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나를 바꾸는 작은 연습

by 하루담은

“차가워 보인다.”
“너무 진지해 보여.”

사람들이 내게 자주 하는 말이다. 이런 나의 첫인상 탓에 사람들이 선뜻 나에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 같다.

어릴 적 나는 대부분 뾰로통한 얼굴이었다.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타고난 예민한 성격 탓에 못마땅한 게 많았던 걸까? 나는 지금도 작은 일에 쉽게 긴장하고 사소한 말에도 마음이 오래 흔들리는 사람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넌 얼굴이 왜 그래? 왜 항상 찌푸리고 다녀? 얼굴 좀 펴라!”
오빠가 툭 내뱉은 말이 이상하리만큼 마음에 콕 박혔다. 그날 이후로 나는 찡그린 표정보다는 아무 감정도 담지 않은 무표정을 연습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더 어른스러운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무표정이 내 얼굴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감정을 감추면 속마음을 들키지 않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도 나를 함부로 판단하지 못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 무표정한 얼굴을 저마다 다르게 해석했다. 놀랄 상황에서는 침착하다고 칭찬했고 감동적인 순간에는 냉정하다고 수군댔다. 내가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해도 사람들의 시선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스마트폰 강사’를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강사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업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야 하고 수강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했다.

예전엔 감정을 일부러 감췄지만 지금은 억지로라도 미소 지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일부러 웃으며 온화한 표정을 지으려 애썼다.

그러다 문득 ‘내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표정 관리가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어색한 미소는 나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진실되지 않다고 느껴졌다. 억지로 웃을 때마다 마치 가면을 쓴 기분이 들었고 그 가면의 무게는 점점 더 무겁게 느껴졌다. 사람들을 많이 만난 날은 집에 오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겁고 피곤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사라는 일을 계속하려면 나는 미소를 연습해야 했다. 매일 거울을 보며 웃는 얼굴 만들기에 몰두했다.

“아아, 에에, 이이, 오오, 우우”
입을 크게 벌리고 정확한 입모양을 만들며 입 주변 근육을 풀었다. 어느 정도 풀렸다고 느껴지면 입술을 옆으로 벌리고 광대뼈를 들어 올리며 웃는 연습을 했다.

처음엔 어색하고 무거웠던 입꼬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가벼워졌다. 하지만 인위적인 미소는 여전히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웃지 않아 거울 속 내 모습이 마치 조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 연습했다. 설거지를 할 때, 빨래를 널 때, 짬이 날 때마다 웃는 얼굴을 만들었다.


꾸준한 연습 덕분이지 요즘엔 수업 시간에 조금씩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웃으니 긴장이 풀리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수업 진행도 보다 순조로워졌다.

지금껏 나는 얼굴뿐 아니라 마음과 몸도 굳어 있었던 것 같다. 예민한 성격 탓에 주변의 시선과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모든 일에 쉽게 긴장했다. 그러니 얼굴이 굳고 무표정한 얼굴이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억지로라도 많이 웃을 테다. 굳어 있던 마음을 조금씩 풀어내기 위해서. 억지웃음이 진짜 내 얼굴이 되는 그날까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