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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tica Mar 12. 2024

기후위기 도서 스터디(1)

우리에게 남은 시간, 최평순(2023)

지구적 행동 촉구 위한 ‘인류세’ 공식 도입 불발…학계 “인류 영향 부정하는 건 아냐” | 그리니엄 (greenium.kr)

https://www.nytimes.com/2024/03/05/climate/anthropocene-humans-climate.html?smid=url-share

https://www.nytimes.com/2024/03/05/climate/anthropocene-epoch-vote-rejected.html?smid=url-share

지난 2024년 3월 5일, ‘인류세(Anthropocene)’ 지정이 부결되었는데요.

최근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최평순 PD님의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읽고 해당 내용을 정리했기 때문에 소식을 전해 듣고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인류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공식적인 시대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EBS 다큐프라임 <인류세> 제작팀의 환경·생태 전문 PD, 최평순 PD님께서 두 번째로 발간하신 도서입니다. 첫 번째 도서는 "인류세: 인간의 시대"입니다.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의 박범순 센터장님은 "인류세는 지질학, 대기화학, 생물학 등 다분야와 연관된 통합적인 개념이라 학계의 장벽을 넘어서 생각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어렵다."라고 언급하셨습니다.

기후 위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꼭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아래부터는 제가 책을 요약하고, 고민한 것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적용 가능한 인사이트

1. 미디어에서 기후위기를 다루는 태도에 따라 시민들의 인지도도 다르다. (독일의 에너지법, 독일 기후보호법(Klimaschutzgesetz) 일부 위헌 사례 등) 러쉬가 어스를 하나의 ‘미디어’로 생각했던 것처럼, 어스가 다루는 지속가능한 패션, 그리고 기후위기를 고려한 라이프스타일 반복 학습. 지속가능한 브랜드와 액티비티를 소개하다 보면 잠재고객의 인지 역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2. ‘무해’ 키워드 : 현재 z세대, 알파세대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 기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역시 이에 해당.




우리는 왜 기후위기를 회피하는가?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최지연 교수

기후 위기와 관련한 에너지 정책이든 몸에 맞는 백신이든 모두 자신의 건강과 경제적 이해관계와 관련이 있다. 그러면 그것을 수행하는 제도와 정부에 대해 믿음과 의심으로 갈리게 되고, 그와 결부된 과학 지식을 의심하는 데까지 나아갈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과학을 불신하는지, 정확히는 얼마만큼 과학 지식에 기반한 정책과 사회제도를 불신하는지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그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한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힘은 향후 기후 위기 등 지구적 차원의 문제를 대응하는 데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예일대학교 법학대학원의 댄 카한 교수는 사람들이 기후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과학적 정보와 무관하며, 오히려 기후 변화가 담고 있는 ‘문화적 정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개인은 자신의 문화적 특성에 따라 사고하고, 그 과정에서 과학은 사회적 의미로 오염되기 쉽다. 어떤 관점을 형성할 때 과학자의 경고보다 가족, 친구, 또래 집단과의 의사소통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인간의 핵심 가치에 호소하는 강렬한 감정적 이야기가 과학 데이터를 이길 수 있다.  과학보다 더 우리에게 중요한 것, 그것을 제대로 알려면 심리학을 들여다봐야 한다.

불편한 것은 스트레스 요인. 기후 위기에 대응했을 때 회피하는 유형과 감수하는 유형 존재. 감수하는 유형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매사 언행에 있어 딜레마가 발생함.

평소 일회용 컵을 자주 사용하던 사람이 바다거북의 코에 빨대가 꽂혀 있는 영상을 봄. 쓰레기 문제를 인지하는 순간 인지부조화 발생. 

인지부조화가 주는 긴장을 해소하는 방법 세 가지.
1. 행동을 바꿔 텀블러를 쓰거나 빨대 사용을 줄이는 것.
2. 신념을 바꾸는 것. 내 행동을 바꿀 정고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
3. 그냥 외면하기. 한마디로 ‘에라, 모르겠다!’. 우리는 이 ‘에리, 모르겠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위기의 범주에 기후 변화가 못 끼고 있는 것 같다. 확증 편향. 자기 중심성인 사회 분위기.




카이스트 화학과 김형준 교수

공포마케팅을 싫어하는 편.

1990년대 정도부터 기후 변화 이야기가 나왔는데, 정작 과학적 논쟁은 찾기 힘들고 미디어에 노출되는 거라고는 특정 연도가 되면 빙하가 죄다 녹아서 우리가 멸망할 거라는,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자극적인 이야기였다.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이 진행자로 나선 <불편한 진실> 역시 경각심을 주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지구시스템과학에 대한 신뢰를 깎아먹었다는 평가도 존재함.

재난이 일상화가 될 것이라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혀냄.


재난의 일상화, 비정상의 일상화

역대 최악의 가뭄이 적어도 5년 이상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시기를 맞이하고, 과거에는 비정상 상태로 간주되었던 재난이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날 확률이 높아짐.

시민이 나서서 전면적인 기후 위기 대응을 정부에게 요구하고 행정, 정치, 시스템을 바꾸면서 근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책 44 page>
1.5도를 넘었어도 1.6도로 가지 않는다면, 지뢰밭에서 조금이라도 뒤로 갈 수 있다면 0.1도 상승 저지의 중요성은 커진다. 사람들은 낭떠러지 대신 지뢰밭에서 0.1도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비록 지뢰밭에서 핀 희망이지만. <책 48 page>
기후나 플라스틱 관련한 강의를 일부러 찾아와 듣고, 질문까지 하는 이들의 마음에는 통로가 있다. 지구의 문제를 감지하고, 뭐라도 바꿔보겠다는 마음. 물론 그 마음이 실질적 실천과 사회적 변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통로들이 서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그 마음의 통로는 소중하다. 과학자들은 그 통로의 문이 닫히지 않게 낭떠러지 대신 지뢰밭이라는 표현으로 암울한 현실을 배려한 것이 아닐까. <책 49 page>
출입처에서 얻은 정보로 매일매일 지면과 방송 뉴스 시간을 채워나가는 것이 한국 언론의 관행이지만, 지구적 문제를 담당하는 한 부서나 기관은 세계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정부 부처만 해도 환경부, 산업통상부 등 기후 위기와 관련된 부처가 나눠져 있다. “왜 한국 언론은 지구적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을까?”에 대한 답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했다. 기획 기사나 탐사 기사가 많아지면 출입처 시스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기획이 부족한 상태다. 또 언론 환경이 바뀌고 있다 보니 온라인의 페이지뷰 성과도 무시할 수 없다. <책 85 page>




주요 키워드


인류세

인류의 활동으로 인해 생겨난 지질시대로 인간에 의한 지구 시스템의 변화를 드러낸다. 노벨 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뤼천이 2000년에 주장한 이후 확산했다. 학계는 1950년대를 인류세의 시작점으로 본다.

비공식 용어로 아직 공식 지질시대로서 권위가 없는 상태이며, 현재의 공식 지질 시대는 1만 1700년 전 시작된 신생대 제4기 홀로세. 현재 국제 지질학계는 과학자들이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1950년대부터를 인류세로 봐야 할지 심사 중이다.

인류세는 지질학, 대기화학, 생물학 등 다분야와 연관된 통합적인 개념이라 학계의 장벽을 넘어서 생각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어렵다.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박범순 센터장>

2019년 3부작 다큐멘터리 <인류세>

https://youtu.be/B-0upDsM2ak?feature=shared



빙하홍수 GLOF (Glacial Lake Outburst Flood) 

인간이 만들어낸 새로운 재해로 1994년 부탄에서는 빙하 홍수로 21명이 목숨을 잃음. 2021년 2월 7일에는 인도 북부 히말라야 고산 지대에서 빙하 홍수가 발생해 200여 명의 사상자 발생. 

 빙하 홍수를 연구하는 과학자와 나 같은 PD에게 빙하 호수는 시한폭탄 같은 신종 재해이지만, 정작 히말라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호수를 신이라 여긴다. <책 37 page>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밑 임자 Imja 호수 사례. 2016년 유엔개발계획과 네팔 정부, 군이 힘을 합쳐 6개월 동안 배수작업을 벌여 물 400만 세제곱미터를 빼내 수위를 3.5미터가량 낮췄다. 유엔개발계획이 쓴 돈만 40억 원이 넘지만 빙하가 점점 녹고 있고 빙하 홍수의 위협은 현재진행형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인간의 활동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국제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의 국제 협의체.

1990년에 1차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로 5~7년에 한 번 꼴로 과학적 사실을 종합해 새로운 버전의 보고서를 내놓고 있는데, 내놓을 때마다 전망은 악화하고 인류의 책임은 분명해지고 있다.

매년 각국의 기후 변화 대응을 평가하는 ‘기후 변화 대응 지수’에서 한국은 2022년에 63개국 중 60위에 머물렀다. (중략) IPCC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약자로 인간의 활동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국제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의 국제 협의체다. 1990년에 1차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로 5~7년에 한 번 꼴로 과학적 사실을 종합해 새로운 버전의 보고서를 내놓고 있는데, 내놓을 때마다 전망은 악화하고 인류의 책임은 분명해지고 있다.  <책 45-46 page>



태평양 접근 범주 PAC (Pacific Access Category)

PAC는 투표로 운영되며 매년 키리바시 시민 150명, 투발루 시민 150명, 통가 시민 500명, 피지 시민 500명에게 뉴질랜드 거주권을 부여함.

“내 자식은 당연하고 훗날 생길 손주들에게 투발루인으로서의 삶을 선물하고 싶어요. 모국어로 말하고 투발루 사람이 된다는 것의 가치를 일깨우고 싶죠. 기후 위기로 제가 이민을 택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나뿐인 지구-기후변화, 투발루의 증언' 편 주인공인 카바티아. 외항선원. >



언어현실 사무국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류세 사전을 만드는 ‘언어현실 사무국’.

설립자는 알리시아 에스콧과 하이디 콴테. 미대를 나온 예술가들로 인류가 행성에 미친 영향을 고찰하기 위해 사무국을 차림. 인류세를 이해하기 위한 혁신적 수단으로써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대중 참여 기획. 어려운 과학 용어가 아니라, 기후 위기를 겪으며 살아가는 불안정한 경험을 설명하는 신조어 어휘 사전.

지루한재앙 Ennuipocalypse : 세상의 종말이 드라마틱하지 않고, 일상적이고 평범할지도 모른다는 뜻

할머니의두려움 NonnaPaura  : 자녀와 손자를 갖고 싶지만 그들이 물려받을 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섞여 있다는 의미. 아야나 엘리자베스 존슨의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인용.

더러운헐태양 Chuco헐sol  : Chuco는 엘살바도르어로 더럽다를 뜻하는 속어. 헐은 황당할 때 쓰는 한국어 속어. Sol은 스페인어로 태양. 3개국의 말이 섞인 신조어. 공해로 인해 오염된 일몰을 보며 그것을 즐기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그 눈부신 밝은 오렌지 불꽃색에 결국 일몰을 즐기는 경험

웹사이트 주소 : https://bureauoflinguisticalreality.com/

신규 단어 등록 주소 : https://bureauoflinguisticalreality.com/submit-a-new-word/



느린 재난

재난 역사 전문가로 현재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Scott Gabriel Knowles 교수의 표현

기후 위기,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재난에는 공통점이 있다. 재난의 발생은 순식간이지만, 그러한 그 지점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재난의 전조가 축적되어 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난은 시작점이 있고 종결점이 있다. 하지만 인프라 구축, 현황, 대처 능력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그걸 보기 위해서는 재난을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긴 과정으로 보고, 여러 요소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독일 재생에너지법 EEG (Eneuerbare Energien Gesetz)

독일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 지원할 수단으로 제정한 법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발전차액 지원제도 FIT’를 통해 재생에너지로 발생시킨 전기의 가격이 기존 전력 거래 단가보다 비쌀 때 그 차액을 지원해 준다. 2000년에 법을 제정할 당시에는 총 전력 소비의 6퍼센트를 차지하던 재생에너지를 2020년에는 45퍼센트로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중요한 점은 이 제도가 전기료 상승으로 가정에 부담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시행 초기부터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저는 언론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독일 사람들은 공영방송 ARD의 저녁 8시 뉴스를 즐겨보는데, 전체 분량은 15분입니다. 거기에 거의 매일 기후 관련 뉴스 꼭지가 하나씩은 나와요.”
<독일 민간 에너지정책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연구원 중 한 명인 염광희 박사>



활생 (活生)

다시 자연의 힘에 기대는 것. 야생의 자연 속에 그 주인들을 불러들임으로써 자연 스스로가 잠재적으로 가진 치유력을 발휘하고 생명 다양성을 회복하는 것.

영국의 동물학자 조지 몽비오가 쓰고 한국 최초로 야생 유인원을 연구한 김산하 박사가 옮긴 활생. 저자와 번역자에 따르면 지구의 놀라운 복원력은 일부 핵심종의 재도입만으로도 생태계 연쇄 효과를 낳고, 기후 위기를 완화하며, 신종 팬데믹의 가능성을 차단한다.

Feral은 사라져 가는, 혹은 사라진 동식물을 자연에 되돌려놓고, 이를 통해서 망가진 생태계를 복원하자는 의미로 다른 나라에서는 Rewilding(재야생화)로 의역되었다.

대표 사례 : 옐로스톤의 늑대 복원. 1995년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멸종된 지 70년 만에 늑대가 다시 도입된 것. 늑대가 도입되자마자 계곡이 사시나무와 버드나무로 덮이기 시작했고, 사슴에게 뜯어먹혀 자라지 못했던 강변의 나무 일부가 6년 사이 5배나 더 자람. 나무가 그림자와 은신처를 제공하면서 야생동식물의 군집 역시 바뀜. 단 한 종을 자연으로 되돌려 놓았는데 생태계가 변함.

그냥 같은 역할을 하는 다른 포식자를 풀어놓아도 된다고 착각하고 오해하는 경우도 발생. 활생은 필요한 것만 제공해 주고 인간이 물러선다는 의미이므로 보다 나은 표현이라고 생각함. <김산하 박사>
한국에서는 국립공원공단이 반달가슴곰과 여우를 복원하는 등 멸종위기종을 재도입하는 측면에서는 유사한 사례나, 활생의 철학과는 거리가 있다. 핵심종의 재도입에서 더 나아가 그 생태계가 활력을 발휘하려면 국가기관뿐 아니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NGO ‘RE:WILD’

자연 보존 과학자들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함께 설립한 글로벌 NGO.

토착민, 현지 공동체, 정부, 기업과 대중을 모아 우리에게 필요한 규모와 속도로 자연을 보호하고 본연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씀.



생존과 무해

“’ 무해’가 약하다고 생각하면 ‘가해’를 떠올리면 돼요. 강남역과 신당역에서 벌어진 살해 사건, 세월호 참사,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태평양의 앨버트로스,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감염병, 기후 위기 등을 떠올려보세요.” <김홍중 서울대 교수>

‘무해’는 결국 안전하고 싶은 욕망. 피해에 대한 공감이 가해에 대한 분노로, 그 분노가 무해에 대한 의지로 바뀐 것. 이 단어가 사회적으로 떠오른 이유를 세대 차이로 꼽았다.

“한국의 20세기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생존’이죠. 우리나라처럼 생존을 위해 모든 가치를 변형시킨 사회가 없어요.” <김홍중 서울대 교수>
생존의 욕망이 지구의 위기를 우선순위에서 밀어냈다면, 무해의 욕망은 지구의 위기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임과 동시에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다. 나의 안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임과 동시에 다른 존재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태도다.
 
(중략) 무해를 외치는 이들은 플라스틱의 유해성과 기후 위기와 관련한 복잡한 지구 시스템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다.
 
(중략) 물론 무해의 욕망이 잘못 작동되면 ‘착한 소비자 운동’ 정도에 그칠 수도 있겠지만, 김홍중 교수는 무해의 욕망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와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그는 특히 우리가 코로나19를 통해 지구적 수준의 생태 위기의 심각성을 절실하게 인지하고, 인간 활동이 동물 등 비인간 생명에 가하는 가해를 더 예리하게 지각하게 되었기 때문에, 무해를 향한 욕망이 강해질수록 인간이 환경에 가하는 유해에 대한 윤리적 의식은 더 선명해진다고 말한다.



돌봄 선언, 돌봄 전략

기후 위기를 젠더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

영국 학술 모임 ‘더 케어 콜렉티브’ 돌봄 선언, 2021년 발간

인간은 어떤 형태든 돌봄 Care에 의존하여 생존해 왔으며, 상호의존성이야말로 인간의 존재 조건. 돌봄을 뜻하는 영어 단어 ‘Care’는 보살핌, 관심, 걱정, 슬픔, 애통, 곤경을 의미하는 고대영어 ‘Caru’에서 옴. 한국어로는 의미가 제한적으로 느껴지기 쉬움. 한국에서 돌봄의 반대말을 비돌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영어로 돌봄의 반대말은 무관심 Careless이다. 돌봄의 전략으로 기후 위기를 극복하자.

과학기술을 개발할 때 지금까지 주로 백인 남성들을 사용자로 가정하고 만들었던 기술들을 어떻게 다양한 인종, 여성, 장애인, 지역 주민, 동식물을 포함한 비인간 존재들의 요구에 맞춰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돌봄의 전략.  과학기술 밖으로 몰아냈던 것들을 복권시켜야 과학이 바뀐다. 지금껏 배제되었던 것에서 혁신과 창의성이 나올 것이다. 또한 인류세가 과학적 의미에서 출발해 사회적 의미로 확장된 것처럼 돌봄의 전략도 과학계와 사회 전반에서 두루 쓰일 수 있다. <과학기술자 임소연 동아대 교수>



녹색 계급

19세기 자본주의 사회의 싸움이 생산 수단의 소유를 놓고 벌어지는 싸움이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싸움은 생산 자체를 놓고 벌어지는 싸움이다. 성장이라는 전선에서 한쪽은 ‘계속 성장해야 한다,’ 다른 한쪽은 ‘그러면 안 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전선의 한쪽에 선 사람이 녹색 계급이다. 성장 대신 탈성장, 세계화대신 지역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땅에 얽힌 사람 모두가 녹색 계급이다. 농사를 짓고, 그 농산품을 동네에서 먹고, 수공업을 하고, 태양광을 이용하며 생활하는 사람들. 이름만 녹색 계급일 뿐, 계급의식이 딱히 없다. 자신들이 계급투쟁에 들어가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 그러나 생산의 확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거주할 수 있는 지구 환경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인류세 시대의 감수성

홍성욱 서울대 과학철학 교수가 정의하는 감수성.

세상을 느끼고 그 느낌을 해석하는 능력, 그리고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 이해, 해석, 실천 3가지 영역이 합쳐져야 감수성이라 표현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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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작가, 기후위기인간, 웹툰,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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