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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다른 여행법

by 권영은

방콕 한 달 살이 중 두 번째 주말 토요일,

(내가) 꼭 가려던 아유타야를 가기로 했다. 지난여름휴가 치앙마이 이후 자유여행 가이드까진 힘들다고 호소했고 둘은 협조한다 했다.

이제 한글을 뗀 아이는 블로그 중 입장료 무료(특정한 시기, 연말부터 연초까지)를 알아내는 성의를 보였고, 나무속에 부처님 머리가 박혀있는 사원하나 알아냈다. 누워있기도 하고 금색이기도 하다고. 남편에겐 아유타야 맛집을 알아내라는 미션을 줬지만 “나라걱정”이 우선이라 ’ 전권 일임‘ ‘모든 걸 따른다’고 한다.

패키지 투어가 싫다 하여 가차 타고 간 아유타야 여행은 덥다고 아우성치는 바람에 ’ 사원이 잘 보이는 카페‘ 였고, 오후 4시께 데리고 간 미슐랭 보트누들을 너무나 좋아해 이 여행의 목적이었나 헷갈렸다.

이미 출발 때 예견했듯 천천히 가고 불편한 완행 기차보다 후알람퐁역사의 전시 기차를 좋아했고, 아유타야역에 세워진 승무원 캐릭터를 좋아했다. 야시장에서 산 코끼리 옷이 마음에 든다며 역사를 다니며 신나게 기념촬영을 해댔다. (왓 마하탓에서 사진 하나 제대로 없는 걸)

돌아와서 뭘 보고 온 게 없다고 회한과 자괴감 한편으로 미안해하는 건 나뿐이다. 애초에 가고 싶어 한 사람이 나였듯.


왜 미안해해? 난 카페가 좋던데!

핑크 툭툭이면 탔겠지만 기차 탔으면 됐어

왜 아쉬워? 난 아유타야 관심이 없었는데~


초등학교1학년은 깔끔히 대답하고는 만화보며 시간을 즐겁게 보낸다.


저녁 식사 후 아유타야를 제대로 다녀와 올린 블로그를 읽으며 다음을 기약하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낼은 뭐 구속 기념 파티를 위해 재래시장을 가서 돼지고기 사고 채소를 사 온단다. 아이는 인형 준다는 여행박람회 간다 하고.


너무 다른 여행법! 어쩌나

각자 즐길 수밖에.

카페에 둘을 두고 혼자 나와 즐긴 여행 중 셀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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