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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콜라 Jun 28. 2024

사랑한다는 말

1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많이 아프셔서 1학년 수업을 대신 들어간 적이 있다.

나는 고학년 담임은 많이 해보았지만 저학년 담임은 해 본 적이 없어서 많이 긴장한 상태로 교실에 들어갔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50여 개의 반짝이는 눈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선생님은 누구예요?"

"야! 5학년 선생님이잖아!"

나의 등장만으로도 왁자지껄 대화판이 벌어졌다.


1학년 아이들과 1시간 동안 교실 놀이를 했다.

수업 후 마침 점심시간이라 1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급식실에 가서 급식을 먹이고 하교까지 도와주었다.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하나 둘 빠져나가고

몇 명의 여자아이들과 나만 남았다.

우리 반 어린이의 사촌동생인 N도 그곳에 있었다.

N은 나와의 시간이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가방을 메고 문을 나서기 전

나를 꼭 안으며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이야기했다.

N을 시작으로 그곳에 남아있던 어린이들 모두 "선생님 저도 사랑해요!"라며 나를 한 번씩 안아주고 돌아섰다.


나는 문득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제였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친구에게 고맙거나 미안한 일이 있을 때 "사랑해!"라며 쉽게 사랑을 말했는데

그만큼 가까운 관계가 없어지는 탓인지

그 말의 무게를 더 무겁게 여겨서인지

최근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짧은 시간에도 자신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한 사람에게 "사랑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어린이들처럼,

사랑을 좀 더 나누어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모두가 사랑을 아끼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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