압이 눌릴까 봐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른다. 배액관도 누르거나 빵빵하게 하거나 두고 받는 방법이 다르다. 이유는 들었는데 까먹었다. 마취가 덜 깨서.

감사하게도 배액관을 빼고 퇴원했다.
병리 결과는 듣지 못했다. 나는 금요일에 수술을 했고, 주말엔 이들도 쉬어야 했을 테니까.
임파에 미세 전이가 있었다고 했고, 떼어낸 석회 조직 안에 더 큰 덩어리가 있었다고 했다.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온코타입이나 맘마프린트라는 유전자 조직검사라는 것을 할 수 도 있다고도 했다. 이게 내가 알고 있는 상황의 전부다.

퇴원 즈음이 되어, 왜 병원에서 환자 교육을 시키는지 알 것 같았다. 대략이라도 알고 나니 감이 잡힌다. 내가 어디 즈음에 있는지.
알 권리라는 건 참 중요하다고 다시금 생각한다.
병원 입장에서도 이게 편하겠지.

부모님의 지난한 병원생활을 보며 종종 느꼈던 거지만, 병원에는 별별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정말 많다.
그러니 내가 모르는, 때로는 내게 해당되지 않는 수많은 의료적 방법들이 있는데, 아픈 몸으로 그것들을 다 알겠노라고 모든 변수를 다 짐작해야겠노라고 애쓰는 고생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적어도 병원에서 하는 일은.
병원에 간 이상 나는 알 것을 알고 내 역할을 하는 거지.

그래서..
퇴원해 오는 길에 장을 한 바구니 봐왔다.
처음 시도해보는 저수분 히포크라테스 수프는 과연 어떤 맛일지. (망했다...)
케일과 생강을 추가한 녹즙은 상당히 내 취향이고. (당근 사과 케일 생강 레몬)
입원해 있는 동안 집에 도착한 무가당 생식은 생각보다 양이 적고.
빨래 건조기는 가득하고.
이제 곧 저녁이고.
그리고 이제.. 딸이 하원 해 돌아올 시간이다.

자 이제 현실이다.


온코타입, 맘마프린트는 떼어낸 조직의 일부를 해외로 보내 하는 검사로, 항암 여부에 따른 재발률이나 항암의 효용성을 예측하는 검사라고 한다. 이 결과에 따라 항암을 하지 않기도 한다고. 비급여로 400만 원 정도가 드는 검사라고 한다.

이상은 병원 교육에서 들은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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