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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은 Oct 09. 2024

그림을 그린 시간

치앙마이에서 아이에게 사 준 팔레트와 아이가

생일 선물로 다이소에서 고른 펜, 얼마 전 포항집에서 할아버지가 사준 스케치북을 여행 준비물로 챙겼습니다. 미술재료는 몇 년 전 7년 전쯤 인권재단사람에서 제작한 평화 로고가 새겨진 면 가방에 넣었고요.

대가족 시가여행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자연스레 내 공간, 시간이 확보됩니다. 다 큰 어른이라선지,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낯설어선지, 아님 무얼 해도 되는 게 여행이라선지, 개인 취향과 의사가 확실한 나라 선 지 “뭘 그려? 나도 그릴래!” 개입하는 건 아이뿐입니다.

부엌 한편 식탁에 앉아 먼바다를 쳐다보았습니다. 숙소의 화려한 타일도 그려 넣습니다. 비 머금은

구름도 물 먹은 지붕도 젖은 잎도 그리기 전에 눈여겨봅니다.

편한 의자가 있는 작은 거실에선 다른 집들이 보입니다. 그곳은 동네 주민이 살까요. 나처럼 여행 중일까요. 초록 연두 잎이 비에 반짝입니다.

아예 그림 그렸던 곳을 바라봅니다. 밤이 되니 창에 그림 그리는 내가 비칩니다. 순간 아이가 붓으로 마구 그려 다그쳤습니다. 남의 그림에 손대는 건 아니라고. 같이 그려도 될까? 물어보라고. 그림을 물로 덜어내고는 쉽게 그릴 펜을 쥐어줍니다. 저를 그려주네요.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아이는 내 생각을 뛰어넘게 감동적일 때가 많습니다.

시가와 헤어진 후 산책 중 아이는 포즈를 취합니다. 사진을 찍어 그려달랍니다. 숙소에서 밑그림을 그리고 아이와 색을 칠하는데 영 재미가 없습니다. 이제 나만의 시간, 공간이 크게 필요 없어진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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