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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Mar 23. 2019

히포크라테스 수프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엄마. 맛없어.”

퇴원하자마자 장을 봐서 끓인 게 저수분 히포 수프였다.
유방암 언니들이 모두 추천해준, 효과 좋았던 방법 이래서 귀가 팔랑거렸거든.

첫 시도는 스테인리스 냄비 바닥을 까맣게 태우며 실패했다. 패인은 재료들을 잘게 썰지 않은데 있었다.

두 번째는 성공했다. 하지만 질감도 어색하고 무엇보다 맛이 없었다.
오죽하면 나보다 입맛이 청순한 아이의 첫마디가 “엄마 이거 맛없어!”였을까.
그래도 따습게 데워 먹으면 제법 먹을만하다.
수프의 크리미하고 달달함이 아쉬울 뿐.

세 번째 시도에는 단호박을 넣어볼까 한다.
양도 좀 줄이고. 근데 이게 거슨식에 맞는지는 모르겠다.


한 번 만들면 냉장 보관하며 3일을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양 조절을 못해서 일주일 분량을 만들어 버렸다. 버리는 양도 양이지만, 이러다 쉬어버리면 먹고 탈 나는 건 아닐까 좀 겁이 나기도 했다.

*히포 수프
샐러리- 뿌리가 없으면 줄기+잎 3-4줄기
대파 2 (작은 리크 1 대용)
양파 중간 크기 2
토마토 700g
감자 450g
파슬리 (뿌리까지)... 구할 수 없어서 그냥 씀.
마늘 적당량

이상을 잘게 썰어 스텐이나 도자기 냄비에 넣고 물 없이 약불에서 두 시간 동안 끓인 후 믹서에 갈아 아침저녁으로 먹는다.
냉장보관은 3일까지.
슬로우쿠커가 있다면 만들기 좋다는데, 우리 집에는 무수분 요리가 되는 진공형 스텐냄비가 있어서, 일단 있는 걸 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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