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나처럼 ...
콩은 애교와 짜증과 장난기가 많은 말괄량이지만 , 특정 상황에서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편이 더 맞는 표현이리라.
특히, 문화센터 같은 또래들의 집단에 투입되거나 이웃집의 덩치 큰 남자아이를 만나면 그대로 내 곁에 딱 얼어붙어 버리곤 했다.
하긴, 떠올려보면
문화센터는 어떠한 수업을 듣든지,
늘 부정적이긴 했다.
백일 지나고 수강했던 베이비 마사지는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몇 번 오면 적응되겠지 싶어 꾸준히 데려갔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7개월에 수강했던 오감발달 수업 또한 음악소리가 나거나 선생님이 마이크에 "안녕." 인사만 해도 자지러지게 울었다. 콩에게는 오감발달이라기 보다는 예민함이 발달 되는 시간이었다 . 다른 엄마들이 날 안쓰럽게 쳐다보는 시선이 의식된다.
등에서 식은 땀이 흘러, 수업 두 번 만에 환불 받았다.
14개월에 수강했던 팡팡수업은 콩이 그대로 망부석이 되어버린 듯 했다. 콩의 동영상을 본 언니는 "우리 어린 시절을 보는것 같아. 너무 똑같아.불쌍해..."라고 말했다.
우리 자매가 어릴 적 겪었던 것이 선택적 함구증 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십 년도 더 지난 뒤 , 우연히 TV를 보면서 였다.
한 번은 일이 생겨 언니에게 나 대신 콩을 문화센터에 데리고 가기를 부탁했다. 끝나고 나를 만난 언니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얘기했다.
"당장 그만둬..."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 되고 있는 것이 아닐지 조금씩 불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