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레지던스에 왔다. 2년 반 전에 했던 것처럼 헬스장에 갔다. 같은 분이 요가를 가르쳐서 반가웠다. 여전히 에너지 넘쳤고 늘 바뀔 것 같은 투숙객 손님에도 한결같이 열심히 친절히 대했다. 그리고 같이 요가를 받았던 한 명이 떠올랐다.
그녀는 에너지가 넘쳤고 요가를 하면서 선생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요가 중 인사를 나눴고 끝나고 잠시 대화를 나눴다. 아이 셋을 둔 엄마이고, 전쟁같이 아이를 케어한 뒤 짬을 내 운동을 온 거라 했다. 아이 키우기는 쉽지 않고 유일한 자기 시간이라 하면서 자신감과 에너지가 넘쳤다. 화장을 진하게 했고 요가복을 제대로 차려입고 온 그녀가 아이 셋을 둔 엄마라는 건 잘 그려지지 않았다. 내 편견을 깼기에 인상에 깊이 남았나 보다.
헬스장 문이 열리며 헬스 스탭과 다정히 인사를 크게 나누는 이는 분명 그녀였다. 몸은 더 좋아졌고 자신감은 여전했다. 저편 거울에 나와 그녀가 같이 비췄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여전히 아이 키우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인지 자기만의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사실 말하고 싶었다.
나는 엄마라는 정체성이 너무 무겁고 부담스럽고 때론 부당해 엄마 활동가로 한 단체의 대표까지 했다고. 기후위기와 돌봄 문제에 다양하게 목소리를 냈고. 사회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바랐다고. 그러나 단체 안에서도 변화를 만드는 이들과의 도모는 쉽지 않았고 엄마라는 정체성은 여러모로 시험에 들게 했다고.
결국 활동의 결이 달라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를 사임했고, 이젠 엄마가 아닌 관심 있는 의제에서 내 역할을 오롯이 하는데 집중하고자 한다고.
그녀에게 전해서 할지 모를 얘기를 떠올렸다. 그녀와 같이 요가를 했던 곳으로 이동해 호흡을 가다듬었다. 서로 다른 조건에 상관없이 ‘엄마’라는 이름에 친밀감을 느끼고 공유했던 이전은 지나갔고, 조금은 달라진 그녀와 내가 각자의 운동을 해나가는 중이었다.
우리 모두 각자 파이팅!