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게 늙고 싶다

by 하루담은

'언제 생겼지?'

매일 보는 얼굴인데도 나이 들어가는 흔적을 어느 날 갑자기 발견할 때가 있다. 눈가와 입가에 생긴 주름, 기미인지 검버섯인지 모를 검은 얼룩들. 일단 발견하고 난 후부터는 그 부분만 더욱 눈에 띄고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15년 전에 피부과에서 기미 제거를 위한 레이저 시술을 받은 적 있다. 마취 크림을 발랐는데도 얼굴 껍질을 벗겨내는 듯한 아픔에 신음이 절로 나왔다. 시술 한 번에 백옥 같은 피부가 되는 건 무리겠지만 기대만큼 피부가 깨끗해지지 않았다. 그 후로 레이저 시술을 다시는 하지 않았다. 통증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피부과에 가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을까?'
매일같이 *튜브에서 주름 없애는 얼굴 운동법, 기미에 좋다는 크림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던 중이었다.
'우리, 집'이라는 TV 드라마를 보다가 이** 배우한테 자꾸 눈길이 갔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본 게 족히 10년은 넘은 것 같았다. 볼살이 꺼져 도드라져 보이는 광대뼈, 푹 꺼진 눈두덩이와 처진 눈꺼풀.

처음엔 그녀의 나이 든 얼굴만 눈에 들어왔다. 연예인들은 얼굴이 무기라고도 할 수 있기에 피부과의 도움을 늘 받으며 세월을 비껴갈 거라고 여겼는데. 오랜만에 본 그녀의 얼굴은 피부과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63세라는 나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구나 싶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지적이고 도도하면서 우아했다. 고상한 말투와 여유로운 몸짓에 자신의 실수를 깨끗이 인정하고 집을 떠나는 장면에서는 품격과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세월의 흔적은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치장만 한 외모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품이 보였다. 그녀의 탁월한 연기력도 한몫을 차지했겠지만.
연륜의 미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있어야 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녀의 실제 모습이 궁금해졌다. 모르긴 몰라도 드라마 역할과 별반 차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요즘 유독 흰머리가 많이 생긴 걸 보면서 할머니가 된 내 모습을 떠올려보곤 한다. 100세 시대로 보면 이제 반환점을 돌았으니 아직 젊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노화 속도가 더 빨라지는 듯싶다.

세월의 힘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으니 기왕 생길 주름이라면 웃으며 살자! 인상 써서 생긴 주름보다 웃어서 생긴 주름이 보기 좋다고 하지 않는가.
내면까지 충실히 채우며 늙어갈 때 우러나오는 품격이 세월의 흔적을 그리 흉하지 않게 만들어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