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매사에 똑 부러진 어린이였다.
준비물 한 번 가져오지 않은 적이 없고, 숙제 한 번 밀린 적이 없었다.
공부도 잘하고 예체능도 잘해서 학예회를 준비할 땐 안무를 다 따서 우리 반 친구들을 진두지휘하여 가르치던 아이였다.
어느 날
K가 게시판을 보다가 "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더니 나에게 다가와서
"선생님! 오늘 흰색 옷을 입고 왔는데 자장면이 나와요!"라며 좌절에 빠졌다.
"조심스럽게 조금씩 먹으면 되지 않을까?"
"저는 조심스럽게 먹어도 다 튄단 말이에요... 흰 옷에 자장이 튀면 엄마한테 죽을 거예요."
K는 엄마의 잔소리가 떠오르는 듯 슬픔에 빠졌다.
K와 나는 머리를 맞대고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내 눈에 신문지가 보였다.
"저걸로 옷을 만들어서 입으면 되지 않을까?"
내 말을 듣던 K의 눈이 번쩍였다.
"선생님은 천재예요!"
K는 신문지를 반으로 접고 목부분을 파내기 시작했다.
몇 번의 가위질로 신문지 조끼가 완성되었다.
K는 자신이 만든 신문지 조끼를 입고 급식실로 향했다.
모두의 눈이 K를 향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K는 주변의 시선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아주 당당하고 즐겁게 자장면을 먹었다.
교실로 돌아와 신문지 조끼를 벗으며 K는 말했다.
"선생님! 이것 보세요! 하나도 안 튀었어요!"
K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나는 가끔 당당하게 신문지 조끼를 입고 자장면을 먹던 K를 떠올린다.
K가 다른 사람의 시선은 걱정하지 않고 즐겁게 자장면을 먹던 모습을 떠올리며
나도 조금의 용기를 얻고는 한다.
늘 다른 사람의 시선에 얽매여 살다 보니 많은 기회를 놓치며 살아왔는데
어차피 금방 사라질 사람들의 기억에
나를 옭아매지 않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나만의 신문지 조끼를 만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