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이 아니라 진짜 '숲'에 삽니다

하루 1만 보가 쉬워지는 도시, 싱가포르의 파크

by mintchokyolate

한국의 한옥이 주는 고즈넉한 미감도 훌륭하지만, 싱가포르에 살며 새삼 감탄하게 되는 것은 공간을 다루는 이들의 철학이다. 영국과 싱가포르를 여행하며 느낀 공통점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파트너로 대한다는 점이다.


싱가포르의 빌딩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서 있지만, 그 바탕에는 '친환경'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가이드가 흐른다. 알록달록한 페라나칸 가옥으로 유명한 주치앗 로드(Joo Chiat Road)부터, 빌딩 숲인 CBD(중심 업무 지구) 한복판에 나무를 통째로 심어놓은 듯한 수직 정원들까지. 이곳의 건물주들은 물 절약과 플라스틱 절제 같은 가이드를 미리 고지하며 입주자들과 함께 '숲속의 도시'를 만들어간다.


특히 마케터로서 눈여겨보는 정책은 '파크 커넥터(Park Connector)'다. 도시 전체를 거대한 공원처럼 연결해 어디든 걸어서 닿을 수 있게 만드는 이 프로젝트 덕분에 싱가포르의 풍경은 코로나 이후 더 역동적으로 변했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이들, 해 뜨기 전 땀 흘려 달리는 러너들이 길 위를 채운다.


걷기 좋은 환경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낸다. 나 역시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광합성을 하게 되고, 길 끝에 마주치는 예쁜 카페에서 기분 좋은 휴식을 취하곤 한다. 환경이 바뀌니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결국 건강해지는 기분은 덤이다.


요즘 한국의 신도시들도 조경과 걷기 좋은 환경에 공을 많이 들인다고 들었다. 미리 경험해 본 입장에서 조언하자면, '걷고 싶은 길'이 많아진다는 건 단순히 도시가 예뻐지는 것을 넘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 수직 상승하는 일이다.


혹시 싱가포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유명한 관광지뿐만 아니라 이 독특한 건물들 사이사이를 꼭 걸어보길 권한다. 건물의 결을 따라 걷다 보면, 하루 1만 보는 어느새 선물처럼 당신의 발밑에 쌓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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